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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칼럼] 게임패스, MS표 게임제국 될까?

개발자이자 게임작가인 동시에 열혈 게이머인 필자 '소금불'의 개발자 칼럼 코너입니다. '소금불' 필자가 현업 경험을 살려 다양한 시각으로 게임과 관련된 주제를 풀어 독자 여러분께 알기 쉽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주 >

[개발자 칼럼] 게임패스, MS표 게임제국 될까?
[글='소금불' 김진수 잼아이소프트 대표] MS의 핵심병기, 게임패스가 여러 곳에서 승전보를 울리고 있습니다. 구독자 2300만 명 돌파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iOS 플랫폼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게다가 액션의 세가, JRPG의 스퀘어에닉스, 스포츠의 EA 등 각 장르의 명가들이 줄줄이 MS와 손을 잡으며 게임패스의 카달로그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소니 독점작의 게임패스 입점은 판권에 따른 단발성 해프닝에 불과했다. 그러나 게임패스의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사진 출처=엑스박스닷컴).
소니 독점작의 게임패스 입점은 판권에 따른 단발성 해프닝에 불과했다. 그러나 게임패스의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사진 출처=엑스박스닷컴).
MS의 꿈은 단순합니다. 2억 구독자 수를 돌파한 넷플릭스처럼 게임 구독시장의 1인자가 되고, 더 나아가 게임시장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과연 게임제국을 달성하려는 MS의 야심이 현실화될까요? 필자가 직접 그 가능성에 대해서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어떤 플랫폼에도 게임패스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MS의 속셈이 깔려 있는 장면(사진 출처=Microsoft Research 유튜브).
어떤 플랫폼에도 게임패스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MS의 속셈이 깔려 있는 장면(사진 출처=Microsoft Research 유튜브).
◆가능성1, 온라인게임 흥행 촉진제

하나의 플랫폼에 머무는 다수의 고정 이용자는 많은 시너지를 보장합니다. 2000만 게임패스 이용자는 온라인게임 개발사에게 기회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용자는 별 거부감 없이 신작 멀티플레이어 게임에 접근할 수 있고, 개발사는 그렇게 확보된 이용자를 대상으로 원활한 콘텐츠 운영과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바이크 경주게임 '디센더스'의 개발사도 게임패스 입점효과를 톡톡히 봤다(사진 출처=퓨어박스 인터뷰).
바이크 경주게임 '디센더스'의 개발사도 게임패스 입점효과를 톡톡히 봤다(사진 출처=퓨어박스 인터뷰).
8년 전 이전 세대 엑스박스를 론칭할 때 MS는 부족한 게임 라인업 때문에 '스포츠 박스'라는 오명을 얻은 적이 있었죠. 이제는 그 굴욕의 별명이 찬사로 바뀌었습니다. 스포츠게임의 명가 EA와 게임패스의 컬래버는 게임패스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스포츠게임들은 시즌제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매년 추가 지출 부담없이 게임패스를 통해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패스라는 독특한 플랫폼은 e스포츠 흥행의 촉진제도 될 수 있습니다.

게임패스를 통한 '버추얼파이터' 시리즈의 부활도 기대해 볼만하다(사진 출처=세가 유튜브).
게임패스를 통한 '버추얼파이터' 시리즈의 부활도 기대해 볼만하다(사진 출처=세가 유튜브).
◆가능성2,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

필자는 한 가지 엉뚱한 조세정책을 머릿속에 떠올린 적이 있습니다. 모든 게이머에게 약간의 세금을 걷어 인디게임 발전기금을 조성하고, 그렇게 제작된 콘텐츠를 모두에게 무상으로 배포하는 것입니다. 그런 시스템이 구축되면 영세한 크리에이터들은 AAA게임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휴먼 폴 플랫' 또한 게임패스를 통해 많은 이용자들과 만났다(사진 출쳐='휴먼 폴 플랫' No Brakes Games).
'휴먼 폴 플랫' 또한 게임패스를 통해 많은 이용자들과 만났다(사진 출쳐='휴먼 폴 플랫' No Brakes Games).
게임패스가 이 생각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유료 구독자들은 부담없이 다양한 게임에 접근할 수 있고, 소규모 개발사는 수월한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MS는 게임패스에 풍성한 카달로그를 꾸릴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1석 3조인 거죠. 게임패스는 멋들어진 AAA게임과 기발한 인디게임이 공존하는 건강한 게임 콘텐츠 생태계가 될 수 있습니다.

