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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신작에 손이 가지 않는 이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2 레저렉션' 오픈 베타 테스트가 최근 진행됐습니다. PC와 콘솔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게임의 콘텐츠 일부를 즐길 수 있었는데요. 왕년의 '국민 게임'의 리메이크 소식에 많은 게이머들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기자 또한 '디아블로2'와 함께 청춘을 보낸 바 있습니다. 아시아3 서버에서 가장 먼저 네크로맨서로 99레벨에 도달하기 위해(결국 2등으로 만렙에 도달했지만) 밤낮 없이 '디아런' 릴레이 방을 돌았습니다. 덕분에 전성기 류현진의 방어율과 필적할 학점을 받았을 정도인데요. 복사 파동과 서버 불안 등의 문제로 결국 게임을 접었지만 '디아블로2'의 게임성은 당대 최고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디아블로2'를 "서버만 안정적이면 다시 하고 싶다"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기자 또한 그런 바람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그 일이 '디아블로2 레저렉션' 출시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4K 그래픽과 다양한 해상도 지원을 무기로 한 '디아블로2 레저렉션'. 많은 이들이 과거 추억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손이 가지 않습니다. OBT 기간을 그냥 지나보냈습니다. 장시간 플레이를 요하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시작하기 부담스런 측면이 컸습니다. 캐릭터마다 만렙을 찍고 아이템을 마련하고 룬워드에 참까지. 이미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할 수 있기에 더욱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게임 정식 출시 후에도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이유로 RPG 신작은 가급적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국내 MMORPG들은 장시간 육성이 필요하고 일명 '숙제'라 불리는 일일 퀘스트 진행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분명 재미는 있겠지만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은 일상 생활에 부담을 주기 마련입니다. 또한 다양한 즐길거리가 많은 요즘 시대에 여가 시간을 게임에만 할애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확률형 BM이 적용된 국산 게임의 경우 시간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금액의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제대로 즐기기 어렵기까지 하죠. 막대한 비용과 많은 시간 투자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매럭적인 신작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에서는 게임에 대한 규제 소식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미권에서는 청소년 대상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고, 중국 정부는 미성년자 대상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주 3시간으로 제한하는 강도높은 규제안을 발표했습니다. 과몰입과 확률, 두 가지 측면에 대한 규제가 확산되고 있는데 한국산 게임의 해외 서비스에 지장을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규제와 무관하게 국내 이용자들의 게임 선택 기준도 바뀌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과금 부담이 덜한 '로스트아크'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펄어비스 '도깨비'가 다른 신작들보다 더욱 주목받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제 특별히 새로울 것 없는, 겉모습만 바뀐 양산형 게임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마케팅 물량 공세를 해도 콘텐츠적인 측면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BM에 대한 고민과 연구보다 참신함과 혁신에 대한 열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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