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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31] 골프에서 “볼 조심해”라는 표현이 ‘볼(ball)’이 아닌 ‘포(fore)’인 이유는

 고진영이 24일 현대카드 슈퍼매치에서 대회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고진영이 24일 현대카드 슈퍼매치에서 대회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오래전 이야기다. 영국 카디프 대학에서 1년 석사과정 연수를 다녀 온 언론계 선배의 귀환기념으로 같이 골프를 쳤다. 어느 홀인가에서 드라이버 샷을 했는데 전방에 앞 팀이 아직 세컨드샷을 다 마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보통 하던대로 ‘볼(ball)’이라고 외쳤다. 이 선배는 이 말을 듣더니 ‘볼’은 콩글리시라며 정확한 표현은 ‘포(fore)’가 맞다고 했다. 영국에서 자신도 한국에서 하던대로 ‘볼’이라고 했다가 영국인 동반 골퍼가 고개를 꺄우뚱 하더니 '포‘라고 바로 잡아주더라는 것이다.
볼’과 ‘포’는 분명 의미에서도 다른 말이다. 볼은 공 자체를 애기하는 것이고, 포는 앞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아마도 골프용어를 원어대로 쓰지않은 것은 ’포‘ 보다 ’볼‘이 발음하기가 더 쉬워서 그리 된 것 같다.

‘포’라는 골프 어원은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없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1878년에 골프 스트로크를 할 때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외침으로 처음 사용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포’는 비포(before)'의 약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1857년 스코틀랜드 골프 용어 해설집에서 ‘포’는 그 이전부터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그 기원은 이 코너 30회에서 소개한 캐디의 유래와 관련돼 있다고 한다. 골프 초창기 골프볼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골퍼들은 ‘포캐디(forecaddies)'를 고용했다. 볼이 떨어질만한 위치에 포캐디를 배치했다. 볼의 위치를 확인하기도 하고 잃어버린 볼을 찾기도 했다. 요즘 프로골퍼들이 참가하는 골프 토너먼트에서 홀마다 대회 관계자들을 세워놓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까지 골프연습장에서 볼을 티박스에 얹어주는 ’캐디‘가 있었던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수 세기전에 날아간 볼을 찾는 별도의 캐디가 있었을 법하다.

당시 골퍼들은 '포캐디'라고 외쳤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서 멀리 떨어져있던 포캐디에게 볼이 날아간다는 사실을 주지시켰을 것이다. 비슷할 무렵, 캐디, 포캐디, 포가 동시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말이 ‘포’로 줄었던 것으로 영국 골퍼들은 이해한다는 설명이다.

‘포’에 대한 미국쪽 유래는 좀 다르다. 미국골프협회(USGA)에 의하면 정확도와 사정거리가 떨어졌던 구식 장총인 머스킷총을 쓰던 19세기 이전, 전투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영화 ‘워털루 전투’에서 보는 것처럼 머스킷총을 가진 전투병들은 여러 횡대로 늘어서 적을 향해 쏘았다. 일부는 앞에 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발사하기도 했다. ‘포’라는 용어는 바로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도록 경고하기 위해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골프 역사가들은 이러한 근거에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골프의 발상지 스코틀랜드와 연결하기가 어렵고 군사용어와 별 관련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캐디에서 나왔든, 군사용어에서 유래됐든 ‘포’라는 말이 ‘볼’ 보다는 좀 “볼 조심해”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골프 볼은 앞 만 보고 날아간다. 전진만 있을 뿐이지 후진은 없다. 그래서 “전방 사람들 볼 조심해요“의 의미인 ‘포’가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앞 팀에 사람이 있거나 OB나 악성구질이 나왔을 때 ”볼 보세요“라는 의미로 외마디 ”볼“이라고 외쳐야 쉽게 알아듣는다. 언어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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