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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식의 e런 이야기] LCK는 도전을 두려워한 적이 없다

BLG전 패배 후의 젠지.
BLG전 패배 후의 젠지.
런던에서 3주간 열렸던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MSI는 사상 첫 국제대회 LPL 결승 내전이라는 기록을 만들어 낸 대회였지요. '룰러' 박재혁, '카나비' 서진혁이 버틴 징동 게이밍이 빌리빌리 게이밍을 꺾고 우승한 이번 MSI는 그렇게 중국 LPL의 축제로 끝이 났습니다.

사실 이번 MSI를 앞두고 LCK 팬들의 기대감은 높았습니다. 지난해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디알엑스가 기적 같은 드라마를 쓴 끝에 정상에 서며, LCK가 소위 '1부 리그'의 지위에 올라섰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리그를 대표하는 젠지e스포츠와 T1이 출전한 만큼 MSI 트로피 역시 6년 만에 LCK의 품으로 돌아올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LCK의 두 팀은 서구권 팀들과의 승부에서는 확실한 격차를 보여줬지만, LPL 팀과의 맞대결에서는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며 결승 무대조차 밟지를 못한 것이지요. 디알엑스의 롤드컵 우승으로 되찾은 '황부리그'라는 자존심에 생채기가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제 LCK는 다시 도전자의 입장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오히려 좋습니다. LCK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도전을 두려워한 적이 없는 리그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LCK가 '지배'의 역사가 아닌 '도전'의 역사로 일어선 리그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애초에 LCK는 후발주자였습니다. 2012년 출범한 LCK는 그에 앞서 이미 LoL e스포츠 무대를 주름잡던 해외팀들을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었지요. 그러나 이에 맞서 도전한 한국 LoL은 급속도로 성장했고, 아주부 프로스트가 거둔 롤드컵 준우승의 성과와 함께 단숨에 강력한 전력을 갖춘 리그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때의 도전 정신을 동력 삼아 2013년 마침내 세계 정상에 선 LCK(SK텔레콤 T1)는 이듬해 열린 롤드컵에서도 강력했던 '삼성 왕조'를 앞세워 다시 한번 가장 높은 자리에 섰습니다.

그리고 2015. 전년도에 LCK를 이끌었던 '삼성 왕조'가 해체되면서 위기감이 엄습해 왔습니다. 물량 공세를 앞세운 LPL이 LCK의 주요 재능들을 영입해 가면서 생긴 불안감. 그리고 초대 MSI에서 삼성 왕조의 두 축이었던 '폰' 허원석과 '데프트' 김혁규를 앞세운 EDG가 SK텔레콤 T1을 꺾고 우승하자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되는 듯 보였습니다.

아쉬운 표정을 짓는 T1 '케리아' 류민석.
아쉬운 표정을 짓는 T1 '케리아' 류민석.
하지만 이 패배는 LCK를 도전자로 만들었고, 도전자가 된 LCK는 힘을 보여줬습니다. 같은 해 열린 롤드컵 결승에서 SK텔레콤 T1과 쿠 타이거즈가 LCK 내전을 성사시키며 LCK의 저력을 전세계에 드러냈으며, 이때 우승을 차지한 SK텔레콤 T1은 역대 최강의 LoL 팀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세계 정상에서 군림하던 LCK에게 진정한 위기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킹존 드래곤X의 MSI 준우승이 그저 한 번의 '해프닝'으로 생각됐던 2018년. LCK는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에서 단 한 팀도 4강에 진출시키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 듭니다. 디펜딩 챔피언도, 국내 최고의 탑 라이너를 보유했던 팀도, 슈퍼팀으로 불렸던 팀도 국내에서 열린 롤드컵에서 준결승조차 오르지 못 한 것이지요.

이어 2019년에는 MSI에서 마저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더 큰 실패를 맛봅니다. 한 수 아래로 여기던 LEC의 G2 e스포츠에게 연달아 패했다는 점 또한 이런 아픔을 더욱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픔은 LCK가 도전의 리그임을 다시금 일깨워 준 소중한 경험이 됐습니다. 이 기간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새롭게 올라온 팀들과 함께 리그에는 다시 활력이 돌았고, 그중 담원 게이밍이 결국 2020년 세계 정상에 서며 소환사의 컵을 다시 LCK로 가지고 왔습니다.

이를 통해 더욱 단단해진 LCK는 이듬해 2021년의 실패에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겸허히 도전자의 입장으로 그다음을 준비했고, 결국 아직도 모두가 기억하는 '중꺽마' 드라마를 쓰며 '1부 리그'가 됐지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친 끝에 LCK는 이제 더 이상 도전이 두렵지 않은 리그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용기가 이번에도 분명 LCK를 다시 일어서게 만들 것입니다.

MSI 정상에 선 징동 게이밍의 '룰러' 박재혁은 대회 종료 후 "올해 아직 남은 대회가 많다"며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라는 평가는 이르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LCK에게도 적용되는 말일 것입니다. MSI는 끝이 났지만, 아직 2023년 LoL e스포츠는 여러 대회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꼭 올해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 이후에도 끝없이 도전하는 LCK는 계속될 것이고, 언제나 그랬듯 다시금 정상의 자리에 오를 테니까요.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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