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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미나리, 아카데미, 고티

'라오어2'에서 기타를 치며 조엘을 추억하는 엘리의 모습.
'라오어2'에서 기타를 치며 조엘을 추억하는 엘리의 모습.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명품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낯선 땅인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는 미국 자본으로 제작됐지만 윤여정과 한예리 등 한국 배우 다수가 출연했는데요.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 중 하나인 아카데미에서의 여우조연상 수상은 한국 영화계에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해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포함 4관왕에 오르며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기생충'은 전 세계 여러 영화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독식하다시피 했으며, 여러 나라에서 많은 관람객을 모으며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한국 영화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며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의 경우 아카데미와 같은 권위 있는 시상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 TGA)'의 공신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데요. 'TGA'가 선정하는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수상작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꼭 플레이해야 할 타이틀로 인식될 정도로 확실한 재미를 보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TGA'에서는 화제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이하 라오어2)'가 '올해의 게임' 상 포함 7관왕에 올랐습니다. '라오어2'는 전편 주인공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원작 팬들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어 시상식마다 상을 쓸어담은 바 있는데요. 'TGA'에서도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은 덕분에 '고티'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지난해 'TGA' 수상작 명단에서는 한국 게임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 게임업계는 지난해 1조 매출을 돌파한 기업만 다섯 개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도 많은 신작을 출시했지만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는 수상작은커녕 유력 후보조차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대목은 앞으로도 이같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국내 주요 업체들의 올해 신작 라인업을 살펴보면 MMORPG 비중이 여전히 높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단순 반복 플레이를 강요하는 게임성으로는 그래픽과 사운드가 훌륭하다는 이유로 상을 주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게임끼리 경쟁하는 국내 시상식이 아니라면 말이죠.

국내 업체들의 단조로운 라인업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플레이해야 하는 구조로 게임을 만들다보니 과몰입 문제가 불거져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확률형 과금 모델과 관련한 이슈들까지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이 적용된 MMORPG 위주 라인업을 고집한다면 앞으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고티' 수상작들은 단순히 패키지 판매만으로도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완결된 스토리를 갖춘 패키지 게임에 대해 '중독'을 논하거나 '도박'을 말하는 사람들은 없죠. 국내 게임업계가 '고티' 수상이 가능한 타이틀을 다수 배출하고, 그런 게임들로 라인업을 꾸린다면 부정적 시선과 외부 공격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겁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배출한 '고티' 수상작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펄어비스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붉은사막'이나 여러 업체들이 준비하고 있는 콘솔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당장 내년에 한국산 '고티'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한국산 '고티'가 빠른 시일 내에 나와 국내 게임업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미치기를 희망합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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