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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20년, 앞으로 20년①]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한국 게임개발은 1987년 설립된 미리내소프트가 최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온라인게임의 기틀을 잡은 것은 1994년 설립된 넥슨이 시작이었다. 넥슨은 지난해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2번이나 겪는 동안 게임산업은 규모에서 양적은 성장을 이뤘다. 더불어 사회초년생이던 초기멤버들은 어느덧 40대 중년이 됐다. 1세기가 지나지 않은 게임산업, 다음세대를 위해서라도 구성원들의 질적인 성장을 되돌아볼 시기다. 이에 데일리게임은 창간 8주년을 맞아 정년퇴직과 관련된 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게임20년, 앞으로 20년①]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게임20년, 앞으로 20년②] 종사자 90% 퇴직 후가 걱정
[게임20년, 앞으로 20년③] 대기업 취업규칙 비교해 보니…
[게임20년, 앞으로 20년④] 늙지 않는 산업을 만들기 위한 조언
[게임20년, 앞으로 20년①]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올해 1만1000여명을 뽑은 9급 지방직공무원 필기시험에 21만여명이 응시했다. 역대 최대 응시생이다. 지난 주말(25일) 치러진 서울시 공무원 필기시험에는 9만여명이 몰렸다. 1689명을 뽑는 이 시험의 경쟁률은 87.6대 1이다. 이 같은 현상은 IMF 이후 구조조정과 해고가 빈번해지면서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사라졌다. IMF 이전만 하더라도 아버지가 직장을 다니고, 어머니는 가사노동을 하며, 자녀들을 키울 수 있는 구조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맞벌이는 필수가 됐다.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 취업을 포기하는 N포 세대로 시름 중이다.

게임산업만을 떼어놓고 보면 화려하다. 온라인게임이 태동한 뒤 20여 년 만에 10조에 육박하는 산업으로 발전했다. 영업이익률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30%는 손쉽게 넘긴다. 해외에서도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인다. 제조업과 달리 인건비가 원가이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한국 재벌순위 중 자수성가한 인물로 이름을 올린 이들 대부분은 게임업계 출신이다. 억대 연봉을 받는 종사자가 수두룩하다 보니 어렵지 않게 게임회사 주차장에서 외제차를 볼 수 있다.

전문직, 기술직인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비교적 이직이 자유로웠다. 게임산업 특성상 부침이 심해 그때마다 인력이동은 생겼고, 또 이를 받아주는 자리도 넉넉했다. 특히 개발자들은 프로젝트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 ‘내 회사’라는 생각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이젠 옛말이 되어간다.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모바일게임의 성장세가 가라앉았고 텃밭이었던 중국이 역으로 국내에 게임을 수출해 흥행시키는 등 시장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더불어 셧다운제를 비롯해 게임중독 논란 등 정부의 규제로 시작된 반 게임정서가 확대되면서 성장에 한계를 맞고 있다.
2015 대한민국게임백서 게임산업 종사자수. 2년 연속 줄고 있다. 유통 및 소비는 PC방 및 아케이드게임장.<br />
2015 대한민국게임백서 게임산업 종사자수. 2년 연속 줄고 있다. 유통 및 소비는 PC방 및 아케이드게임장.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5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0년 2만여개에 달하는 게임업체수는 2014년 1만45000여개로 감소했고, 2014년 기준 게임업계 인력도 2년 전보다 1만4000여명이 줄은 3만9000여명 정도로 추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셧다운제 도입으로 1조1600억 원의 시장 위축 결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개발 시기도 짧아졌다. 카카오를 기반으로 게임연령층이 확대되고,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 소수의 인원이 만든 캐주얼 게임이 시장을 이끌자 많은 개발자들이 회사를 설립했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적은 리소스로도 흥행작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창업러시를 부추겼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모바일 시장도 규모와 자본이 흥행을 좌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면서 마케팅 비용이 넉넉하고 강력한 유통채널이 있는 회사가 성공작을 내놓는 시장으로 재편됐다.

많아진 나이, 내부의 규제, 외부의 경쟁 등이 맞물리면서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노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법적 정년퇴직 연령은 60세지만 게임업계는 아직 정년퇴직을 한 종사자는 없기에 어찌 보면 미지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맏형이라 할 수 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67년생으로 만 49세 불과하며, 대다수 게임회사 오너들의 나이 역시 쉰을 넘기지 않았다.

자연히 게임업계서 정년퇴직이 가능할 것인지, 퇴직 이후의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회사나 개인은 이에 대한 어떤 준비를 하는지 결정된 것이 없다.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갖췄어도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퇴직 후 치킨집과 같은 창업을 해야 할지, 아니면 창업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은 점점 다가올 것이다.
약 열흘 간 진행된 설문에는 게임업계 종사자 367명이 참가했다.
약 열흘 간 진행된 설문에는 게임업계 종사자 367명이 참가했다.


데일리게임이 6월 20일부터 29일까지 10일간 게임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자 367명 중 238명(64.9%)가 취업에 정년퇴직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332명(90.5%)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더불어 316명(86.1%)이 ‘소속회사의 정년퇴직 연령이 몇 세인지도 모른다’고 답할 정도로 정년퇴직은 지금까지 게임업계 종사자들에게 먼 이야기였다.

게임회사에도 취업규칙에 의해 정년퇴직은 명시돼 있지만, 대부분은 법에 맞춘 만 60세로 한정 짓고 있다. 코딩이나 기획을 잘해도 이 나이가 되면 회사를 나가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답은 우리보다 게임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찾는다(3편). 나아가 신체나이와 상관없이 왕성히 활동할 수 있는 조언(4편)으로 퇴직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자 한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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