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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딩 블레이드 9화

어센딩 블레이드 9화
[데일리게임]

9. D-Day

“삼 일···?”

“네.”

“정말 그게 사실인가?”

“그거야 삼 일 뒤면 아시겠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준비도 없이 정말로 제 말대로 된다면···.”

수현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 약간의 텀이 더욱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긴장케 했다.

“후우······.”

“그냥 끝나진 않을걸요.”

수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통령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선택은 내 몫이란 말이로군.”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사흘 뒤 종로 광화문 광장.”

단호한 목소리였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경고하는 그 말에 대통령을 비롯한 그 누구도 의심할 수가 없었다.

“정말 곤란한 일을 맡겼군.”

“대통령이시잖아요.”

“후후···. 하필 이런 시대라니.”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수현이 그랬던 것처럼.

어쩌면 무례해 보일지 모르는 말이었다.

고작 고등학생이 대통령에게 첨언을 한 것이니까.

그러나 이곳에 있는 어떤 사람도 수현의 말을 가볍게 듣지 않았다.

수현이 보여준 능력은 진짜였으니까.

“······.”

“······.”

대통령은 수현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눈이 마주친 순간,

두 사람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십여 분이 그렇게 흐르고 나서야 대통령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자네 정말 고등학생 맞나?”

“네?”

“하는 말 하나하나가 날 꼼짝없게 만드는군. 이렇게 긴장되기도 오랜만이야.”

대통령은 갈증이 나는 듯 이미 식어 버린 차를 꿀꺽꿀꺽 들이켰다.

“별말씀을요.”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 속에서 살아가던 수현이었다.

겉모습은 고등학생이었지만 그 안은 다르다.

평온의 시대에서 살아가는 자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눈빛.

“곧 유엔 안보회의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초국가적으로 따라야 할 결의문 채택이 있을 걸세.”

“헌터연합 창설이겠군요. 새로운 체계 구축.”

“……!”

순간 대통령뿐만 아니라 청와대 비서진과 정보국의 수장인 국정원장마저 안색이 변했다.

아직 정부의 요인들만이 아는 정보다.

그걸 일개 고등학생이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수현에 대한 경이와 경각심을 동시에 안겨줬다.

정보라는 건 사람의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니까.

수현은 그들 중 어떤 이들은 놀라고 어떤 이들은 심각하게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았지만 ‘아는 척’ 한 것에 대해서 마치 지나가듯 얘기한 것처럼 무표정했다.

“그건 자네 예상인가? 계속해서 날 놀라게 하는군.”

예상이 아니라 알고 있던 과거였다.

세계헌터연합. DIVA

이제 곧 유엔이 발표할 새로운 연합단체의 이름이자 수현 역시 DIVA에 소속된 헌터였었다.

그렇기에 녀석들의 지저분한 과업 역시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다.

“으음.”

탈칵.

보좌관이 조용히 모니터를 켰다.

[어제 새벽 로스차일드의 13층 공략이 실패했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었습니다. 알벤 로스차일드는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전사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소식이 속속···.]

“시작하는군.”

회의실에 있는 다섯 개의 모니터에서 같은 장면이 흘러나왔다.

[이에 따라 유엔은 안보회의를 통해 헌터보유국에서 의무적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미 보유국들을 지원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너무 빨라.’

거의 3차대전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모든 결정은 순식간에 끝났다.

손발이 너무 척척 맞았다.

마치 이미 상의를 해둔 일 마냥.

“수현 군이 보기엔 어떤가?”

“뭘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아무리 급박한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타국의 동의 없이 결정을 내리다니 말야.”

거부권은 없었다.

군대로는 막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내려진 결정.

알면서도 헌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은 반박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사태를 대비하여 세계연합에서는 헌터대책본부인 DIVA를 구축하기로 결정하여···.]

‘그래. 급했겠지.’

DIVA는 앞으로 반강제적으로 헌터를 각국에 파견한다.

명분은 파렐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국가들을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해당 국가들은 당연히 대부분 아시아에 속한 곳들이고.

그러나 그건 곧 한 국가가 외부의 적에 대한 억지력을 다른 나라에 맡긴다는 뜻이 된다. 그것도 헌터라는 전무후무한 초유의 막강한 능력을 가진 초월자들에게.

‘헌터보유국들의 아시아 진출.’

우방이란 가면을 쓰고 손을 내밀고 있지만 실상은 그것이 진짜 목적이었다.

‘지원? 웃기는 소리지.’

이런 식의 관계는 결말은커녕 과정에서부터 이미 평등한 관계일 수가 없다.

그들은 헌터라는 절대적인 열쇠를 가지고 있으니까.

‘이제 헌터들이 온다.’

국가에 하나의 헌터가 파견된다.

유엔의 결의대로라면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싱가폴 같은 코딱지만 한 나라에도 비공식적으로 유럽 연합과, 미국, 러시아의 헌터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알벤이 워낙 독보적인 존재였기에 그의 눈치를 보느라 다들 숨죽이고 있었던 것뿐이지.’

왜냐하면 알벤 로스차일드니까.

그가 ‘퍼스트 헌터’라고 불린 이유가 있다.

