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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킬 10화

올스킬 10화
[데일리게임]

9화

이 세계에도 마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카일의 상태창을 통해 알아낸 바였다.

그렇잖아도 최대한 빨리 마력을 축적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그는 숨을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들이마셨다.

근처에 있는 모든 공기를 흡입하기라도 할 태세다.

대기를 나돌아 다니던 푸른 알갱이들이 공기와 함께 그의 호흡에 이끌려 따라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마나 알갱이들을 빨아들인다.

폐부 깊숙이 들어온 마나 알갱이들이 체내로 스며들었다.

재희는 제멋대로 떠돌아다니는 그것들을 한데 그러모아 단전에 머무르게 했다.

본래 마나는 분자 단위로 대기를 떠돌아다닌다.

그러니 범인(凡人)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밖에.

처음엔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마나 알갱이들은 엄지손톱 정도의 크기를 이루자, 더는 흩어지려 들지 않고 잠잠해졌다.

‘됐다.’

소정의 목표를 달성한 그는 어두컴컴한 심해를 도로 거슬러 올라갔다.

무아경에서 빠져나온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최소한의 단위를 이룰 정도의 양이면 충분하다.

그 뒤로는 호흡법을 통해 힘들이지 않고 마나를 축적할 수 있을 테니까.

[마나 호흡법 습득!]

[스킬 대성공!]

[수련도 : 10% (F랭크)]

[호흡을 통해 주변의 마나를 체내에 축적 가능. 축적 가능한 마나 최대치 110%]

[보너스 : 마력 +5, 마법 저항 +5%]

[한재희]

레벨 : 22

칭호 : 없음

명성 : 254

근력 : 55+15

민첩 : 30+10

체력 : 30+15

감각 : 30+10

마력 : 1+5

물리 저항 : 5%

마법 저항 : 5%

히든 스텟인 마력과 마법 저항을 동시에 획득했다.

“휴우.”

마력 1이라는 초라한 수치를 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다 나올 지경이다.

한두 번 겪어온 일은 아니나, 막막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으헉!”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16조 막사 안에서 요란한 비명이 들려왔다.

‘깨어났군.’

그 익숙한 음성에 재희는 피식 웃었다.

“……헉!”

열심히 코를 골던 브록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굉장히 무서운 악몽을 꿨던 것 같다.

그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막사의 어스름한 천장이었다.

“쯧쯧.”

난데없이 누군가의 혀 차는 소리에 시선을 돌려보니, 의자에 앉은 라미로의 모습이 보였다.

“지가 코 고는 소리에 놀라서 깨다니. 너도 참 여러모로 대단한 녀석이구나.”

“그, 그게 아니라 악몽을 꿨을 뿐입니다!”

브록이 얼굴을 붉히며 상체를 일으켰다.

정신을 차린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모포가 깔린 바닥에 누워 있었다.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된 걸까?

그는 곧 자신이 무슨 이유로 정신을 잃었었는지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동료들 앞에서 꼴사납게 기절한 일도 꽤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지만, 그보다 더 두려웠던 일은 따로 있었다.

‘그 녀석, 대체 정체가 뭐야?’

그 조그만 녀석이 덩치가 곱절씩이나 되는 자신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젠장.”

이런 꼴이라니. 사내 체면이 말이 아니다.

꼼짝없이 완패를 당했다.

“……윽.”

온몸이 쑤셨다.

하울링들과의 전투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데다가, 신참을 골려 주겠답시고 무리하게 주먹을 휘둘러 댔으니 몸이 남아나지 않을 수밖에.

눈앞에 하얀 무언가가 거치적거려서 손으로 더듬어보니 코에 붕대가 감긴 채였다.

‘단 한 방에 기절했었지.’

새삼 낯이 뜨거워졌다. 오른손도 마찬가지로 붕대 신세였다.

녀석의 얼굴을 때렸을 때 느껴졌던 통증이 아직도 선명했다.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오히려 상처를 입다니.

‘더럽게 아프네.’

