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슨은 크게 언성을 높였다가 두 주먹을 꾹 쥐고 돌아섰다. 그리고 깊이깊이 심호흡을 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르더니 테이슨이 한층 진정된 목소리로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내가 널 잘못 본 모양이다.”
“……!”
실망감이 가득 묻어 나오는 테이슨의 태도에 천하의 티노도 말문이 막혔다.
“영리한 아이라 생각했다. 대범하고 믿을 수 있는 아이라 생각했어.”
“…….”
“자신의 수준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공을 세울 욕심에 앞뒤 분간 못 하는 녀석이라곤 생각 못 했다.”
테이슨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타당한 말이었지만 듣기 껄끄럽다 못해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티노로서는 자신의 실력은 물론 모든 상황을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저지른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테이슨의 신뢰를 되찾고자 그걸 고스란히 털어놓을 순 없었다. 티노가 찾고 있는 은인일지도 모르는 테이슨에게 그런 식으로 보이는 건 괴롭지만 말이다.
“하아…….”
무거운 한숨을 깊이 토해 낸 테이슨은 티노를 돌아봤다.
“시문 님의 공방을 조사하는 건 이제 그만해라.”
“예?”
생각지 못한 말에 티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테이슨을 올려다봤다. 테이슨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고 그의 눈엔 지금껏 그에게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엄격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더는 널 믿고 일을 맡길 수 없다.”
“…….”
“그리고 믿을 수 없는 너를 사관학교에 추천할 수도 없다.”
티노의 속은 몹시 복잡했지만 반발의 여지도 없이 딱 자르는 테이슨의 태도에 그저 입을 굳게 다물 수밖에 없었다.
사관학교를 깨끗이 단념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던 티노에게 달콤한 제안을 한 것은 테이슨 쪽이었다. 그 덕분에 갑자기 순조로워진 미래를 계산하면서 조금은 유치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좋아했었다. 어차피 한 번 단념했던 길이라 해서 두 번 단념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크게 기대했던 만큼 처음보다 더 큰 상실감이 들었다.
‘하지만…….’
티노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요. 실망시켜 죄송합니다.”
이 대가가 티노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아르카를 살린 값이라 생각하면 싸게 먹힌 거다. 그리 생각하자 상실감이나 실망감은 깨끗이 사라졌다.
티노는 침대에서 내려와 상의를 벗었다. 드러난 티노의 몸은 온통 흉터투성이였다. 그중엔 당시 꽤 심각했을 법한 것들도 많았다. 테이슨은 그것을 놀란 눈으로 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은 티노는 그 외의 소지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조끼를 걸친 뒤 협탁 위에 놓여 있는 소지품을 곳곳의 주머니에 넣었고, 허리띠를 매고 작은 가죽 주머니를 걸고 총과 단검을 챙겼다. 백팩을 등에 메고 마지막으로 고글을 꼈다.
생각보다 반응이 약해서인지 테이슨은 조금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실망감은 사라졌어도 그에게 넉살을 떨 기분까지는 아니었다.
“전 그만 가 볼게요. 벌써 날이 밝았네요.”
티노가 환한 창밖을 흘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