모든 헌터들이 따랐고 불만을 품은 자들은 등을 졌을지언정 반기를 들 수 없었던 그의 능력.

이제 곧 혼란이 올 것이다.

‘호시탐탐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던 거니까.’

알벤의 사망으로 고삐가 풀린 헌터들은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마구잡이로 날뛰기 시작한다.

그건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에도 헌터가 오겠지.’

헌터가 없는 아시아야말로 그들에겐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서울?

‘이익과 진영 각축으로 인한 그들의 싸움에 평양도 무사하지 못했으니 말 다했지.’

그런 피해를 입히면서도 그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몬스터를 사냥하니까.

그들만이 몬스터를 죽일 수 있는 존재였으니.

“한국에는 헌터를 파견하지 않을 모양이더군.”

대통령의 말에 수현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네?”

“아무래도 자네 때문이겠지.”

‘헌터가 오지 않는다라···.’

“DIVA는 분명 미보유국에만 헌터를 지원하기로 했으니까. 자네의 등장으로 인해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헌터보유국이 된 거지.”

“…….”

그렇다.

수현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말이다.

“그들도 섣부르게 움직일 생각은 못 하겠지.”

갑자기 등장한 아시아의 헌터.

결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수현도 대통령도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수현의 존재는 헌터 보유국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상황이었다.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이겠지.’

유능한 자가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 능력이 자신의 범주를 뛰어넘어버린다면 그건 유능이 아니라 경계의 대상이 되어버리니까.

유능한 동료일지,

요주의 인물일지.

아직은 파악하고 있는 단계인 게 분명했다.

“이런 전문이 왔더군.”

대통령이 수현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영문으로 작성된 종이를 받아들자 옆에 있던 보좌관이 입을 열었다.

“미국에서 온 전문입니다. 내용은···.”

설명 대신 전문을 받아든 수현이 가볍게 쓱 훑어 내려갔다.

“저에 대한 거네요. 몇 층까지 클리어했는지. 팀원은 있는지. 에? 가족관계에 학교성적까지? 별걸 다 물어보네요.”

“허허···.”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 전문가들도 쉽게 읽을 수 없는 그 글을 막힘없이 읽는 수현의 모습에 사람들은 놀랐다.

전 세계의 헌터들과 함께 마지막까지 전장을 누볐던 그였다.

이런 기본적인 언어 습득은 당연한 일이었다.

“영어를 아주 잘하는군. 그래, 자네 말대로네. 자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필요가 있다는 거겠지.”

“그래서요?”

“···음?”

“대통령께서도 같은 생각인가요?”

“적어도 자네 실력을 알고 싶은 것은 사실이네. 자네 말대로···. 그 일이 사실이라면. 우린 오직 우리 힘만으로 싸워야 하고, 도와줄 사람은 수현 군밖에 없으니까.”

다른 헌터의 도움은 없다.

파렐의 등장은 기존의 우방이니 맹방이니 하는 질서도 모두 리셋 시켜버렸다.

현실적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오로지 수현의 힘 하나만으로 이 일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제가 파렐 1층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 초짜 헌터면 DIVA에 제 몸값으로 지원이라도 받고 싶으신 겁니까?”

“말이 너무 심하군!”

보좌관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할 때 대통령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

“…….”

수현 역시 말이 과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일부러라도 몰아붙이는 이유가 있다.

수현 자신은 이미 가지고 있지만 이제부터 그들에게 필요한 것.

‘단호한…….’

결의.

“DIVA의 지원을 받고 싶으신 겁니까?”

“가능하다면.”

이미 보좌진과 정부 요인들의 표정은 대통령의 답변에 일그러졌다.

여기서 그칠 수도 있지만 수현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묻겠습니다. 헌터의 지원을 받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면 헌터를 보유한 국가로서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DIVA에 서고 싶으신 겁니까?”

“······.”

모든 이들이 수현의 말에 입이 벌어졌다.

그들은 한참이나 늦어서야 수현을 고등학생으로 봐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교복을 입고 있는 저 고등학생은 외교적 차원의 국가이익을 보는 냉철한 시각을 가지고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대통인걸까.

놀라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피식 웃었다.

“수현 군이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는군.”

대통령의 말에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면 된 것이니까.

오히려 듣기 좋은 이상적인 답을 내놓았다면 더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

“…….”

“뒤따라가서는 그 어떤 것도 지킬 수 없습니다.”

과거 아니 수현의 미래에서 파괴되고 무너진 서울의 풍경은 아직도 그의 기억 속에 그대로 자리 잡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강해져야 했다.

그 어떤 국가보다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하하···.”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어지자 그는 소파에 파묻히듯 몸을 기대었다.

얼굴을 가린 손 아래로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것 참···. 한 방 먹었군.”

상황에 맞지 않게 웃어버렸다.

잊고 있었던 기묘한 흥분이 그를 감쌌기 때문이다.

“기다리겠네.”

“저 역시.”

수현과 대통령은 서로를 마주 바라보며 대답했다.

디데이(D-Day).

삼 일 후.

광화문 광장.

두 번째 게이트가 열린다.

이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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