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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칼럼] 스타1, 구식 UI를 버려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개발자이자 게임작가인 동시에 열혈 게이머인 필자 '소금불'의 개발자 칼럼 코너입니다. '소금불' 필자가 현업 경험을 살려 다양한 시각으로 게임과 관련된 주제를 풀어 독자 여러분께 알기 쉽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주 >

[글='소금불' 김진수] 한국인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ASL'의 흥행에 이어서 스트리머 대회인 '스낳대'의 뜨거운 관심까지 '스타1'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e스포츠의 본산인 OGN의 몰락 이후 그 존재감도 희미해질 법하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죠. 국민적 인지도, 세월을 타지 않는 고유의 재미, 선수 출신 BJ들의 활약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협동게임의 피로감 탓에 1대1 게임이 재조명 받는다는 문원빈 기자의 분석[1]이 제일 유력해 보입니다.

이쯤 되면 메인 e스포츠의 가능성을 재검토해볼 만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한계 때문에 여전히 그 미래가 불투명하죠. 'ASL'은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신입 선수가 없는 한 그들만의 리그로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e스포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선 새로운 유저는 필수입니다. 고전 게임의 한계, 경쟁 게임의 등장 등 '스타1' 신규 유저를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이 있겠지만, 필자가 눈여겨본 점은 바로 인터페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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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평균조회수 10만을 기록한 'ASL 시즌11(왼쪽)'과 결승전 시청자 수 46만 을 기록한 '스낳대' 결승전.
◆넌센스 UI

본진 건물을 일일이 클릭하며 유닛을 뽑다가 '어택땅'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아무런 전술적 컨트롤도 받지 못한 채 전멸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스타2'의 건물 그룹지정은 이런 고질적인 불편함을 해소했죠. 또한 유닛 부대지정수 무제한, 자동 일꾼 광물 캐기 등 모든 면에서 전작의 편의성을 앞섰습니다. 심플함과 직관성을 최고 미덕으로 꼽는 유저 인터페이스(UI)의 설계 원칙을 충실히 따른 거죠.

그러나 '스타2'보다 한참 뒤에 발매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고유의 게임성보존'이라는 원칙 아래, 인터페이스 변경을 최소화했습니다. 리마스터 발매 당시, 대체로 이 결정을 따르는 분위기였지만 필자는 굉장히 의아했습니다. 업그레이드 항목에 그래픽, 사운드만 넣고 인터페이스를 빼 버린 꼴이었죠. 대체 '고유의 게임성'이란 게 무엇일까요? 이 의문은 e스포츠의 본질을 따지는 일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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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선택을 해야 하는 1탄의 팩토리(좌)와 그룹 선택이 가능한 2탄의 군수공장. 과연 어떤 UI를 택하는 것이 좋은 게임성일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임진록'에서의 3연벙, '몽상가'의 할루시네이션 리콜, '대인배' 김준영의 소떼 운영(울트라리스크)까지, 모두가 선수의 기지와 경험에서 나온 전략들입니다. 이 전설같은 명경기들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장르가 무엇인지 온전히 보여주죠. 초반 빌드 싸움과 중반 운영, 그리고 후반에 뺏고 뺏기는 멀티 공략까지 대부분의 승부를 가리는 것은 플레이어의 판단력입니다. 이런 심리적인 면에서 대범한 선수만이 여태껏 e스포츠 영광의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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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명경기로 꼽히는 강민의 할루시네이션 리콜 장면.
생산력도 고수를 따지는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이 최우선은 아닙니다. 일부러 '불편함'을 강요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피지컬로 게이머 순위를 매기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요? 이것은 넌센스입니다. 기계적인 커맨드 입력 노가다 하나때문에, 프로게이머의 한계가 규정돼선 안 됩니다. 심리전이 핵심인 RTS 장르에 위배되는 일이죠. 건물 그룹지정과 일꾼 자동 광물 캐기, 두가지만 추가돼도 이용자는 보다 수월하게 전략을 짜는 재미에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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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동의 뮤탈 뭉치기 수가 몇 배가 되면 밸런스가 깨질 수 있어서 유닛 부대지정 숫자(12)는 예외로 할 수 있겠다(제동TV 유튜브).
◆UI 2.0의 두 가지 효과

학부모가 된 올드팬이라면 한 번쯤, '3대3 헌터'에서 자식과 함께 팀워크를 다지고 싶은 소망이 있을 것입니다. 허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죠. 요즘 게이머들에게 이런 구식 인터페이스의 고전 명작은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편의성 개선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이들에게도 '스타1'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이용자 풀이 확대되면 의욕 있는 신인 선수도 많이 등장하고, 두터운 선수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대 중반만 되도 피지컬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직종보다 활동기간이 짧은 프로게이머들의 숙명같은 문제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올드 프로게이머의 컴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생산력 저하 문제가 해결되면서, 많은 경험으로 다져진 센스를 무기로 현 세대 선수들과 멋진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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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기를 끌었던 선수복귀 예능 프로그램. 일치감치 'UI 2.0'이 있었다면 좀 더 오래 현역에서 몽상가다운 활약상이 나오지 않았을까?
◆보다 너그럽고, 더 큰 민속놀이가 되기를

둔탁하게 울려 퍼지는 발업 질럿의 광선검, 본진 건물들을 찢어발기는 아드레날린 저글링의 발톱, 결전을 위해 아꼈던 스팀팩 하나를 흡입하는 마린의 거친 숨소리, 이 모두가 오랫동안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애정을 품고 있는 팬들과 과거의 영광을 짊어진 BJ들이 '스타1' 문화의 중심에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니, 팬이 있는데 어떻게 스타리그가 끝날 수가 있나?'

-2012년 마지막 스타리그 후일담, 엄재경 해설위원-

십여 년 전, 한탄 섞인 엄재경 해설의 말[2]처럼 많은 팬들이 있는 한,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이유가 없습니다. 지상파 방송이 저물고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플랫폼 전환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타이밍입니다. 새로운 팬과 선수의 유입이 최대 숙제인 상황에서, UI 2.0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봅니다.

UI 2.0의 패치작업 수준과 양은 블리자드에게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UI 2.0으로 재정립된 '스타1' e스포츠에 대한 공감대와 개발사의 재검토가 필요할 뿐이죠. 우리의 '민속놀이'는 구시대의 인터페이스를 버려야 새로운 가능성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조1: [시선2.0] 스타크래프트 '방송계서 인기 역주행 비결은?' (21.07.20 GAMEPLE 문원빈기자)
참조2: 해설계 레전드 엄재경편 (21.07.10 YOUTUBE 강민tv)

정리=이원희 기자(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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