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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97] ‘루키(Rookie)’를 왜 ‘신인(新人)’이라고 말할까

지난 2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신인 유해란이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KLPGA 제공]
지난 2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신인 유해란이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KLPGA 제공]
요즘 한국여자골프(KLPGA)에서는 ‘슈퍼 루키(Super Rookie)’의 탄생으로 술렁이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 19세의 신인 유해란이다. 그는 지난 달 31일부터 2일까지 제주 세인트포 골프 앤 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로 우승을 차지했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말은 4라운드 내내 1위를 한 번도 내주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는 의미이다. (본 코너 37회차 ‘’와이어 투 와이어‘란 말의 ’와이어‘는 무슨 뜻일까’ 참고)

유해란은 각종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우승 기록 23언더파 265타는 KLPGA 투어 72홀 최소타 우승 타이기록으로 김하늘(2013년 MBN· 김영주골프여자오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자골프 레전드 김미현(1995·1996 한국여자오픈), 박세리(1995·1995년 한국여자오픈), 송보배(2003·2004년 한국여자오픈)에 이어 신인이 대회 2연패에 성공한 네 번째 선수가 됐다. 유해란은 올해 삼다수 마스터스 대회 우승으로 신인상 경쟁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 남자 ‘맏형’ 최경주는 50세에 지난 달 미 시니어 투어에 ‘루키’로 출전했다. 최경주는 만 50세 이상 선수만 출전하는 무대인 챔피언스 투어에 처음 참가한 것이다. 한국인 최초로 미 PGA 투어에 진출해 8승을 거둔 최경주는 챔피언스 투어에서는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 신인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외래어 ‘루키’는 스포츠에서 새롭게 입단한 선수를 말한다. 한자어로 신인이라는 의미와 동의어이다. 루키라는 말은 1913년 미국 언론 시카고 레코드 헤럴드가 공개적으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키의 어원을 따지자면 불확실하지만 ‘리쿠르트(Recruit)’라는 단어와 연관성이 깊다고 옥스퍼드 사전은 설명한다. '신입사원', '신병'이라는 의미의 리쿠르트라는 말이 변형돼 루키가 됐다는 설명이다. ‘정글북’으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이 1892년 출간한 소설 ‘막사의 담시(Barrack-room ballad)’에서 군대의 신병을 가리키는 말로 먼저 사용되었다. 루키는 영국 육군 신병 의식에서 신참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근대 스포츠 용어에서는 벙커, 유격 등 군대식 용어들이 많이 도입돼 사용됐는데 루키도 그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루키를 한자어 신인으로 표기한 것은 의미적으로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새롭다는 뜻인 ‘신(新)’과 사람이라는 뜻인 ‘인(人)’의 합성어인 신인은 새로 등장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신인이라는 말은 일본에 영향을 받지 않은 한자어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신인(新人)이라는 단어가 총 35건 나오는 것을 보니 조선 시대에도 많이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조수정실록 12권에 “신인과 원로(元老)를 따지지 말고 문벌의 귀천도 묻지 마시고 다만 그 사람과 기국이 서로 맞는 자를 채용하되 덕망과 국량이 있고 도의와 의리를 아는 자는 묘당에서 정치를 의논게 한다”는 말이 나온다. 조선시대에도 신인이라는 말은 새 얼굴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였다는 얘기이다. 일본어도 루키는 신인이라는 말로 사용한다. 한·중·일이 모두 신인이라는 말을 같은 의미로 표시하는 것이다.

루키, 신인은 일 년 주기의 스포츠에서는 주로 첫 시즌을 치루는 선수를 말하지만 명확한 구분이 없는 바둑에서는 20세 이하 선수를 신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로스포츠에서는 MVP와는 별도로 신인들 중 가장 활약이 뛰어난 선수를 신인왕이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시상을 한다. 드물긴 하지만 데뷔해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는 진짜 거물이 나타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 국내 프로농구 2002 시즌 김승현, 국내 프로야구 2006년 류현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골프에선 박세리 등에 이어 유해란이 올해 현재의 분위기를 이어 나간다면 연말 또 하나의 거물 신인 탄생을 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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