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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한 달, 성과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시행된지 한 달이 됐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적 규제 도입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확률을 공개하고 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K-iDEA)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는 자율규제. 한 달간의 성과 및 현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자율규제, 어떻게 되고 있나?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장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은 9일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업체가 게임 이용자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 할 때 획득 확률 및 아이템 구성을 공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게임 사용자들의 지나친 과소비를 줄이고, 사행성 조장을 막기 위해서다.

이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 비율, 획득 확률, 보상 아이템의 가치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게임 관련 규제 이슈에 매번 반기를 들었던 이용자들은 이 개정안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국산 게임들, 특히 모바일 게임의 경우 비즈니스모델(BM)이 대부분 확률형 아이템이었고, 돈을 쓴 만큼의 보상을 얻지 못한 이용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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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게임업계는 자발적으로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며 대응에 나섰다. K-iDEA가 지난해 11월부터 준비해 온 자율규제가 지난 1일부터 시작된 것. 우선은 K-iDEA 회원사들 중심으로 확률 공개 바람이 불고 있다.

넥슨, 넷마블게임즈, 컴투스, 게임빌, 4:33 등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상위권에 올라있는 업체들를 비롯해 대부분의 협회 회원사들은 각 게임의 공식 홈페이지 또는 카페를 통해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하고 있다.

모바일 매출 상위권 중 확률 공개가 되지 않고 있는 게임은 웹젠의 '뮤오리진'과 와이디온라인의 '갓오브하이스쿨'이다. '뮤오리진'의 경우 개발사가 중국 천마시공이다. 웹젠은 K-iDEA 일반회원사로 있는 만큼 개발사를 설득 중이며, 조만간 준비해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와이디온라인은 "아직 확률 공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단 고무적인 것은 K-iDEA 회원사 대부분이 자율규제 움직임에 동참하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컴투스, 게임빌의 게임들의 경우 대부분 게임 내에서 곧바로 해당 아이템의 확률을 확인할 수 있어 카페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었다.

가장 먼저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며 자율규제 불씨를 지폈던 넥스트플로어는 차기작에도 확률을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확률 공개는 전적으로 디렉터 의견에 따르며, 앞으로 나올 게임들은 게임 내에서 확률을 공개할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넥스트플로어는 K-iDEA 소속이 아님에도 자발적으로 아이템 뽑기 확률을 공개한 모범 사례를 남겼다.

◆자율규제 토양 마련을 위한 K-iDEA의 노력

지난해 K-iDEA가 준비하던 자율규제는 확률형 아이템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를 위함이었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 자체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자 지난 4월 자율규제 적용 대상 범위를 전체 이용가에서 청소년 이용가까지 확장했다.

또한 최근 한국모바일게임협회와 MOU를 통해 자율규제 정착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협회가 추진하던 자율규제의 미비점으로 지적됐던 것은 K-iDEA의 회원사 위주로 시행이 된다는 것이었다. K-iDEA의 회원사는 80여 곳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자율규제 정착을 위해서는 그 규모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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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정착을 위해 손을 맞잡은 K-iDEA와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하지만 200여곳의 중소개발 회원사를 보유한 한국모바일게임협회와 손을 잡으면서 이 같은 걱정도 해소됐다. 두 협회 회원사들이 주도적으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자율규제 정착은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K-iDEA는 모니터링 요원 5명을 선발, 전담팀을 꾸렸다.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평가표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객관적 데이터를 체크하는 것이 이들의 업무다. 각 업체들이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는지, 혹은 직접 게임에 들어가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문구를 확인하고 있다. K-iDEA는 8월 중순께 첫 번째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향후 월간 보고서를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또 K-iDEA는 홈페이지를 개편 중인데, 자율규제 코너를 따로 만들 계획이다. 자율규제 홍보를 위해서다. 또한 인증마크를 통해 자율규제를 잘 준수한 게임들이 그 자체로 홍보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엇갈리는 이용자 의견

업계가 지난 1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해 이용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우선 각 아이템들의 획득 확률을 공개하며 확실해진 부분이 있다는 반응이다. 희귀 아이템과 일반 아이템 확률을 따로 명시해 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 결제 여부 선택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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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형 아이템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한 '마영전'.

또한 한 이용자는 "어차피 확률이 공개돼 있건 안돼 있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고자 하는 이용자는 구매를 했을 것"이라며 "담배에 니코틴과 타르 수치가 표시돼 있고 폐암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데도 구매해 흡연한 사람처럼 본인의 책임이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즉 이번 확률 자율 공개안의 요점은 결국 소비자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고, 이 같은 취지에서 봤을때 현재 업계는 이를 잘 지켜가고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부족함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정확한 확률을 공개하지 않고 10~30% 등 뭉뚱그려 표기한 게임이나 이를 바탕으로 확률을 매우 낮음, 낮음, 보통, 높음, 매우 높음으로 표기한 게임도 있기 때문.

10~30%처럼 구간으로 확률을 공개한 경우 기본 확률에 추가로 랜덤 확률이 더해지는 셈이라 체감상 확률이 더 낮게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또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개선·보완점은?

이용자들이 내비친 부정적 의견 대다수는 공개한 확률이 애매하다는 것. 특히 넷마블은 확률 공개 구간을 매우낮음, 낮음, 보통, 높음, 매우높음 등 5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1% 미만, 1~10%, 10~30%, 30~50%, 50% 이상으로 범위를 공지했다. 타 게임들이 아이템 등급별로 확률을 못박아 발표한 것과는 비교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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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의 '다함께차차차2'(왼쪽)와 4:33의 '영웅 for Kakao'의 확률 공개 방식.

그러나 K-iDEA가 제시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넷마블의 표기 방식은 문제가 없다. K-iDEA가 회원사들을 모아놓고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발표회를 했을 때 예시로 든 것이 '구간별 획득 확률 최소-최대값 공개 방식'이다.

K-iDEA는 확률 공개 방법에 대해 '획득 가능한 아이템 목록을 전부 공개하되, 전체 아이템 목록 표기가 어려운 경우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이용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게임업체에게 확률 공개 방법에 자율권을 보장한 셈이다.

이용자들은 업체들이 공개한 확률을 믿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간별로 확률을 범위로 공개한다면 안하느니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대부분의 게임들이 공식 카페를 통해 확률을 공개하고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K-iDEA 측은 "회원사들과 회의를 통해 공개 방식을 자율화 했는데 미비하다면 개선의 여지는 분명히 있다"면서 "이제 막 자율규제를 시작한 만큼 시행을 하면서 개선점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율규제 정착의 기회가 온 만큼 진정성 있는 규제 정책을 수호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 통과된다면 안그래도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게임 산업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럴 때 올바른 자율규제관을 세운다면 새로운 돌파구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는 식의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업계 전체가 진정성 있는 자율규제 정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수는 "일단 스타트는 잘 끊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업계의 의지"라며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자정노력과는 별개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 입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위 교수는 "과거에는 업계가 억지로 끌려다니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나쁘지 않다"며 "업계가 힘을 모아 공세적으로 자율규제를 시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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