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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장갑’이 가져온 뜻밖의 선물 '20초의 여유'. 조급증 내려놓은 배정대의 쐐기타-플레이오프 3차전

만루. 이미 2점을 냈고 2사 후이지만 한방이 꼭 필요했다. 두산의 힘을 생각하면 2점은 부족했다.

두산-KT의 플레이오프 3차전 8회, 배정대는 한 방 터뜨리자 굳게 마음먹었다. 홍건희(두산) 정도면 충분히 두들길 수 있었다. 의욕이 넘쳤다.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헛스윙, 게다가 장갑까지 찢어졌다.

‘찢어진 장갑’이 가져온 뜻밖의 선물 '20초의 여유'. 조급증 내려놓은 배정대의 쐐기타-플레이오프 3차전


주심에게 왼쪽 손을 보여 주었다. 장갑을 바꿔 끼기 위해 덕아웃으로 갔다. 찢어진 빨간 장갑을 흰 장갑으로 바꿨다. 장갑을 끼면서 타자석으로 향했다.

20초 남짓. 걸어가고 걸어오면서 배정대는 자신이 조급증을 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평정심을 가지고 공을 좀 더 지켜보자. 성급해서 망친 적인 한 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다시 타석에 선 배정대. 기다렸다. 내가 급하면 투수도 급할 것이고 지금 상황은 투수가 더 나빴다. 과연 그랬다. 볼, 볼, 그리고 또 볼. 쓰리 볼 원 스트라이크, 뱃팅 찬스였다. 조급함을 내려놓기 참 잘했다며 들어오는 공을 향해 방망이를 가져갔다.

타격감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느낌은 괜찮았다. 2사 후여서 공이 뜨자마자 주자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공을 보며 두산 중견수가 전력질주로 달려들고 있었다. 내야수도 뒷걸음질 쳤다.

아무래도 타구는 그 사이에 떨어질 것 같았다. 뛰어오는 중견수 앞에 떨어진 공은 약간 불규칙 바운드 되면서 수비수의 키를 넘어갔다. 3루 주자가 들어오고 고의사구로 나갔던 강백호까지 홈을 밟았다. 4-0,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두산이 8, 9회 홈런 2방으로 5-2까지 따라왔다. 찢어진 장갑이 가져다 준 배정대의 2타점은 결승타나 마찬가지였다. 요즘은 뒤집히지 않으면 첫 점수가 결승타지만 옛날 야구는 동점상황 그 다음의 점수를 결승타로 쳤다. 5-2면 3점째가 결승 타점이었다.

찢어진 장갑이 가져다 준 20여초의 짧은 시간. 어쨋거나 그 덕분에 KT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기록을 세웠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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