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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엔씨-넷마블 손잡은 숨겨진 이유는 합작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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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지난 2월 설을 앞두고 게임업계가 한바탕 요동쳤다. 지난 16일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 주식 2만9214주(9.8%)를 3802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다음 날 넷마블에 자사주 195만주(8.9%)를 3911억 원에 매각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서로의 지분을 주고 받으며 혈맹을 맺은 것이다.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력 1등과 모바일게임 시장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두 회사의 만남을 두고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고, 분석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시선은 '넥슨과 경영권 분쟁 중인 엔씨소프트가 넷마블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였다.

하지만 또다른 가능성이 제기됐다. 바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추진한다고 했던 공동투자 및 협력사업이 바로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이란 것.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2월 17일 전략적 제휴 체결식에서 양사가 서로 보유한 IP를 개방, 각사의 강점과 역량을 최대한 살려 시너지를 꾀한다고 밝혔다. 또 합작회사 설립 및 공동투자는 물론 크로스 마케팅을 통해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고 했다.

하지만 합작회사 설립이나 공동투자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크로스 마케팅이나 IP 제휴에 포커스를 맞춰 부각시켰다. 데일리게임은 그 동안 깔린 복선을 통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협력이 '합작 모바일 플랫폼 설립을 위한 제휴'라고 가정, 퍼즐을 맞춰봤다.

◆'소작농 발언' 김택진 대표, 넷마블과의 제휴 속내는…

지난해 11월 엔씨소프트는 지스타를 앞두고 '현재, 그리고 미래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한 지스타 프리미어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작 게임과 향후 비전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의 포문을 연 김택진 대표는 2012년 지스타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온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택진 대표는 게임 개발사를 '소작농'에 빗댔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매출이 100이라면 개발사가 갖는 수익은 20~30 밖에 되지 않는, 구글, 애플, 다음카카오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현 구조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엔씨소프트의 향후 모든 게임은 모바일과 긴밀하게 연동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고 밝혔다. '소작농' 처지로는 더이상 힘들기 때문에 클라우드를 통한 모바일게임 유통이라는 모험에 나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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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프리미어 당시 '소작농' 발언을 했던 김택진 대표.

하지만 해가 바뀌고 김택진 대표의 입장도 바뀌었다. 넷마블과의 제휴가 바로 그것이다. 제휴 발표회 말미에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 당연히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이번 제휴가 '소작농 발언'과 상충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택진 대표는 "모순이라기 보단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단순 퍼블리싱이라면 굳이 제휴까지 맺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다. 독자 제휴를 통해 모바일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탈소작농, 독자 제휴, 성공적 시장 진입. 이 말들에 내포된 의미를 합쳐보면 넷마블과의 합작 플랫폼을 설립, 이를 통해 게임을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른 플랫폼이 아닌, 합작 플랫폼에 게임을 내면 일단 '탈소작농'이 실현된다. 또 그 동안 플랫폼 관련 작업을 해온 넷마블과의 제휴로 클라우드를 통한 전세계 서비스라는, 모험적인 계획보다 훨씬 안정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넷마블과의 제휴는 '모바일 세계라는 우주에서 엔씨소프트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김택진 대표의 고민에 대한 해답인 셈이다.

◆넷마블, 모바일 플랫폼 숙원 푸나?

국내에서 1등 모바일게임사로 발돋움한 넷마블에게 있어 항상 아쉬웠던 것은 플랫폼이다. 다양한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카카오 기반 게임들이기 때문. 실제로 넷마블은 전담팀을 꾸리고 독자 플랫폼 출시를 준비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텐센트로부터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방준혁 의장은 "넷마블은 이미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기술과 실질적인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는 준비를 다 마친 상태"라며 "향후 독자적인 넷마블 게임만으로도 플랫폼 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플랫폼 사업자로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넷마블이 독자 플랫폼을 출시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다. 바로 카카오 때문이다. 이미 카카오가 국내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넷마블이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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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방준혁 의장은 "게임을 많이 모아놨다고 해서 이용자가 모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플랫폼을 잘 활용하는 것이 시기에 맞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방준혁 의장의 말처럼 넷마블은 카카오게임을 통해 다양한 게임을 출시했다. 현재 넷마블이 라이브 서비스하는 모바일게임은 41종으로, 이 중 자체 서비스 8종, 아프리카TV 1종을 제외한 32종이 모두 카카오게임을 통해 출시됐다. 특히 넷마블의 매출을 이끄는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몬스터길들이기' 등 이른바 '넷마블 3총사'는 모두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출시된 게임들이다.

