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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지스타와 e스포츠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2017이 지난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됐습니다. 포항시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이 몰렸는데요. 주말의 경우 발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만원 사례를 이뤄 흥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관계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e스포츠를 전면에 내세운 업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요. 총상금 3억 원 규모의 '카카오게임즈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한 블루홀과 PC와 콘솔, 모바일, 인디게임까지 아우리는 12개 종목의 e스포츠 국제 대회 WEGL 첫 대회를 치른 액토즈소프트는 연일 많은 팬들을 유치하는데 성공하며 지스타를 e스포츠로 물들였습니다.

특히 액토즈는 메인 스폰서 넥슨과 함께 최대 규모인 300부스로 이번 지스타에 참가했는데요. 이렇다 할 신작 발표 없이도 다양한 종목의 수준 높은 e스포츠 경기를 나흘 내내 연출해 호평 받았습니다.

'오버워치'나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 '하스스톤' 등 기존 e스포츠 인기 종목 외에도 대전격투 '철권7', 리듬액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등을 종목으로 채택해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e스포츠 대회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마인크래프트' 또한 WEGL 종목으로 채택됐고, '루프레이지'를 비롯한 인디게임 대회까지 개최돼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블루홀은 '배틀그라운드 인비테이셔널'을 위해 150부스로 지스타에 참가했습니다. 블루홀은 80명의 선수가 동시에 게임에 참가하기에 용이하도록 4층 높이의 경기석을 만들고, 최신 사양의 PC를 배치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솔로와 듀오, 스쿼드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치러진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선수들이 정상급 기량을 뽐냈으며, 처음으로 합을 맞춘 성승헌 캐스터와 김동준, 김지수 해설은 오랜 기간 함께 한 것 같은 완벽한 호흡을 선보이며 '배틀그라운드'를 처음 접한 시청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도왔습니다. 각 라운드 종료시 수훈 선수 인터뷰에 나선 권이슬 아나운서와 하이라이트 분석에 나선 심지수 해설 또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대규모 '배틀그라운드' 대회인 '배틀그라운드 인비테이셔널'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지스타에서 e스포츠가 두각을 나타낸 건 반갑지만 상대적으로 게임 전시 부스가 부족했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 메인 스폰서 넥슨이 300부스로 참가, 5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시에 신작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넷마블이 굵직한 신작 4종을 출품해 관심을 모았지만 다른 업체 부스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죠.

오히려 트위치나 엔비디아, LG 등의 부스에서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한 인기 게임의 크고 작은 e스포츠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e스포츠 관련 부스가 전체 절반을 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물론 e스포츠로 지스타가 풍성해지는 일은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만으로 가득하다면 단조로울 수 있을 지스타에 e스포츠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가 가세하면서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다만 신작 게임 공개와 체험이 게임 전시회의 가장 큰 존재 이유임을 감안하면 이번 지스타2017이 e스포츠쪽으로 무게 중심이 너무 기울어졌던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년의 경우 주전시장을 게임 관련 부스로 온전히 채우고 별도 공간에서 e스포츠 이벤트를 치렀던 것과 달리 지스타2017은 제 1전시장의 절반 가량을 e스포츠 관련 부스가 채웠으니 말입니다. 게임 없는 e스포츠만의 행사가 된다면 지스타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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