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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열쇠 9화

신의 열쇠 9화
[데일리게임] 9화

3. 생각지 못한 보상(3)

분명 다른 하루였지만 강일은 똑같은 하루를 무한 반복하고 있었다.

“하아! 벌써 며칠 째인지.”

제법 돈을 모은 강일이었다.

물론 그래 봐야 빚을 갚기에는 형편없는 액수였지만 아르바이트를 두 번씩 계속 하게 되자 적자가 나던 것이 어느 덧 돈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돈으로 강일은 먼저 사채 빚 먼저 갚으려고 했다.

하지만 다시 그들을 만나기에는 겁이 나서는 좀 더 돈을 모아서 한 번에 갚을 생각이었다.

“하루 이자가 얼마였지?”

이자에 이자가 붙어서는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을 터였다.

빌린 돈은 고작 300만 원 정도였지만 이자가 벌써 300을 넘어 천만 원이 넘어가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이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불법 추심 행위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하지만 때로는 현실이 법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차라리 파산이라도 신청을 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강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벌어서 갚고야 말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자, 오늘도 가 볼까?”

강일은 고시원을 나서며 아르바이트 장소로 뛰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강일의 몸이 굳어지며 표정이 창백해졌다.

“어! 저 새끼!”

“제길!”

사채업자들이었다.

고시원을 옮긴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옮기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사채업자들이 포기한 줄 알았지만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한 번씩 둘러보던 중에 고시원을 나서고 있던 강일과 마주친 것이었다.

딱히 도망을 칠 필요는 없었지만 강일은 뛰기 시작했다.

“잡아! 저 새끼 잡으라고!”

강일이 도망을 치자 사채업자들도 강일을 붙잡기 위해 뛰었다.

사채업자들에게 있어서 도망을 가는 이를 잡는 것은 자주 있는 일 중에 하나였다.

분명 젊은 강일이 자신들에 비해 체력적으로는 더 뛰어날 터였지만 대부분은 사로잡히고는 했다.

‘멍청한 새끼! 그리 뛰면 금방 지친다고.’

돈을 빌린 이들은 자신들을 보면 두려움에 빠져 평소보다 더욱더 빠르게 뛴다.

하지만 그것은 체력 소모가 극심한 행동이었고 이내 오래지 않아 지쳐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쳐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놈을 붙잡으면 되는 일이었기에 강일이 지칠 때까지를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사채업자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껴야만 했다.

“하악! 하악! 저 새끼 뭐야?”

“하아! 하아! 형님! 저 새끼 육상부입니까?”

분명 나가 떨어져야 할 강일이 지치지도 않는지 여전히 빠르게 도망을 치는 것이었다.

“야! 멈춰! 어차피 저놈 안 죽고 살아 있는 거 확인했으면 됐다. 채권은 살아 있으니까 말이야! 하아! 하아!”

죽었다면 어쩔 수는 없었지만 살아 있다면 자신들의 돈을 갚아야만 했다.

더욱이 아직도 고시원에 살고 있었으니 오늘 내일 중에 만나게 될 터였다.

그렇게 사채업자들은 미소를 지으며 지금은 도망을 치는 것에 성공을 했지만 다음에도 성공을 할 수는 없을 터라고 생각했다.

“씨발! 그래도 너 때문에 개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우!”

사채업자들의 두 눈에서 살기가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강일이 사라져 버리면서 자신들도 꽤나 곤란한 상황에 처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화를 풀어 줄 대상이 다시 나타났으니 더욱더 처절하게 괴롭혀 줄 생각이었다.

“하아! 하아!”

강일은 더 이상 쫓아오지 않는 사채업자들에 숨을 고르며 멈추어 섰다.

강일도 너무나 놀라서 있는 힘껏 도망을 쳤다.

아무리 피로감을 덜 느낀다고는 하지만 심장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온몸이 힘이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다행히 도망을 친 것 같았지만 강일은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길!”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고 이번에는 뭐가 되도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는 그 절망감에 치가 떨려왔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현실이었다.

“아! 아르바이트 가야지.”