2014년 넷마블은 매출 5756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넥슨, 엔씨소프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035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7.9%에 그친다. 구글, 애플은 물론 다음카카오에도 상당수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만큼 넷마블 입장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넷마블은 플랫폼 사업을 위한 행보를 보여 관심을 모았다. 지난 2월 '넷마블 스토어'라는 상표권을 정식 출원한 것이다.

넷마블은 '레이븐', '크로노블레이드' 공동 프로모션 제휴를 체결하면서 네이버와도 손을 잡았다. 일단 '레이븐'은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하다. 만약 엔씨-넷마블의 합작 플랫폼이 설립된다면 이용자들이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엔씨, 넷마블 주식 비싸게 산 게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 주식을 인수한 뒤 주가가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넷마블의 주식을 지나치게 비싸게 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넷마블의 기업가치를 너무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

비상장사인 넷마블의 가치는 삼일회계법인(PwC)의 기업가치 평가에 따라 결정됐다. 당시 윤재수 엔씨소프트 CFO는 "넷마블이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기업 가치에 대해 여러 고민을 했다. 회계법인에 맡겨서 회사의 작년도 연말 결산 실적을 감안해 기업 가치를 산정했다. 향후 시너지를 고려하면 오히려 싸게 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가 평가한 넷마블의 기업가치는 약 4조 원이다. 넷마블이 텐센트로부터 5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지난 2013년의 2조 원 보다 두 배나 커졌다.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급하게 파트너를 찾다보니 제값보다 비싸게 넷마블의 지분을 매입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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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넷마블 지분 매입을 놓고, 엔씨소프트를 재무적투자자(Financial Investors, 이하 FI)가 아닌 전략적투자자(Strategic Investors, 이하 SI)로 보면 달리 해석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I는 매출, 재무제표를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만큼 투자하니, 감시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얘기다. 그와 더불어 여러가지 계약을 통해 다양하게 지분가치를 평가한다. FI의 경우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지분가치를 100%로 해서 투자하지만, SI는 두 회사간 참여 목적 및 경영권 참여 정도에 따라 지분 가치를 50%로도, 200%로도 산정하기도 한다. SI는 미래에 함께 할 것들을 짜고 들어오기 때문에 이번 엔씨소프트의 넷마블 매입은 SI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윤재수 CFO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넷마블이 그 동안 준비해온 플랫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이와 더불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향후 시너지를 고려한다면 절대 비싸게 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핵심은 네이버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플랫폼을 내놓는다고 해도 당장 카카오의 벽을 넘긴 힘들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 이용자 DB는 '넘사벽'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플랫폼에 네이버가 가세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네이버의 국내 검색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온라인 쪽에서는 카카오 못지 않은 이용자 DB를 보유한 네이버다. 만약 합작 플랫폼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이 '레이븐'과 같이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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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네이버 아이디가 없는 이용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 모바일게임을 즐길 수 있고,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회원 DB를 모으기 위해 고생할 필요가 없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국내 온라인 포털 패권을 장악한 네이버는 모바일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상반기 출시될 예정인 네이버페이는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넷마블과 네이버가 마케팅 제휴를 맺은 '레이븐', '크로노블레이드'의 경우 네이버페이로 결제가 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향후 합작 플랫폼에서 출시되는 게임들의 인앱 결제가 네이버페이로 이뤄진다면 네이버는 상당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작 플랫폼이 나올지는 미지수이나, 카카오가 가진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만약 넷마블-엔씨-네이버의 실험이 성공하면 카카오 일변도의 국내 게임 시장은 사뭇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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