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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소' 홍석근 "게임 속 이름 출연, 내 의지 아냐"

◇엔씨소프트 홍석근 리드 프로그래머

'블레이드앤소울'의 팬이라면 홍석근이란 이름 석자는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됐을 것이다. 악당 진서연으로부터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비천검과 목숨을 내놓는 정많은 사부로 묘사되기 때문.

3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만드는 게임 캐릭터에 내 이름을 새긴다는 것이 부러울법도 하건만, 엔씨소프트의 홍석근 리드 프로그래머는 내심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배재현 PD의 강요에 따른 원치 않는 출연이어서다. 홍씨는 "게임 속 홍석근이 등장한지 5분만에 죽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는 '블레이드앤소울' 개발에 있어 심장같은 존재다. 리드 프로그래머로서 그는 기획자가 머릿속에 그린 내용을 눈에 보이는 실체로 척척 구현해낸다. 그래픽팀과 서버, 클라이언트팀으로 구성된 3개 개발조직을 두루 아우르며 온전히 게임이 개발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가 '블레이드앤소울'에서 맡은 중책을 생각한다면 홍석근이란 이름 석자가 주요 캐릭터에 투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야를 밥먹듯이 하는 팀원들에게 "건강을 생각해서 제발 집에 좀 가라"고 푸념한다던 그의 모습은 관대한 외모를 가진 게임속 홍석근과도 어딘가 닮아 있었다.

다음은 홍석근 리드 프로그래머와 나눈 일문 일답.

Q 게임 속 사부로 출연한다. 기분이 어떤가?
A 내 의지가 아니었다. PD가 넣으라고 해서 넣은 것이다. 나 말고도 같이 일하는 팀원들 다수가 게임 속에 등장한다. 스탭 롤의 변형된 형태라고 생각해달라. 개인적으로는 홍석근이 등장한지 5분만에 죽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홍석근이 사망했다. 그는 다시 게임에 등장하는가?
A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인데 나도 궁금하다. 시나리오팀에서 절대 안가르쳐준다.

◇"우리 서로 닮았나요?"

Q 프로그래머로서 블레이드앤소울에 공을 들인 부분은?
A 무협게임의 핵심은 경공술과 전투로 대변되는 액션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머로서 액션 연출에 가장 공을 들였다.

Q 지난 2차 비공개테스트 때 캐릭터 위치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현상이 있었다.
A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테스트를 한다. 생각보다 많은 피드백이 들어왔다. 현재까지 발견된 문제점은 모두 해결됐다고 보면 된다. 온라인게임 특성상 완벽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최대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Q 최적화는 어떻게 진행됐나?
A 최적화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는 등 신경 쓴 부분이다. 이때문에 아트팀과 다투기도 많이 다퉜다. 내부적으로 초저사양이란 옵션을 맞춰놓고 테스트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5년 전 PC로 테스트하기도 한다. 현재 내부적으로는 엔비디아 지포스 8600을 최저사양으로 잡고 있다.

Q 블레이드앤소울이 액션성을 강화하다보니 게이머가 피로감을 느낄 것 같다.
A 피로도 문제는 내부적으로 낙관하고 있다. 지난 두번의 테스트를 통해 긍정적인 자료를 확보했다.

Q 스마트 디바이스와의 연동도 염두에 두고 있나?
A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준비하고 있다. 전작들보다 더 많은 요소를 모바일 기기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Q PvP 위주인 게임이다. 대규모 전투(RvR)에 대한 계획은?
A 2차 비공개테스트 이후 내부적으로 화두가 된 것이 RvR이다. 준비 중이다.

Q 언리얼엔진3로 개발됐다. 이 엔진의 장점과 단점은?
A 기능 자체도 좋고 많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엔진이다. 단 유저인터페이스(UI)가 다소 불친절하다. '블레이드앤소울' 개발을 위해 언리얼엔진3의 UI는 우리가 다시 만들어 사용했다.

Q 3차 비공개테스트에서 주요 이슈는?
A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성 체크다. 게임 서비스가 직면하다보니 게임 말고도 만들어야할 게 굉장히 많더라. 팀원들이 게임만 만들면 안되냐고 하소연까지 한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우리가 만든 결과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블소' 홍석근 "게임 속 이름 출연, 내 의지 아냐"

Q 블레이드앤소울은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6개로 한정됐다.
A 기본 스킬 입력키는 6개지만 스킬 갯수는 타 MMORPG보다 많은 편이다. 많은 스킬들이 숨겨져 있고 조건이 갖춰질때마다 관련 스킬이 튀어나오는 식이다. 근데 이 방식이 컨셉은 쉬웠지만 구현하기가 힘들었다. 기술적으로 어렵진 않았지만 실험도 많이하고 다시 만드는 과정이 길었기 때문이다.

Q 블레이드앤소울이 존 방식을 도입했는데 로딩이 짧은 편이다.
A 개발 초기에는 딱딱 끊어지고 로딩도 잦았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어떻게든 미리 이용자의 경로를 예측해 미리 로딩하도록 했다. 지금도 이부분이 내부 개발 이슈중 하나다.

Q 실제 서버 가용 인원은 얼마나 되나?
A 정확한 숫자 표현은 힘들지만 타 MMORPG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Q 용량 최적화는 어떻게 했나?
A '블레이드앤소울' 클라이언트 용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2차 테스트 버전이 6기가 정도였다. 개발 초기부터 용량을 크게 하면 안된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고 각종 기술을 구현함에 있어서도 그쪽에 특히 초점을 맞췄다.

Q 블레이드앤소울의 예상동시접속자수는?
A (웃음)100만명 정도 생각한다.

Q 100만명이 들어와도 서버 과부하 안걸리나?
A 물론이다.

'블소' 홍석근 "게임 속 이름 출연, 내 의지 아냐"

Q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기획이 있었나?
A 초기 기획단계에서 황당하거나 무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대부분 잘됐다. 참고로 오토타겟팅 시스템은 내가 가장 반대했다.

Q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이 자리를 빌어 PD님에게 이젠 새로운 것 말고 뻔한 것 좀 만들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팀원들은 이제 집에 좀 들어갔으면 좋겠다. 게임을 개발하다보면 팀원들이 개발에 취해 밥먹듯 철야를 하거나 주말에도 일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게 독이다. 개발자들도 다 지식노동자인데 밤새서 하루치 일한더고 얼마나 더 하겠나. 컨디션 관리해주면서 오래 일하는 것이 관건이다.

Q 프로그래머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A 게임 프로그래머라고 해서 게임 많이 안해도 된다.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한 조건은 학교 수업을 잘 듣는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고 많이한다고 좋은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열심히 한다고 코드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전산학을 잘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참고로 인력을 뽑을 때도 학교 공부 잘하는 사람을 뽑는다.

Q 블레이드앤소울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오랫동안 만들었고 오랫동안 기다리시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열심히 만들고 있고 공개되면 재미있게 플레이해 달라.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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