◆의문점1, 어른이 된 '닌텐도 키드'의 게임불감증

음식물을 소화할 위장의 공간이 한정돼 있는 것처럼, 게임도 피로도가 따르는 유희활동으로서 그 한계가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게임패스의 유사성과 성공을 예측하는 언급은 많습니다만, 한 가지 놓친 사실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플레이 시간이 다르다는 점이죠. 영화보다 투자해야 할 시간이 더 많은 게임은 과연 어떨까요?

어릴 적, '마리오'에 열광한 닌텐도 키드들은 이제 제법 주름살이 든 어른이 됐습니다. 게임이 넘쳐나는 시대, 피곤한 그들은 이제 돈보다 시간이 귀해서, 게임의 가치에 따라 꼼꼼히 순위를 매기고 플레이타임을 할애합니다. 매일 무작위로 차려진 뷔페 음식점에 가기 보다는 맛집에서 최고로 꼽는 요리 하나를 먹는 게 낫습니다. 과연 게임패스가 깐깐한 3040 게이머의 니즈에 정확히 부합하는, 유일한 최선책이 될까요?

"스팀 라이브러리에 게임을 쌓아 놓고 안 하다가, 이제는 구독을 끊고 게임을 안 하는 시대가 왔다!"

한 네티즌의 농담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게이머라면 수십, 수백 개씩 게임 라이브러리를 보유하면서 정작 엔딩을 본 비율은 절반도 안되는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게임을 잔뜩 깔고 여러 번 갈아타기를 하다 보면, 게임불감증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목록만 한 시간 동안 뒤지다가 TV를 끄고야 마는 '넷플릭스 증후군'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죠.

'넷플릭스 증후군'과 게임불감증의 메커니즘은 비슷하다(사진 출처=픽사베이).
'넷플릭스 증후군'과 게임불감증의 메커니즘은 비슷하다(사진 출처=픽사베이).
게임패스의 방대한 게임들을 간편하게 이용하는 것도 그런 함정이 있습니다. 물론 한두 개 할 게임만 인스톨해서 즐기는, 절제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이머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결국 이런 의구심들이 게임패스 구독자 유지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피로감과 만족도 저하를 불러일으킨다는 '선택의 역설'(사진 출처=픽사베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피로감과 만족도 저하를 불러일으킨다는 '선택의 역설'(사진 출처=픽사베이).
◆의문점2, 100대1

플랫폼 흥행에는 늘 킬러 타이틀 확보가 공식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인기 많은 뷔페가 미슐랭 일식집의 초밥 하나의 가치를 상쇄할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게임패스에 입점한 100개의 게임이 명작 하나의 고유한 재미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여지껏 게이머들은 늘 자기가 제일 하고싶은 게임, 그런 작품들이 있는 플랫폼을 택했습니다.

닌텐도 명작 '젤다의전설: 야생의 숨결'을 대체할 만한 타이틀은 많지 않다(사진 출처=닌텐도).
닌텐도 명작 '젤다의전설: 야생의 숨결'을 대체할 만한 타이틀은 많지 않다(사진 출처=닌텐도).
넷플릭스가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성공한 가장 큰 원인은 꾸준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입니다. 풍부한 클래식 명작을 보존하거나, 철 지난 게임을 들여오는 것만으로 구독자 유지를 보장하기는 어렵습니다. 핵심은 매력적인 신작과 그것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점은 다른 플랫폼의 존재감을 지우는 척도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배데스다 인수로 그 가능성에 불은 지폈지만, AAA게임 제작은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게임패스의 흥행은 이 문제의 해결속도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쇼에서 보여줄 MS의 히든카드는?

필자는 다른 플랫폼과 조화를 이루며 게임패스가 멋진 MS표 게임월드가 되길 바랍니다. 그 희망이 어찌됐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게임패스가 게임시장을 제패할지, 또 하나의 괜찮은 플랫폼으로서 콘텐츠 생태계의 일부가 될지는 천천히 지켜봐야할 일입니다.

올해는 차세대 콘솔 발매 1주년을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여름 밤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불꽃놀이처럼, 6월에 있을 게임쇼에서 MS가 쏘아 올릴 새로운 카드들을 바라보며, 또 하나의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들의 역할이 여러모로 의미가 많다(사진 출처=엑스박스닷컴).
이들의 역할이 여러모로 의미가 많다(사진 출처=엑스박스닷컴).

정리=이원희 기자(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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