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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딩 블레이드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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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17. 욕심인가.

쿵―. 쿵쿵―.

“와우. 오늘도 죽이는데?”

숨이 막힐 것 같은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클럽.

LA에서 가장 핫한 DARIS 클럽에서 울리는 우퍼소리가 심장을 두들기는 것 같다.

“늦었잖아.”

표독스러운 목소리가 그를 쏘아붙였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그 물음에 능글맞게 웃었다.

“LA는 항상 차가 막힌다고. 아가씨.”

“차가 무슨 상관이라고?”

그 대답에 어이가 없다는 듯한 반문.

“난 차가 좋거든. 이걸 끌고 여길 오면 여자들이 또 껌뻑 죽지. 크크···.”

남자는 신형 람보르기니 베넬의 차 키를 흔들며 웃었다.

“······.”

소란스러운 스테이지와는 달리 위층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마치 춤을 추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구경하는 것처럼 위층에 마련되어있는 VVIP실은 다른 세상 같았다.

“그런데 어째서 네가 온 거지?”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공기를 깨트렸다.

상대방을 내리까는 직설적인 물음.

“그럼 누가 오지? 나 말고?”

질문을 받은 당사자는 얼굴을 구기며 되물었다.

붉은 그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LA 아니, 미국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국 열린 게이트에서 나타난 두 번째 파수꾼을 사냥한 헌터.

다섯 개의 창을 쓰는 랜스 크리거, 힐페론이다.

그러나 그 대단한 유명세 따위는 관심에도 없다는 듯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는 힐페론에게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팔짱을 낀 고압적인 자세로 물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정도로 멍청인 아닐 것 같은데.”

순간, 룸 안에는 소름이 돋을 것 같은 냉기가 흘렀다.

“아하하···. 와일드 마몬트. 아무리 당신이라지만 여긴 미국이야.”

얼어붙은 공기를 깬 건 나머지 세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게다가 레오스 클랜의 힐페론이면 대표로 충분하지. 안 그래? ”

과장된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든 남자. 그는 쓰고 있는 짙은 선글라스를 살짝 올리고선 밝은 레몬색에 가까운 짧은 머리를 쓱 쓸어 넘겼다.

힐페론의 어깨를 두들겼다.

“······.”

힐페론은 자신의 어깨에 올라온 손을 바라봤다.

그가 작은 키가 아니었음에도 그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는 거대한 남자였다.

“자자, 앉으라고. 언제까지 그렇게 서 있을거야?”

“···쳇.”

힐페론은 기분이 나빴지만 그는 적당한 중재에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

그렇다.

와일드 마몬트.

아직은 맞붙어도 이길 수 없는 자였다.

“어차피 패스파인더들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어. 우릴 모이게 한건 너희들이니까.”

“우릴 부른 이유는?”

홍일점인 한 여성.

조금 전 힐페론을 쏘아붙였던 여자였다.

청록색의 딱 달라붙는 셔츠를 입고 있는 그녀는 매혹적인 붉은 입술을 가졌지만 어쩐지 서늘한 느낌이었다.

마치 뱀을 연상시키듯.

“다들 알고 있을 텐데?”

힐페론은 주위를 한 번 바라보며 말했다

“묘한 녀석이 있어서 말이지.”

“아아···. 그 녀석인가.”

묘하다는 말 한마디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팔짱을 낀 채 있는 안드레이 역시 내색하진 않았지만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이미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한 사람.

“코리아의 헌터 최수현..”

순간,

헌터들의 눈빛이 빛났다.

“고민할 필요가 있나?”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관망하던 마지막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답은 나온 거니까.”

그는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이용할 만한 녀석인지. 아니면 제거해야 할 녀석인지. 판단하면 되는 일.”

동료라는 분류는 없다.

오직, 이용과 제거 두 카테고리뿐.

그의 말에 나머지 네 사람은 침묵을 지켰다.

날카롭게 살이 베일 것 같은 공기만이 VVIP룸에 감돌았다.

* * *

수군거리는 소리가 하루 종일 들렸다.

