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마니아노트]외인본색...복덩이와 애물단지

LG 라모스가 24일 kt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날린 뒤 기쁨에 겨워하고 있다. 라모스는 공격 전부문에서 상위에 랭크돼 LG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LG 라모스가 24일 kt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날린 뒤 기쁨에 겨워하고 있다. 라모스는 공격 전부문에서 상위에 랭크돼 LG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프로야구에 처음으로 외국인선수들이 등장했을 때 이들을 '용병'이라고 불렀다. 플로리다에서 첫 외국인 선수들을 선발하기 위한 트라이아웃을 할 때만 해도 '외국인선수'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았고 이들이 한동안 프로야구에 뛰고 있을 때도 '외국인용병'이나 '용병'이란 수식어가 꼭 이들의 이름 앞에 붙었다. 용병은 말 그대로 돈으로 고용됐다는 뜻이다. 이들을 영입한데는 돈을 준만큼 활약을 기대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당연히 이들 외국인선수들이 팀 전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투수 2명, 야수 1명으로 3명이나 되는 지금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연간 144게임을 치르면서 5선발 체제를 갖추고 있는 KBO리그에서 이들 외국인선수에게 선발투수로서의 몫을 기대한다. 여기에 야수는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터뜨려 줄 수 있는 장타력과 승부근성을 가진 거포들이 들어와 주기를 기대한다.

지난 5일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KBO 리그가 3주차를 지나면서 각 구단의 외국인선수들 면면이 드러나고 있다.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신인은 투수가 10명, 야수가 5명이다. 이제 전체 레이스의 10%를 갓 지났지만 이들 외국인선수 가운데는 복덩이가 있는가 하면 계륵과 같은 애물단지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신인 외국인 선수는 LG의 로베르토 라모스와 롯데의 딕슨 마차도다.

정규리그를 시작하기 전 연습경기때만 해도 LG 류중일 감독은 라모스에 대해 "홈런은 아니더라도 외야로 공을 펑펑 날려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실 이때만 해도 라모스의 타구는 내야에서만 맴돌뿐 외야쪽으로 뻗어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에 들어가자 라모스는 장타 본능을 드러냈다. 대표적으로 24일 kt전에서 9회말 터뜨린 '생애 첫 끝내기 만루홈런'이다. 벌써 시즌 7호 홈런으로 홈런더비 선두이며 타율도 60타수 21안타로 타율 0.350(12위), 16타점(4위), 장타율 0.767(1위), 출루율 0.350(9위), OPS 1.210(2위) 등 공격 전부문에서 상위에 올라있다. 말 그대로 '굴러 들어온 복덩이'나 다름없다. LG가 4연속 위닝시리즈로 단독 2위에 오른데는 라모스의 활약이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롯데는 마차도의 합류로 지난해 최다 실책 1위팀에서 올시즌 최소 실책 1위팀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며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연합뉴스].
롯데는 마차도의 합류로 지난해 최다 실책 1위팀에서 올시즌 최소 실책 1위팀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며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연합뉴스].
마차도는 당초 기대이상으로 수비에서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롯데는 팀 실책 114개로 리그 1위였다. 그리고 팀 성적도 꼴찌였다. 하지만 마차도가 유격수를 맡으면서 롯데 수비는 완전히 달라졌다. 17게임에서 실책 5개로 10개 구단 최소실책이다. 당연히 수비율은 0.992로 최상이다. 시즌 시작과 함께 무서운 기세였던 공격력은 둔화되었지만 24일 키움전에서 그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1회초 중견수 방면으로 향한 이정후의 타구를 처리하면서 글러브에서 벗어난 공을 침착하게 집어 1루로 던져 이닝을 끝냈고 8회초에도 2루 베이스 옆으로 흐르는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정확하게 볼을 잡아냈다. 서준원의 생애 첫 최다이닝 투구로 헝클어진 투수 로테이션을 정상화시키고 팀을 2-0으로 완봉승으로 이끄는데 마차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이와 달리 전혀 기대치에 못미치는 신인도 있다. 바로 삼성의 투타을 책임져야 할 벤 라이블리와 타일러 살라디노다. 라이블리는 엄밀하게 말하면 신인은 아니지만 지난해 뒤늦게 교체선수로 KBO리그에 발을 들여 놓았고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계약이 연장됐다. 하지만 라이블리는 개막후 3연패를 당한데다 22일 두산전에서는 옆구리 통증으로 한타자만 상대하고 교체됐다. 앞으로 완전회복이 되어 마운드로 돌아오기까지는 2달 이상은 걸려야 한다. 가뜩이나 백정현마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여서 삼성으로서는 설상가상인 셈이다.

여기에다 살라디노의 부진도 삼성으로서는 견디기 힘들다. 24일 두산전에서 4회와 5회에 안타를 뽑아냈지만 43타수 7인타(타율 0.163)에 그치고 있다. 5월8일 KIA전 이후 11경기 만에 기록한 멀티히트와 타점일 정도로 이날 경기 전까지 14경기에서 타율 0.128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홈런 20개 정도를 날린 장타력까지 갖춘 뛰어난 컨택 능력과 빠른 발, 그리고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활용도가 높은 선수라고 여겼지만 아직까지는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는 이들이 컨디션을 회복하기를 바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코로나19로 아직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가 개막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체선수를 찾는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복덩이가 계속 복덩이로 남게 될지, 아니면 애물단지가 어느 순간 복덩이로 변할지는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