오른손으로부터 엄습해 오는 쓰라린 통증에, 브록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패배한 건 그렇다 쳐도 브록의 머릿속에 남은 의문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몸을 단련해야 그런 바위 같은 피부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걸까?

“아, 그런데 이 상처는 누가 치료해 준 겁니까? 이렇게 세심한 손을 가진 녀석들은 없을 텐데 말이죠.”

“널 때려눕혔던 바로 그 신참이 치료해 준 거야.”

“예? 아니, 그 녀석이 왜…….”

브록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동료랍시고 챙겨 준 모양이지 뭐. 꽤 좋은 녀석 같더라. 너 같은 진상도 치료해 주고.”

“윽. 부관님까지 그 녀석 편을 들어 주시는 겁니까?”

“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라고.”

라미로가 짓궂게 웃었다.

“……끙.”

브록은 볼멘 얼굴로 능글맞은 라미로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브록도 재희에게 딱히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악감정이란 것도 어느 정도 지낸 세월이 있어야 생기는 법.

오늘 처음 본 녀석에게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

그저 신고식을 치렀을 뿐.

새로 들어온 신입이 어떤 녀석인지 파악하는 일종의 테스트인 셈이다.

사실 신고식이라는 건 구실 좋은 변명이고, 단순히 재미를 위함이었지만.

“아무튼, 당분간 좋든 싫든 동고동락하게 될 사이인데, 괜히 더 심술 부리지 말고 좋게 지내 보라고.”

“……흐음.”

“뭐, 맘대로 해라. 그럼 난 이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브록을 뒤로, 라미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 오늘은 특별히 보초를 제외해 줬어. 그러니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누워서 푹 쉬어. 쪽팔린 건 한순간이니까 부끄럽다고 목 메달 생각일랑 말고.”

“누, 누가 목을 매단다고 그러십니까?”

“아니면 말고.”

“……아무튼 감사합니다. 부관님. 면목이 없네요.”

브록은 쭈뼛거리며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전투 중에 다친 것도 아니고, 순전히 스스로 일으킨 난동으로 이 사달이 났다.

그럼에도 크게 타박하지 않고, 오히려 배려를 해 주니 브록으로서도 미안할 수밖에.

이런 귀족은 흔치 않다. 실제로 병사들 사이에서도 라미로에 대한 신임은 꽤 높은 편이었다.

“고마워할 것 없어. 상처가 낫는 즉시 온종일 뺑뺑이 돌릴 테니까.”

“헉! 부, 부관님!”

브록은 아차 싶었으나, 라미로는 도망치듯 서둘러 자리를 뜬 뒤였다.

수다스러운 라미로가 자리를 뜨자, 막사는 무척이나 조용해졌다. 막사의 차단막 틈새로 깊은 어둠이 밀려들어 오는 중이었다. 벌써 밤이 깊은 모양이다.

“에라 모르겠다!”

브록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벌렁 드러누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시간이 있을 때 맘껏 자유를 누려 놔야겠다는 생각으로.

“…….”

그러던 중, 붕대가 감긴 오른손에 문득 시선이 갔다.

그는 붕대를 슬쩍 풀어보았다. 그리 심각한 상처는 아니었다.

살갗이 조금 까진 정도.

주먹을 쥘 때 도드라지는 뼈가 벌겋게 붓긴 했지만, 싸움을 생업으로 삼아왔던 그에게 이 정도는 우스운 수준이다.

단순히 붕대를 감아놓은 것뿐만 아니라, 약초를 빻은 부산물이 꼼꼼하게 상처 부위에 발라져 있었다.

“……쳇.”

그는 불퉁한 얼굴로 모포를 뒤집어썼다.

날이 저물고 밤이 찾아오면서, 그렇잖아도 흐린 날씨는 농밀한 어둠이 익어 가고 있었다.

보병대는 오늘 이 평원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 모양이었다.

큰 전투를 치른 탓에 모두가 지쳐 있었다.

사면이 숲으로 둘러싸인 마당에, 그나마 사방이 트인 곳은 이 평원뿐이었으니까.

