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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딩 블레이드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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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18. 선택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었습니까?”

“아뇨. 아무것도.”

수현은 호성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커피를 들이켰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아니라니까요?.”

“···네.”

으름장을 놓는 수현의 대답에 호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쩝. 오늘 커피라도 태우셨나···.”

언제나 호성과 만나는 카페였지만 어쩐지 오늘따라 커피의 쓴맛이 더 강한 기분이다.

“괜찮은데요?”

“······.”

눈치 없이 정직하게 대답하는 김호성.

수현은 심술 난 얼굴로 애꿎은 토스트만 포크로 쿡쿡 찔렀다.

“그건 그렇고 참 빨리 짓네요.”

“그러게요. 벌써 저만큼 세웠군요. 하긴 초국가적 예산을 보유한 DIVA에서 투자를 하고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시기도 시기고 말이죠.”

두 사람은 저 멀리 창밖으로 세워지고 있는 빌딩을 바라보았다.

아직 완공이 되진 않았지만 세워진 골조는 카페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았다.

“다음 달이면 완공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수현은 무심한 듯 대답했다.

“아마도 오늘 중으로 가든으로 파견될 헌터의 명단이 올 모양이구요.”

“······.”

고개를 끄덕이며 수현은 점차 완성되어가고 있는 가든을 바라봤다.

‘어차피 누가 오든 상관없어.’

어차피 가든은 헌터보유국의 아시아 진출을 목적으로 한 발판에 불과하다.

DIVA에서 보내는 헌터들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일종의 정부소속으로 기본적인 룰은 지키는 녀석들이니까.

‘문제는 그 이외의 헌터들.’

알벤이 죽고 난 뒤,

이러니저러니 해도 더 이상 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된 클랜은 마구잡이로 세력을 넓히기 시작한다. 합법적으로 승인된 그 힘을 통해서.

그리고 이 시기 즈음부터 뒤늦게나마 동양에 퍼스트 드림의 각성자, 즉 헌터의 숙명을 타고난 자들이 없는지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한다.

아시아 전역에 걸쳐서.

물론 대 파렐 공략을 위한 명분 보다는 다른 목적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DIVA의 공식적인 파렐 공략 중단 선언은 헌터와, 헌터들의 클랜에게 상당한 시간적 공백을 가져왔다.

초인적, 초국가적 힘을 가진 자들에게 시간적인 공백은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역사가 말해주듯 힘이 포화상태에 이른 나라들은 어째서 국외로 시선을 돌려 대대적인 침략, 침공을 일삼는 전범국이 되었겠는가.

‘이제 녀석들도 움직이겠지.’

“석 달 안에 아시아 전역에 가든을 세운다는 게 목표라는데 정말인가 봅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현을 깨운 것은 호성의 목소리였다.

수현은 호성의 말에 다시 한 번 공사 중인 가든을 바라보았다.

“석 달··· 이란 말이죠.”

호성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가든이 완공되고 헌터 양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은 석 달이 아니라 훨씬 더 뒤의 일이다.

DIVA에서 진행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다.

그러나 공표한 것과 달리 완전히 일정이 틀어져 버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시아로 보낼 헌터가 없었다.

미국, 영국, 러시아를 비롯한 헌터보유국들은 아시아를 신경 쓸 여력조차 남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리버풀,

이탈리아 나폴리,

호주 시드니,

그리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지도상에서 사라진 도시들.’

말 그대로다.

부서지거나 파괴된 것이 아닌 지도상에 완전히 그 존재가 사라져 버린 곳들이었다.

“정부에선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겁니까?”

“그게…….”

호성은 대답하기도 애매한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머쓱해 했다.

“하루, 아니 한 시간을 지체할수록 그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은 계속 지나갑니다.”

“으음.”

답답한 한숨이 호성의 입에서 새나왔다.

수현은 무표정했다.

호성의 입장에선 차갑게까지 느껴질 만큼.

“쉬운 결정은 아니지 않습니까?”

“2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워낙 건국 이래 초유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라 높으신 분들이 신중을 기하시려고…….”

“…….”

“거기다 꼭 그런 일이 벌어지리란 보장도 없는 거잖습니까?”

수현은 호성의 태도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부도 마찬가지 심정일 테니까.

이런저런 이유를 대봤자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마지막 저 이유가 클 것이다.

무슨 점쟁이 예언도 아니고, 곧 있으면 이러이러한 일이 일어나니 뭐뭐 해라. 라는 말을 제정신이라면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이 없을 테니까.

“아직은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나 보군요.”

“…….”

호성은 무심히 지나가듯 중얼거리는 수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뚫어져라 응시했다.

왠지 모르게 그 중얼거림에서 오싹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경고일까.

“수현 군의 말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만 저희도 준비가 필요한 일이라···.”

“가든이 세워지길 기다리는 건가요. 한 달 안에 세워져서 헌터들이 들어올 테니까?”

“설마요. 그런 건 아닙니다.”

“이건 단지 살리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목숨을 가지고 저울질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 일로 대한민국이 DIVA의 중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분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호성은 두 번째 게이트 때의 일을 떠올리며 숨을 죽였다.

수현의 말대로 게이트는 열렸고 그의 예측이 맞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아직 정부에서도 그 모든 것을 믿을 순 없었다.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명의 헌터의 말만을 오로지 믿는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모험을 하는 것.

신중하고 또 신중해도 모자라는 것은 없었다.

“혼란이 올까 봐 걱정되시는 겁니까?”

대한민국은 가장 피해가 적은 나라였다.

압도적인 수현의 전투력에 모두 놀랐지만 그보다 미리 알고서 마치 준비 한 듯한 한국의 대처 역시 그들로 하여금 놀라움과 의심, 의혹의 대상이었다.

이미 DIVA내에서의 눈들은 한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무래도 좀 노골적으로 전달해야겠군요.”

“……?”

“제가 하는 말을 그대로 전하세요.”

단 하나의 강적이라면 상관없다.

슬레이브도 바리언트도 그저 수현 홀로 싸운다면 말이다.

열, 스물, 백이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헌터의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니까.

타임 리미트(Time Limit).

파렐은 언제든 천천히 공략할 수 있게 기다려 주는 게임이 아니다.

당연하다는 듯 일정한 시간이 지나도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보다 더 큰 대가를 쏟아 붓는다.

주어지는 시간은 단 한 달.

그 안에 실패든 성공이든 어떤 결과도 없다면···.

또 다시 문이 열린다.

그게 세 번째 게이트가 열리게 된 이유다.

그리고 파렐 공략에 대한 잠정적 중단을 내린 인류의 결정은 엄청난 재앙과 그에 따른 비극. 그리고 혹독한 시련을 가져온다.

수현은 대통령이 충격을 받을까 봐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던 부분을 애꿎은 김호성에게 앞뒤 자르고 말했다.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300만.”

“예?”

“그날 집계될 사망자 수입니다.”

“……!”

충격을 받은 호성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샌프란시스코.

리버풀.

나폴리.

시드니.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날 지도에서 사라진, 사라지게 될 도시들이다.

대한민국 역시 그 날,

1/5의 영토를 잃게 된다.

영구적으로.

“반드시 다시 수복합니다. 꼭.”

꼭 그렇게 할 것이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대피도 하지 못하고 죽어간 수백만에 이르는 사람들.

그들도 살릴 수 있다.

수현의 표정이 단호해졌다.

“부산을 포기합니다.”

이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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