복도 창문에 얼굴을 내밀고 바라보는 학생들부터 다가가지는 못하고 힐끔힐끔 쳐다보는 아이들까지.

수현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씨···.내가 동물원 북극곰도 아니고···.’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너무나도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현성아.”

“어? 어어, 응?”

옆자리에 앉아있던 현성이 수현이 묻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자신이 놀랐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자 현성은 갑자기 수현에게 사과를 했다.

“아, 미안.”

현성이조차 이런 반응이니···.

이해가 가면서도 섭섭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휴교 동안 통화를 할 때가 지금보다 차라리 더 낫다 싶었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고 보니 많이 어색한 모양이다.

하긴, 상황이 이러니.

수현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휴, 아니다. 아무것도.”

“최수현이다!!”

“꺄아아!!”

찰칵, 찰칵, 찰칵!!

눈이 부실 정도의 플래시가 교문에서 번쩍였다.

“물러서세요! 물러서!!”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학교 선생님들과 더불어 경찰관들이 교문에서 사람들을 막아보지만 역부족이었다.

교문의 입구를 막고 있는 사람들은 두 분류였다.

한 부류는 수현을 보기 위해 몰려든 여학생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수현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이었다.

“오빠! 여기 좀 봐주세요!”

“최수현 군! TMC기자입니다! 한 말씀 좀···.”

“사인 좀 해줘요!”

“PBS에서 나왔습니다. 현재 DIVA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헌터 최수현 군께···.”

수많은 목소리가 섞여서는 도무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

그 모습에 수현은 질린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벌써 며칠 때 끈질기게도 사람들은 학교에 진을 치고 수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을 뭐라 그럴 순 없었다.

수현이 겪는 건 세계 유수의 헌터들이 통과의례처럼 겪는 유명세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현은 다른 나라의 헌터들보다 더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헌터.

아시아 최초의 헌터.

최초라는 타이틀은 그 가치가 처음부터 희소성이 느껴지게끔 차별적 가치와 간접적 우월감을 가져온다.

게다가.

파렐 원정대에 참여하지 않은 헌터.

알려지지 않은 미등록 헌터.

의문…미스테리….

이렇게 기사화된 수현에 관한 것들은 사람들, 나아가 세계인들의 호기심까지 부추겼다.

무언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풀리지 않는 의문 따위의 요소 따위가 가장 자극적인 법이다.

“후우···.”

문의 틈도 주지 않을 정도로 꽉 찬 사람들 때문에 학생들은 후문으로 돌아나가야 할 판이었다.

‘학교··· 그만둘까···.’

어째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걸까.

당연히 공부가 필요해서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욕심이지.’

아주 작은 욕심.

학교…친구들…

수현의 십 대는 졸업이란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러운 굿바이를 가지지 못했다.

퍼스트 드림이란 각성을 거치면서 정부와 초국가적 기구인 DIVA에 의해 강제로 학교와 친구들로부터 멀어져야 했으니까.

스무 살도 되기 전에 강제적으로 입대 형식에 의한 특전사 입대.

각 종별 군사훈련과, 실전을 통한 특수전, 살상술 교육.

그 후 헌터 양성소를 통해 이 나라를 떠나야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의 손에 떠넘겨져.

그다음부터는 오로지 전장, 전투, 오직 살아남는 것만을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싸우고 또 싸우고.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피와, 시체뿐이었다.

그러니까, 지난 일 년간의 시간은 수현이 빼앗겼던 시간이었다.

원래는 없었던, 하지만 가졌어야 할, 누렸어야 할 시간들.

헌터로서의 의무는 잊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새로운 삶을 얻게 됐다면 누구나 이런 꿈은 그려보잖아?

누구는 당연하게 여기는 아주 평범한 일상.

하지만 수현은 가져보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이라면···.

마치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처럼 수현이 자문자답했다.

부릉····!! 부르르르르.

수현은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들리자 일제히 시선들이 주차장으로 쏠렸다.

그의 행동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은 수현의 모습을 찍었다.

헬멧을 푹 눌러썼다.

“······.”

자신의 표정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이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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