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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노트] 강정호의 진정성 없어 보이는 반성

KBO리그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강정호.
KBO리그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강정호.
[LA=장성훈 특파원] 우리나라 ‘국민정서법’의 위력은 막강하다. 법 위에 국민 정서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각종 정책과 법리 판단에 깊숙이 개입한다. 사법부 판결이 마음에 안 들면 '국민 정서법이다'라고 우기며 역으로 여론몰이를 한다.

가수 유승준의 경우가 좋은 예다. 본인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지만,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한국 입국이 금지된 유승준은 18년간의 비자 발급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한국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이는 외교당국의 비자 거부처분 과정과 사유가 정당했는지에 대한 법적 다툼이었던 만큼, 대법원의 판결 결과가 곧바로 유승준의 입국 허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LA 총영사관이 ‘국민정서법’ 때문에 그에게 비자를 발급해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은 예전보다는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행위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설사 LA총영사관이 유승준에게 비자를 발급해준다 해도 그가 선뜻 한국에 들어갈지도 의문이다. 국민의 여전한 반감 때문이다.

한국 국민이 그를 용서하지 않는 것은, 그가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한국 국적으로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 한국 국적 포기로 사회에 심려를 끼친 사실에 대해서만 반성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성하는 이유가 다르다.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을 따야 할 때가 됐기에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이지, 병역기피를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 판결문에도 나와 있듯 그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은 병역기피를 위한 것으로 대다수 국민은 여기고 있다.

유승준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면, 한국 국적 포기가 병역기피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국민에게 보여줘야 했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야 할 때가 됐기 때문에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만으로는 설득이 안 된다. 동영상을 통해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린다고 해결될 수도 없다.

본인 말대로 한국 국적 포기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통한의 반성을 한다면, 포기한 한국 국적을 회복하면 될 일이다.

그것만이 진정성 있는 반성이 될 수 있다.

국적법에 따르면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국적회복을 할 수 없다.

또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택한 사람은 한국인으로 귀화하지도 못한다.

유승준은 따라서 국적회복을 하고 싶어도, 귀화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가 지난 18년간 비자 발급 소송을 하는 대신 한국 국적회복을 위한 노력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그랬다면, 지금쯤 그는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마음껏 하고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복귀를 포기하고 KBO 리그 복귀를 원하는 강정호에게 KBO가 1년 실격 처분을 내렸다. 과거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다.

구단 자체 징계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1년 후에는 KBO 리그에서 뛸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한 한국의 여론은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분위기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법적으로야 강정호로서는 이미 대가를 다 치렀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KBO가 2018년 개정한 규정을 그에게 소급해서 적용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국민정서’다.

살인행위와 마찬가지인 음주운전을, 그것도 3번씩이나 한 사람에게 1년 실격이라는 징계를 내린 것에 공감하는 국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강정호는 이번 KBO 복귀 신청 과정에서 시종 진정성 없는 태도를 보여줬다.

모든 절차를 한국에 있는 변호인단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한국에 가지도 않고 미국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자가격리’ 등 왕래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영주권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해외여행이 수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다시 KBO 리그에 복귀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면, 본인이 직접 한국에 가서 KBO에 복귀 의사를 전하고 소명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야구팬은 물론이고 국민에게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미국에 남아 반성문을 쓸 것이 아니라, 뭇매를 맞는 한이 있어도 한국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는 말이다.

그래야 반성의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은 18년이나 지난 유승준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음을 강정호는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장성훈 특파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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