강일은 터벅터벅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럴 기분이 아니었지만 고작 기분에 할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또다시 자신의 인생에서 도망을 치고 싶지 않았다.

“후우! 오늘은 완전히 실수투성이네.”

마음이 몸 밖 멀리 가 있어서인지 오늘 아르바이트는 실수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아르바이트비를 받았지만 여간 개운치 못했다.

강일은 내일 아침에 먹을 것들을 사서는 고시원으로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했다.

“지금이라면 없겠지?”

벌서 밤 12시가 넘어 있었다.

두 번째 아르바이트는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인지 식당 주인이 여기까지만 하라며 꺾기를 했다.

하지만 강일도 스스로 오늘 많이 부족했음을 알았기에 꾸벅 인사를 하고는 식당을 나섰다.

오히려 아르바이트비용을 받은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강일은 아직도 불안했지만 그래도 들어가 잠을 자야 다음 날도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을 터였다.

‘피로를 풀려면 그 꽃이 필요하니까.’

처음에는 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보물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지금의 생활을 버티게 해 주는 것이 천연화였다.

그렇기에 강일은 결국 자신의 고시원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아무도 없지?”

고시원 건물이 보이는 곳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간 강일은 사채업자들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몇 번이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이번에 붙잡히면 정말로 답이 없었다.

스포츠카의 여자로부터 받았던 돈은 학자금 대출과 고시원비를 갚기 위해 써 버린 상태였다.

며칠 동안 돈을 벌기는 했지만 고작 30만 원 정도밖에는 없었다.

사채업자들의 돈을 갚기에는 형편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적어도 돈 백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을 주고 발악을 하든 사정을 하든 빚을 갚겠노라고 외칠 수 있었을 터였다.

“후우!”

강일은 한숨을 내쉬고서는 고시원 입구를 향해 걸었다.

아니, 사실상 뛰다시피 달렸다.

자신의 고시원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침대에 몸을 눕히고 나서야 안도를 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화가 많은 날인 듯했다.

덥썩!

“이 새끼! 어딜 갔다 이제 오냐?”

“헉!”

강일은 자신의 목덜미를 우악스럽게 붙잡는 남자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익숙하다는 느낌에 몸을 바둥거렸다.

하지만 이내 다른 남자 한 명이 강일의 어깻죽지로 팔을 감싸오며 몸을 짓누르는 것에 인상을 찡그렸다.

“으윽!”

통증과 함께 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네놈이 도망을 간다고 될 줄 알았냐?”

“갚을게요! 갚는다고요! 제 호주머니에 돈 있으니까 이거 놔 주세요!”

강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 전부를 주고 사채업자들에게 협상이라는 것을 하려고 했다.

어차피 돈만 받으면 되는 인간들이었다.

그러니 돈을 주고 빚만 갚으면 될 일이었다.

“돈? 어디 보자.”

사채업자의 손이 강일의 호주머니를 뒤졌다.

구깃구깃한 돈 3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 사채업자의 손에 넘어갔다.

“어디서 노가다라도 하고 다녔나 보네. 그런데 어쩌냐? 이걸로는 이자도 안 되는데.”

강일은 이가 갈렸다.

아무리 법도 뭣도 없다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냥 강탈이나 마찬가지였다.

“씨발!”

“허! 이 새끼! 욕하는 거 보소.”

강일의 욕설에 사채업자들은 웃으면서도 눈동자에서는 살기가 스쳤다.

퍼억!

“커억!”

둠직한 주먹이 강일의 복부에 박혀 들어왔다.

아찔한 통증에 강일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듯했다.

“어린놈의 새끼가 좋게, 좋게 말을 하니까 영 들어 쳐 먹지를 않네. 이 새끼야. 우리가 우습냐? 꼭 이렇게 해야 정신 차릴래? 니 새끼 때문에 우리가 강 사장한테 얼마나 개좆같은 소리를 들은 줄 알아? 씨발 놈아. 기회를 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

“기회? 은혜?”

강일은 이를 악물며 외쳤다.

