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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딩 블레이드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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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15. 가든(Garden)

부바바바바바.

애애애앵! 애애애앵!

충성! 충―성! 추웅―쏭!

“…….”

수현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최대한 앞만 보며 운전하려고 노력했다.

‘진짜! 이 나라 공무원들은…….’

정부의 허락은 있었지만 미래형 바이크를 타고 학교에 간다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었다. 오로지 전투를 위한 기동성 때문에 주문을 했던 것.

하지만.

‘충성! 에스코트가 준비됐습니다.’

‘…예?’

정부의 생각은 그게 아닌가보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헌터를 보유 하고 있는 국가.

그리고 그 것을 위한 홍보.

두두두두두두두.

애애앵! 애애앵!

충―성! 쭝―썽!

추왕―스왕~!

‘얼씨구?’

수현은 그 와중에 잔뜩 오버하며 경례 구호를 한 녀석을 돌아봤다.

바이크 앞으로 좌우로 여섯 대씩 도합 열두 대가 각을 맞춰 에스코트하는 기동순찰대 의전용 싸이카.

태극기까지 휘날리며 달린다.

차라리 도로라도 통제했으면 덜 창피했을지도.

평일 날 멀쩡하게 차와 사람이 오가는 곳에서 이러고 가는데 안 볼 사람들이 없었다.

거기다 길목마다, 블록마다, 신호등마다 데코레이션처럼 우렁차게 고함치는 저놈의 충성 소리는 정말이지…….

‘에휴, 황금딱지 번호판의 위력이냐.’

에스코트하는 싸이카가 아니더라도 충성을 때리는 경찰들의 시선은 노골적으로 바이크에 붙은 번호판에 머물러 있었다.

황금빛으로 번쩍거리는 봉황무늬에.

학교 정문이 보일 즈음,

치이익.

이어폰을 통해 무전기 소리가 전해왔다.

“최수현 씨, 에스코트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학교 안까지 진입하면 아무래도 시선들도 신경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

‘아오. 시내 한복판을 퍼레이드 해놓고 학교 안의 시선이 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다.

수현은 대꾸도 하기 싫어 학교 정문이 보이는데도 오히려 속도를 더 높였다.

“이 자식들. 머리 꼴이 이게 뭐야? 며칠 쉬었다고 이 모양이냐?”

“아야, 아야야···!”

“선생님!”

“선생님? 그래 내가 너흴 언제 이렇게 하라고 가르치든? 안 엎드려?”

푸른 천막으로 가린 골조가 올라가고 있는 건물들 사이로 임시로 지어진 컨테이너가 보였다.

부서진 건물 앞엔 커다랗게 보수중이란 팻말이 걸려있었다.

며칠 전 몬스터로 인해 휴교를 했던 신도림 고등학교였다.

“그 난리가 났는데 놀 궁리나 하는 게 제정신이냐? 이 녀석들아.”

몇 주 만에 다시 문을 연 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을 휩쓸고 갔던 공포를 아직 잊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교문에서 복장단속을 하고 있는 학생주임 선생님의 목소리는 오늘따라 더 과장되게 들렸다.

마치 그때의 일을 잊으려는 듯.

부바바바바. 부아아아아앙―!!!!!

“……!”

학교 전체를 들썩이는 요란한 엔진 소리.

등교를 하던 학생들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쏠렸다.

끼익―!!

고속으로 질주하며 들어온 바이크 한 대가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회전하며 멈추었다.

바이크의 뒷바퀴가 반원을 그리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콜록, 콜록. 뭐야?!”

피어오르는 먼지를 손으로 저으며 선생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쳤다.

철컥.

그러나 대답 대신 바이크에 내리는 한 사람.

검은색의 바이크 슈트의 지퍼를 조금 내리자 그 안에는 새하얀 교복 카라가 보였다.

익숙한 그 교복에 선생님은 다시 한 번 그를 바라보았다.

눈을 씻고 쳐다봐도 엎드려뻗쳐를 하는 이곳의 학생들과 똑같은 교복이다.

“아니? 이노무 새끼가? 교정에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와? 너 인마! 일루와! 빨리 튀어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선생님이 벅 테이프를 바른 당구봉을 흔들며 노발대발 소리쳤다.

“저기··· 그게요.”

민망한 듯 허리를 숙이며 헬멧을 벗는 순간,

고함을 지르던 선생님의 눈동자가 누구보다도 커졌다.

“수, 수, 수현이구나?”

“죄송합니다. 선생님. 지각하는 줄 알아서···.”

꾸벅 인사를 하는 수현.

순간 주위의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

“우아!”

“최수현이다!”

“학교에 오는 거야?”

“쩐다· 바이크 봐!”

학생들은 저마다 수현을 보며 소리쳤다.

