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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근이영양증' 김동환군 "게임으로 세상과 소통"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전국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e스포츠 대회가 막을 올렸다. 이날 행사는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정신지체 등 약 1500여명의 장애학생을 비롯해 교사, 학부모, 일반학생 등의 참여 속에 진행됐다.

주최측인 CJ E&M 넷마블은 장애학생의 정보격차 해소, 장애인식개선 및 장애학생의 건전한 여가생활 개발을 위해 이번 행사를 개최했다고 한다.

실제 행사장 내에서도 장애학생을 포함한 학부모, 교사, 일반학생 등이 삼삼오오 모여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적어도 행사장 내에서 만큼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 곳은 장애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놀이터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장애학생 e스포츠 대회 특성상 참가자들 다수의 몸이 불편했기에 여느 행사장처럼 시끄럽거나 복잡하지는 않았다.

특히 참가자들 다수는 시력이 안좋거나 거동이 불편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태반이었고, 청각장애로 귀가 들리지 않는 어린이, 후천성 희귀병을 앓게돼 지체장애가 온 학생까지 이들의 모습을 지켜 보는 것도 쉽지 많은 않았다.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하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여느 때와 달리 이번 행사에서는 유독 나이 어린 장애학생들의 참가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온라인 야구게임 '마구마구' 대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행사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활짝 웃는 미소로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어땠을까. 행사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희귀병 '근이영양증' 김동환군 "게임으로 세상과 소통"

1997년, 인천 출생인 김동환 군은 유년시절 또래 아이와 다를 바 없는 활발한 아이로 자랐다. 유달리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 김동환 군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도 또래 친구들과 장난을 치거나 함께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무렵 김동환 군에게 알수없는 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허리는 물론 팔, 다리 등 골격근의 퇴화로 거동이 불편해진 것. 이 병의 무서움은 시간이 지날 수록 근육이 약화돼 걷는 것 조차 힘들어진다. 근이영양증이라 칭해진 이 병은 현재까지도 희귀병으로 알려져 있다.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게임하는데 지장은 없잖아요. 마우스와 키보드를 누를 힘만 있으면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김동환 군의 첫마디 였다. 김동환 군은 겉보기와 달리 성격도 쾌활했고, 자신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스스로를 새삼 대견스러워했다. 김 군이 온라인게임을 시작한 것은 약 2년 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온라인게임을 선택했다고 한다.

"온라인 상에서 친구들과 만나 게임을 하면 정말 재미있어요. 가끔 몸이 불편한 것도 잊어먹을 때도 있을 정도니까요. 특히 가상공간에서 채팅도 하고 노래도 듣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 같아요."

김 군이 주로하는 게임은 '마구마구'와 '메이플스토리' 비교적 간단한 컨트롤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다반사다. 특히 '마구마구'의 경우 큰 조작없이 버튼 3개만으로도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즐겨한다고 한다.

"마구마구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금방 익숙해지기 때문에 쉽게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잖아요. 이런 게임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나오는 게임들 보면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이 많아요.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다양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희귀병 '근이영양증' 김동환군 "게임으로 세상과 소통"

김동환 군처럼 몸이 불편한 학생들의 경우 바깥에서 하는 놀이 보다 집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게임 등을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들에게 게임은 하나의 놀이 문화이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는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어 원통할 따름이다. 게임의 단적인 면만으로 게임산업이 유해매체로 몰리는 것이 이번 사례를 보더라도 이치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김동환 군에겐 꿈이 있다. 장애는 그에게 불편이라는 과제를 남겨줬지만 게임과 소통,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희망을 안겨줬다.

"게임 속에서만큼은 모두가 평등한 것이 너무 좋아요. 쉽고 간편한 게임이 별로 없어 게임을 즐기는 데 한계도 있어 아쉽지만, 이 상태로도 만족해요. 바람이 있다면 더 쉽고 재미있는 게임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기대해도 되죠."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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