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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천재, 그러나 이젠 ‘철이 든’ 허인회의 생애 첫 PGA는 어떤 모습이 될까.

게으른 천재허인회가 이틀 연습으로 예선2위를 기록하며 출전권을 획득, 15일 개막하는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에 출전한다.

사진출처-KPGA
사진출처-KPGA


허인회는 소니오픈 월요 예선에서 첫날 4언더파를 치는 등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그로선 어느 정도 계획했겠지만 벼락같은 생애 첫 PGA 투어인데 허인회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허인회는 국가대표 출신이다. 아마추어 23승에 고3 때 국가대표로 발탁되었다. 골프천재라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으나 어느 날 골프채를 던졌다.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 출전이 무산된 뒤였다. 당시 랭킹 1위였으나 4위까지 뽑는 선발전에서 5위를 했다.

뜻하지 않은 선발전 탈락. 충격이었지만 한편으론 홀가분했다. 그렇지 않아도 하기 싫든 차였다. 그리 좋아하지도 않아 열심히 안했음에도 늘 이긴 덕분에 골프를 계속했지만 확실히 그만 둘 명분이 생긴 것이었다.

골프채 대신 오토바이를 선택했다. 타기도 하고 그것으로 사업이라는 것도 했다. 좋았다. 늘 훈련만 강조하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았고 멋대로 할 수 있어서 또 좋았다.

골프채를 놓은 지 1년 반. 좋으면서도 뭔가 허전했다. 제일 잘하는 게 골프인데...

2007년 프로에 데뷔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 필로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그 우승이 독이었다. 남들은 뼈빠지게 해도 못하는데 그에겐 모든 게 너무 쉬었다.

다시 시작된 게으름. 프로가 되고 우승까지 했으나 그를 찾아보긴 힘들었다. 그러던 2013KPGA 코리안투어 헤럴드ㆍKYJ 투어챔피언십. 허인회는 강성훈, 김형태, 김태훈, 류현우 홍순상 김도훈 등 수두룩한 우승후보자들을 제치고 깜짝 우승했다.

이젠 골프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니까 져도, 이겨도 늘 즐겁습니다. 앞으로 잘 할겁니다.”

골프를 통해 존재감을 찾고 골프를 통해 행복함을 느꼈다는 허인회.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일본과 한국무대에서 해마다 축포를 쏘아 올렸고 군인 허인회일병도 승전보를 전했다.

허인회는 게으른데다 엉뚱하기까지 하다. 퍼팅도 대충한다. 치면서 홀을 향해 갈때도 있다. 연습경기를 하지 않을 때도 있고 경기 개시 30분전에 나타나 두어번 휘둘러보고 바로 티샷을 하기도 한다. 지독한 훈련파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이지만 그러고도 잘 하니 할말이 없다.

세심한 전략도 좋아하지 않는다. 우승이 확실해도 공격적이다. 언젠가 일본에서 경기를 할 때였다. 우승이 확정적이었던 마지막 홀. 헤저드를 돌아가 파만해도 우승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헤저드를 가로 지른 후 버디를 잡았다. 일본의 수많은 갤러리들은 허인회의 거침없는 플레이에 환호했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멋지게 경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죠.”

30대 중반에 이른 지금의 허인회는 20대 초반의 허인회와는 많이 다르다. ‘모난 돌이 정을 맞듯살면서 두어 번 모서리가 깎였다. 군대와 결혼 등이 그를 철들게했다. 조금은 정제되었고 그래서 미PGA까지 갔다.

그래도 허인회의 자유로운 영혼은 변함없다. 감의 골프로 시원하게 경기를 하는 장타자 허인회가 그 감각을 잃지 않는다면 PGA의 높은 벽도 두드려 볼 만 하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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