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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노트] 강정호와 리치 힐의 엇갈린 야구 인생

 키움 히어로즈 전신 넥센 시절의 강정호.
키움 히어로즈 전신 넥센 시절의 강정호.
[LA=장성훈 특파원] 인생 역경을 잘 극복해낸 인물들은 많다.

이들은 대부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 마침내 자신이 목표를 달성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인물들을 롤 모델로 삼아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노력한다.

스포츠계도 예외는 아니다.

리치 힐이라는 야구 선수가 있다.

올해 40세로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소속돼 있다.

LA 다저스에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함께 한솥밥을 먹기도 한, 우리나라 야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투수다.

숱한 어려움이 있었으나 37세의 나이에 3년 4800만 달러에 다저스와 계약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의 야구 인생은 참으로 순탄치 않았다. 강등과 방출, 잦은 부상과 수술의 연속이었다.

다저스와 계약하기 전까지 그가 거쳤던 팀은 무려 28개에 달했다. 메이저리그 8개팀, 마이너리그 18개 팀, 원터리그 1개팀, 독립리그 1개팀 등이다. 저니맨이 따로 없다.

그는 한국 인터뷰 전문기자 이영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려운 일들을 겪으며 깨달은 분명한 사실 한 가지가 있다. 목표를 갖고 노력을 다하면 현실은 날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바닥까지 내려가는 한이 있어도 계속 뛰었다는 점이다.

그의 목표는 선발투수였다.

그 목표를 위해 그는 윈터리그는 물론이고, 독립리그에서도 선발투수로 뛰었다.

결국, 야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그에게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띌 수만 있다면 자신은 독립리그뿐 아니라 어디서든 던질 수 있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자존심은 벗어버렸다.

힐과는 다소 다른 케이스이기는 하지만, 강정호도 이런저런 이유로 시련을 겪고 있다.

힐과는 달리 그는 자신이 저지른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시련을 자초했다. 3년 중 3개월을 제외하고 사실상 야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자신의 과오를 뉘우침과 동시에 다시 한번 야구를 해보고 싶다며 KBO 리그를 선택했다.

왜 하필 KBO였을까.

메이저리그 복귀가 여의치 않으니 어쩔 수 없이 KBO 리그에 복귀하려 했을 것이다.

에릭 테임즈처럼 KBO 리그를 발판으로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렸을 수도 있다.

KBO 리그에서 뛰면서 저질렀던 과오를 KBO 리그에서 다시 뛰면서 팬들로부터 용서받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이 됐건 상황은 강정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여론이 좋지 않다. 특히 야구팬들의 거부감이 거세다. 마치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유승준의 한국 방문을 반대했던 분위기와 비슷하다.

강정호는 자신의 KBO 리그 복귀에 대한 야구팬들의 반대가 이렇게 거셀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KBO에 복귀할 경우 자신이 받을 연봉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좀 생뚱맞다. 사안의 본질과 동떨어진 발상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반대 분위기도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18년이 지났지만, 국민은 여전히 유승준의 한국 방문에 부정적이다.

물론, 1년 후면 KBO 리그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은 열렸다. 친정 팀인 키움 히어로즈가 어떤 결정을 할지 미지수지만, 어쨌거나 KBO 리그에서 뛸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됐다.

그러나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그런 험악한 분위기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쉽다.

이런 평지풍파를 일으키기 전에 강정호는 리치 힐의 야구 인생을 참고했어야 했다.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거추장스러운 허울을 벗어버리고 마이너리그 계약이 어렵다면 독립리그에라도 갔어야 했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출신 8명이 독립리그에서 뛰었다는 사실을 강정호는 알았어야 했다.

[장성훈 특파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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