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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27 김경문, 이승엽의 용인물의(用人勿疑)

-의인물용(疑人勿用) 용인물의(用人勿疑).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기용한 사람은 의심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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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대기 타석에 서서 두어번 스윙을 해봤다. 영 만족스럽지 않았다. 덕아웃을 쳐다봤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빼달라는 사인을 보내고 싶었다. 덕아웃의 김경문 감독은 무심한 듯 타석의 김현수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현수가 아웃되었다.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친 이용규는 여전히 1루에 머물러 있었다. 0-2, 1-2로 끌려다니다가 겨우 2-2 동점상황에서 맞이한 1사 1루의 8회말.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타석에 선 건 이승엽. 한국 응원단 쪽에서 한숨소리가 흘러 나왔다. 치지 못하는 이승엽, 그런데도 바꾸지 않는 김경문 감독이 도대체 마음에 들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일본과의 준결승전. 앞선 7게임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었던 이승엽은 이날도 형편없었다. 첫 타석에 삼진, 두 번째 타석에서 병살타, 세 번째 타석에서 또 삼진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 타석인데 일본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투수는 이승엽이 일본리그에서 안타를 친 기억이 없는 이와세였다.

일본 호시노 감독은 이용규-김현수-이승엽 등 왼손타자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8회 공격을 막기 위하여 좌완 이와세를 투입했다. 김경문 감독은 그래도 이승엽을 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승엽이 해결 할 수 없다면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고 믿었다.

이승엽은 8년 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그랬다. 1차전 승리 후 3연패하며 예선탈락의 조짐을 보인 5차전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때리지 못하다가 절체절명의 순간, 첫 안타를 터뜨려 대한민국을 기사회생의 동메달 결정전에 올렸다.

그 첫 안타가 바로 일본전 2점 홈런이었고 이 ‘홈런 보약’으로 한국은 연장 10회 7-6으로 승리, 4강전에 오를 수 있었다.

이승엽은 동메달을 놓고 싸운 일본전에서도 초반 헤맸다. 1회 무사 1,3루에서 삼진, 6회 1사 1,2루에서 삼진을 먹는 등 삼진만 세 차례 기록했다. 지루한 0의 행진 속에 ‘답답한 이승엽’이 또 8회 2사 1,3루의 득점기회에 들어섰다.

일본의 괴물투수 마쓰자카는 앞선 세 번의 삼진에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빠른 공으로 승부를 걸어왔다. 한 순간 이승엽의 방망이가 빠르게 나갔다. 공을 좌중간을 꿰뚫고 나갔다. 2타점 2루타였고 대한민국은 일본을 꺾고 올림픽 첫 메달을 획득했다.

이와세는 빠르게 이승엽을 윽박질렀다. 평소에도 자신 있는데다 이승엽의 타격감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임을 알기에 그다지 고민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바깥쪽 공으로 투스트라이크(원볼)를 잡은 후 몸쪽 공으로 이승엽의 허를 찔렀다.

이승엽의 방망이가 바로 반응했지만 위력적이진 않았다. 엉거주춤까지는 아니었지만 제대로 된 스윙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맞춘다는 느낌으로 쳐올린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처음 멀리 나가지 않을 듯 했다. 하지만 공은 날아가면서 스스로 힘을 보태더니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역전 2점 홈런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대회 전 ‘이승엽은 두 번만 잘치면 된다’고 했다. 이승엽은 다음 날 쿠바와의 결승전 1최 첫 타석에서 기선을 잡는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연타석 2점홈런은 ‘지독한 믿음’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용인물의는 과정이 철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충 파악하고 그저 믿기만 하면 낭패를 겪는다. 일본팀의 호시노감독도 좌완투수 이와세를 믿고 올렸을 터. 그러나 그는 망치고 말았다. 이와세를 본 것이 아니라 좌타자에 강하다는 좌완투수의 일반적인 면만 본 결과였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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