“뭐가 기회야! 이 새끼야! 내가 네놈들한테 돈 빌렸어? 씨발!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 채권 헐값에 사서 그 돈으로 사람 등 쳐먹는 개 같은 새끼들아! 니들! 그 채권 100만 원도 안 주고 샀잖아! 아니, 오십이나 되냐! 씨발 놈들아! 내가 네놈들한테 준 돈만 400만 원이 넘어!”

“조용히 안 해!”

강일은 얼굴이 얼얼해지면서 땅바닥을 굴렀다.

기분이 더러웠다.

더는 그렇게 당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죽을 때 죽더라도 발악하고 싶었다.

“쿨럭! 씨발! 그래 죽여! 니 새끼들한테는 더 이상 안 당해! 어차피 한 번 죽었던 몸. 그래. 죽여 봐! 죽여 보라고!”

강일의 두 눈동자의 실핏줄이 터진 듯이 붉게 충혈이 되어 있었다.

“이 새끼가.”

하지만 그런 강일의 발악에 사채업자들은 겁을 먹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강일을 더욱더 짓누르겠다는 듯이 몸을 풀었다.

결국에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정말 무서움이 뭔지 모르는 애송이를 다루는 방법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그래. 너 같은 놈 다루는 법이야 쉽지. 너 들어 봤지? 섬 노예.”

움찔!

“사회는 네놈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곳이야. 조용히 말 쳐들었으면 되었을 건데.”

사채업자들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강일에게로 다가갔다.

꽤나 소란을 피워서 빨리 처리를 해야만 했다.

사채업자들은 주인 물려는 개는 땅바닥을 비참하게 기게 만들어야 한다는 듯이 강일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그때 상향등을 켠 차 한 대가 사채업자들과 강일을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윽! 뭐야?”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어버리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자신들의 몸을 칠 것 같은 차에 순간 공포가 눈에 어렸다.

끼이익!

하지만 다행히도 상향등을 켠 차는 세 사람의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척!

그리고 차문이 열리고서는 누군가가 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윽! 뭐야? 누구야?”

“…….”

차량의 상향등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굴곡진 몸매는 보건대 여성이었다.

“얼마야?”

도도하고 거만한 목소리였다.

“넌 뭐야? 안 꺼져!”

사채업자가 화가 난다는 듯이 고함을 쳤지만 여자의 손에서 던져진 돈뭉치와 목소리에 이내 입을 벌리고서는 멍해졌다.

“천만 원. 부족해?”

천만 원이라는 돈을 그냥 땅바닥에 버리듯이 말을 하는 여인이었다.

“차용증 내놔. 그럼 천만 원 더 줄 테니까.”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자의 실루엣에 돈뭉치가 하나 더 들려져 있었다.

“헛생각하지 마. 네깟 것들이 어찌 해 볼 정도로 쉬운 존재는 아니니까. 그냥 조용히 돈만 받고 가.”

상향등을 뿜어내고 있는 차는 외제 스포츠카였다.

일반인들은 그냥 줘도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는 고급차였다.

사채업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무언가 고민을 하는 듯하다가 멍하니 앉아 있는 강일을 바라보았다.

더 뜯어먹고자 한다면 더 뜯어 먹을 수 있을 터였지만 지금 눈앞의 돈도 군침이 흘러나왔다.

“흐흐!”

사채업자는 땅바닥에 떨어진 오만 원권 돈뭉치 두 개를 손으로 주우며 정체모를 여자에게서 더 뜯어먹을 생각을 했다.

오싹!

하지만 그 순간 사채업자는 여인과 눈을 마주치고서는 온몸이 경직이 되는 듯한 느낌과 함께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근원적인 공포였다.

“조용히 내놓고 꺼져.”

여자는 손에 쥐어져 있는 돈뭉치를 사채업자의 앞에 던졌다.

“…….”

강일은 땅바닥에 자신의 차용증을 떨어트리고서는 허겁지겁 도망을 가는 사태업자들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끝난 건가?’

강일은 지긋지긋한 빚의 굴레에서 끝이 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이거 다 갚으려면 꽤나 고생해야겠네.”

강일은 여인의 목소리에서 빚을 갚을 주체만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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