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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이길 수 있었기에 패한 것이 더 아쉬웠다'--KT의 첫 포스트시즌 경험

[마니아노트]'이길 수 있었기에 패한 것이 더 아쉬웠다'--KT의 첫 포스트시즌 경험
두산은 이겼고 KT는 졌다.

지난 9일부터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전에서 두산이 KT를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누르고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따냈다.

정규리그 3위인 두산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으며 더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반면 정규리그 2위인 KT의 최종 성적은 한계단 떨어져 3위가 됐다.

이제 불혹으로 접어드는 KBO 리그에서 1군 리그에 참가한 지 이제 겨우 6시즌밖에 되지 않는 KT가 플레이오프전까지 오르고 값진 1승도 올린 것은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고 할만하다. 더구나 그 상대가 '가을야구'에만 들어서면 더 무서운 힘을 보여주는 두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칭찬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태형 감독이 칭찬을 했듯이 플레이오프전 내내 두산과 대등한 경기를 벌였고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더욱 진한 아쉬움을 되씹을 수밖에 없다.

KT는 기록상으로 보면 전혀 뒤질 게 없는 경기를 벌였다. 팀타율은 129타수 30안타, 0.233으로 0.213(127타수 27안타)의 두산을 앞섰다. 이에서 보듯 안타수도 더 많았고 사사구도 13-6으로 더 많이 얻어냈다. 다만 홈런은 1-3으로 뒤졌고 삼진도 28-33으로 많이 당했다. 당연히 패한만큼 득점도 8-11로 뒤졌다.

무엇보다 KT는 초반에 선취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도 아쉬웠다.

2차전에서 두산은 2회에 3안타로 선취점을 올렸으나 KT는 곧이어 2회말 같은 3안타를 치고도 득점에 실패하면서 득점기회를 놓쳤다. 3차전에서도 7회까지 네차례 선취 득점할 수 있는 기회를 무산시켰다.

4차전도 마찬가지였다. 1회초 3연속 안타에도 점수를 못냈다. 로하스의 우중간 담장을 맞추는큰 타구에 대한 판단 착오를 한 2루주자 조용호의 본헤드플레이 탓이었다. 여기에 두산 김재환을 2사 후에 스트라이크낫아웃 폭투로 1루에 살려보낸 것은 그야말로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물론 이는 폭투를 한 조현우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베테랑 포수인 장성우도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즉 장성우는 왼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투수의 볼을 받았다. 이럴 경우 왼쪽 타자의 몸쪽 가까이 붙어오는 원바운드성 볼을 몸으로 막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조현우가 다음 타자인 최주환에게 똑같은 폭투를 하자 투수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고 볼 1개를 안고 들어온 소형준이 최주환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결과론이지만 조현우는 올시즌 최주환에게 3타수 무안타로 강했었다.

여기에다 팀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베테랑들이 너무 무기력했던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없다. KT는 엔트리 30명 가운데 20명이 가을시즌을 첫 경험했다. 심지어 베테랑인 박경수조차도 첫 포스트시즌 출전이었다.

당연히 큰 경기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 주어야 했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아직 큰 경기를 치러보지 못한 경험부족에서 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단 한차례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한 신인급들이 더 침착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는데 견주어 오히려 베테랑들이 지레 흥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면서 기대에 못미쳤다.

여러가지 예를 들 필요도 없이 결정적인 득점기회는 4차전을 통해 대부분 베테랑들의 손에 맡겨졌다. 그러나 여기서 베테랑들은 제대로 배트를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너무나 허무하게 삼진으로 물러나거나 성급하게 공격하는 바람에 평범한 플라이볼이 되기도 했다.

비록 KT는 패해 시즌을 마쳤지만 큰 경험과 교훈도 얻었다. 여러가지 보완해야 할 문제점도 드러냈다. 작전 수행능력이나 백업들과 주전들의 차이, 내야수들의 불안한 수비나 1루 송구 능력 등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들이기도 하다.

비록 4차전에서 불펜으로 나서 최주환에게 결승점이 된 2점 홈런을 맞아 고개를 떨구었지만 포스트시즌 1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서 7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대투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고졸 루키 소형준을 재발견한 것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조용호 강백호 등 주전들의 플레이오프전에서 변함없는 활약도 앞으로 고무적이다..

이제 KT는 이번 플레이오프전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잡았다. 패배가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의 패배가 강팀으로 가는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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