그런 반응이 어쩐지 멋쩍은 듯 수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선생님께 말했다.

“저기··· 그게 타고 다녀도 된다고 해서요.”

“뭐야?”

선생님이 오토바이를 쳐다보려는 순간,

본관에서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배가 불룩 나온 교장 선생님은 연신 바지춤을 끌어 올리며 숨을 헉헉 쉬며 수현을 불렀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응? 우리 학교의 자랑 최수현 학생~!”

“안녕하세요.”

누가 봐도 티 나게 웃으며 친한 척 수현의 양옆으로 붙는 선생님들.

교장 선생님은 어찌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아집 초봄인데도 불구하고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찰칵! 찰칵!

“……?”

찰칵! 차차찰칵!

‘뭐, 뭐야?’

수현은 카메라를 든 미술 선생님 ‘노망네이터’를 어이가 없어 쳐다봤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이 허리가 잔뜩 굽은 선생님이 언제 그랬냐는 듯 요리조리 잘도 카메라를 들고 교장 선생님 옆에서 파노라마를 촬영하듯 순간순간을 찍어대고 있어서다.

“허허허. 최수현 군. 자 우리 포옹 한 번.”

“예?

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교장이 덥석 수현을 끌어안았다.

찰칵.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 플래시까지 터뜨리는 노망네이터.

“자자자, 어서 들어가지.”

교장은 마치 귀빈을 모시는 것처럼 수현을 안내했다.

하긴, 수현이 누군가?

아시아에서 하나뿐인 헌터이자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단독으로 게이트를 닫아버리는 위업을 달성한 존재가 아닌가.

“나참, 헌터가 뭐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반응이 못마땅한 듯 학주 선생님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응? 헌터면 다야? 학생이 말야. 학생답게 행동해야지. 학교에 오토바이나 끌고 오고. 어? 안 그래?”

방망이를 손바닥으로 탁탁 내려치며 호기롭게 선생님은 조금 전 수현이 세워 놓은 오토바이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착!!

“뭐야?”

그 순간,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수십 명의 경관들이 도로를 통제하며 멈춰 서서 경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슨 행사라도 있는 건가 하고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경관들 중 한 명이 손가락을 뭔가를 가리켰다

“······?”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천천히 선생님의 고개가 돌아갔다.

“흐익?”

숫자가 쓰여 있어야 할 번호판엔,

두 마리의 봉황이 선생님을 반기고 있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당연히 나올 한 마디.

“처, 청와대!?”

* * *

“그동안 좀 쉬었나? 학교로 몰리는 기자들 때문에 난리라지?”

“네, 그래도 저번 같은 에스코트는 사양입니다. 다시는.”

며칠 전 일을 떠올리자 다시금 얼굴이 붉어져 생각하기도 싫은 수현이었다.

“하하. 미안하네. 보는 눈들이 많아서 말이야. 아시아 최초의 헌터에 대한 선전이 필요했네.”

대통령은 수현의 불만에 가볍게 웃으며 그를 소파로 인도했다.

“그래도 의외로군.”

“왜 그러시죠?”

“하고 싶은 것이 학교를 가는 것이라니 말야. 나는 자네가 좀 더 특별한 걸 바라지 않을까 싶었거든. 하다못해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도.”

수현은 대통령의 말에 가볍게 어깨를 들썩였다.

“궁금했거든요..”

“음?”

“2020년의 학교는 어떨까···.”

대통령은 그 말을 섣불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하, 하긴 헌터가 되었으니 학교를 다니는 게 이제 쉬운 일이 아니겠지. 자네 마음도 이해가 가네.”

수현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는 알 수 없을 테니까.

자신은 미래를 알고 역사를 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모르는 것은 있다.

2020년.

그의 미래에서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들이 쏟아졌던 이 날 학교는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겪어보지 못한 일상이야말로 수현에겐 꿈과 같은 일이었다.

“···급하게 부르신 이유는요?”

수현은 괜한 감상에 젖어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생각에 감정을 추스르며 대통령에게 말했다.

“이것 때문이네. 한번 읽어보게.”

그러자 대통령은 수현에게 뭔가를 건넸다.

“DIVA에서 온 전문이지.”

“······.”

두 번째 게이트가 닫힌 지 일주일 뒤.

유엔의 결의문에 있던 DIVA의 출범은 복구와 안전을 명목으로 예정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번에 DIVA에서 새로이 기획된 계획이네.”

“아!”

수현은 전문을 펼치자마자 익숙한 단어 하나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본 순간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가든···.”

“맞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하지만 돌이키고 싶지 않은 단어.

‘이제 시작인가···.’

그들의 되돌릴 수 없는 죄업의 발단.

그 시작엔 이것이 있었다.

수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가든(Garden),

바로,

아시아에 세워질 DIVA 헌터양성센터의 이름이다.

이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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