숲의 규모는 꽤 컸다.

행군을 강행했어도 결국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숲을 빠져나가진 못했으리라.

이는 바람직한 판단이다.

‘하울링들은 빛을 싫어하고 어두운 장소를 선호하지. 이런 늦은 시간의 강행군은 위험을 자초하는 행위나 다름없을 테니까.’

재희는 어둠에 잠긴 숲속을 응시했다.

지금쯤 그놈들은 숲속 어딘가를 떠돌아다니며 또 다른 먹잇감을 노리고 있으리라.

곳곳에 환한 횃불들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대낮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울링들의 존재를 의식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이런 야심한 시각에 놈들에게 급습이라도 당했다간, 부대는 정말 괴멸해 버릴지도.

하늘이 어둡기는 하나 아직 잠을 청하기엔 일렀다.

지금이야 동떨어진 장소에 부대 하나만이 달랑 떨어져 있지만, 당장 도시의 번화가만 해도 한창 술 파티가 성행할 만한 시각이다.

‘잠들긴 글렀군.’

밤하늘엔 노란 달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건만, 두 눈은 말똥말똥하기만 하다.

시차 적응의 문제도 있었고.

평소였다면 독서나 산책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면 될 일.

그러나 지금 그의 수중엔 책은커녕, 동전 한 닢조차도 없는 빈털터리다.

‘한때는 거대한 왕좌에 앉았던 시절도 있었지.’

무수한 행성을 떠돌아다니면서 참으로 다양한 삶을 영위해 왔다. 그는 일국을 다스리는 왕이기도 했으며, 뭇 학자들에게 존경받는 위대한 현자이기도 했다.

이 행성에 도착한 이상, 하울링들과의 전투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았다.

하울링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정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사람, 돈, 식량, 장비…….

일일이 세면 끝도 없다.

전쟁은 소모전이니까. 그 모든 걸 손에 넣기 위해선 하루 빨리 이 행성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일단은 이 부대를 따라 움직이면서 차차 성장해 나가야겠군.’

전쟁터에서 계속해서 활약을 펼치다 보면 그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그의 수중으로 들어오게 될 거다.

‘네놈들이 대체 어디서 굴러들어온 생명체들인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밝혀내주마.’

하울링들을 생각하는 그의 눈빛은 전의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헉!”

재희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헉. 헉.”

잠에서 깨어난 뒤로도 한동안 그는 거친 숨소리를 흘렸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꿈과 현실이 확실히 구분이 가지 않았던 탓이다.

어젯밤 배정받았던 16조의 막사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안심했다.

아직 이른 새벽이었고, 다른 조원들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꿈인가.’

그는 이마의 땀을 손으로 훔쳤다. 그의 전신이 온통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였다.

또 그 악몽이다.

‘몇 번을 꿔도 익숙해지지 않는군.’

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지구에서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푸르렀던 하늘이 온통 검게 물들기 시작하면서 재앙은 예고도 없이 시작되었다.

단순한 일식(日蝕) 현상 따위가 아니었다.

검게 변질된 하늘은 단순히 밤이라고 보기엔 끔찍하리만큼 검었다. 흡사 블랙홀을 보는 듯했다.

하늘을 갈가리 찢으며 등장한 차원문 틈으로 쏟아진 것은 조그마한 기생충들이었다.

윗선에서 미처 사태파악을 하기도 전에, 그것들은 인간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육체를 장악해 버렸다.

‘재수가 없었지.’

가족들과 방공호 안에서 숨죽인 채 벌벌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방공호 내부에서 차원문이 개방되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재수가 좋다고 볼 수도 있으려나.’

차원문이 열리는 순간, 그는 기생충들에게 미처 장악되기도 전에 차원문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 이후로는 줄곧 이런 신세.’

수백 년이 흐른 뒤에도 이따금 그날의 악몽이 떠오르곤 했다. 지금처럼.

‘지금쯤 지구는 어떻게 되었을까.’

홀로 다른 차원에 내던져진 이후로 줄곧 그런 의문이 거미줄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정민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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