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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딩 블레이드 13화

어센딩 블레이드 13화
[데일리게임] 13. 코리아 헌터

[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 보이십니까? 각지에 열리기 시작한 게이트로 세계는 혼란의 도가니입니다. 그러나 이곳! 바로 광화문 광장에 나타난 파수꾼을 상대로 단 한 명의 헌터가·····!!]

쾅―!!!

거대한 할버드가 우습게 빌딩 두 채를 단 한 방에 날려버렸다.

“후우···.”

수현이 손등으로 뺨을 닦았다.

붉은 피가 묻어난다.

슬레이브를 잡을 때만 해도 상처 하나 없었던 수현은 몸엔 이미 여기저기 생채기가 생겨나 있었다.

쿵!

쿠쿵!

바리언트가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도로와 건물이 요동쳤다.

녀석이 지나간 도로 바닥이 움푹움푹 들어갔다.

마주 보고 있는 둘의 모습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 같았다.

가슴의 갑주는 양쪽에서 솟아나 마치 뿔처럼 코어를 가렸다.

그리고 갑주와 코어 사이의 아주 작은 공간.

빈틈.

‘아니, 미끼.’

치졸한 약은 속임수다.

마치 공격하라고 당당하게 내보인 저 빈틈을 노리다간 오히려 당하고 만다.

콰직!!!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튀는 파편들.

순간, 수현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생겼다.

몸을 던지듯 바닥을 구르는 순간 바리언트의 거대한 발이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땅을 내리쳤다.

쿠우웅!!!

바닥을 차며 그 탄력으로 달려나간 순간 사람들의 시선에 수현의 모습이 흐릿하게 변했다.

“으아아아아아!”

수현의 고함 소리에 이어 그 뒤를 쫓는 시선을 따라 사람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수직이라고 해도 무방할 바리언트의 다리를 수현이 평지를 달리듯 전력을 질주하며 거슬러 올랐기 때문이다.

바리언트의 가랑이 사이로 양다리를 지그재그로 밟으며 수현이 가슴까지 튀어 올랐다.

후웅!!

그 순간 바리언트의 할버드가 수현을 노렸다.

회전하는 거대한 도끼날이 단번의 그의 허리를 두 동강 낼 듯 달려들었다.

콰직!!!

정통으로 맞은 수현의 몸이 일직선으로 튕겨져나갔다.

콰―앙!

사람들의 시선이 튕겨 나간 수현을 쫓아가기도 전에 스무 층 건물이 아래서부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쿠구구구궁.

“아악?”

“맙소사?”

“주, 죽은 거 아니야?”

사람들도 기자들도 비명을 질렀다.

할버드에 맞게 튕겨 나간 수현이 그 건물 안으로 처박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아!”

승리를 자축하듯 바리언트가 하늘을 보며 포효했다.

쿠―앙!

“……!”

그때 시커멓고 커다란 무언가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바리언트를 향해 날아갔다.

두 개의 층이 떨어져 나간 크기의 무너진 건물의 파편.

쿠콰쾅!

거대한 파편에 턱밑을 적중당한 바리언트의 머리가 부러질 것처럼 뒤로 홱 꺾였다.

쿠아앙! 콰앙!

바리언트가 꺾인 머리를 제자리로 돌리기도 전에 폐허가 돼버린 건물의 파편이 연속으로 날아왔다.

할버드와 주먹으로 날아오는 파편을 일일이 쳐내느라 녀석은 앞으로 한 걸음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다 쳐내는 속도가 날아오는 파편의 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몸통과 머리를 가리지 않고 연속으로 격중당했다.

쿵. 쿠쿵. 쿠쿠쿵.

사람들이 주먹을 불끈 지고 함성을 내질렀다.

땅이 요동쳤지만 건물 파편에 맞아 목을 들썩이며 뒤뚱뒤뚱 물러서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저 괴물이 쓰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미 전세가 역전했다는 생각에 한 마음으로 수현을 응원했다.

[크롸라라라아아아아]

마치 하늘이 깨져 나가는 것 같은 포효음에 사람들이 귀를 막았다.

피를 흘리는 것처럼 거대한 두 눈에서 붉은빛을 번쩍이며 바리언트가 주먹을 치켜들었다가 아스팔트를 내리쳤다.

꽝―!

내리친 곳은 녀석의 발 앞인데 폭발은 수현과 함께 건물이 무너진 폐허더미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 방향으로 갈렸다.

용암이 분출하듯 하늘로 치솟는 먼지 구름.

운석이 내리친 것처럼 거대한 크리에이터를 만들어가며 움푹 꺼져가는 폐허더미를.

폐허 주변의 반경 백 미터 안쪽의 모든 건물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장면이 햇빛마저 가린 먼지 구름과 안개로 뒤덮였다.

쿠쿠쿠쿵. 콰콰쾅.

우르르르르르.

먼지로 뒤덮이기 전에 사람들이 본 건 수십 채의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좀 전까지도 기쁨에 찬 응원의 봇물이 넘쳐나던 분위기가 쥐 죽은 듯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바리언트를 주시하는 눈은 별로 없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흔들림 없이 분진 속에 묻힌 폐허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믿음과 희망이 교차하는 눈들이.

푸스스스스스스.

솟구쳤던 연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콰앙!!

순간, 바리언트의 몸이 휘청하며 조금 전 내질렀던 주먹이 위로 튕겨져나갔다.

강력한 충격과 함께 녀석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

가라앉았던 먼지 바람이 한 바퀴 휙 하고 소용돌이치며 돌더니 공중에서 흩어졌다.

깊게 패인 구덩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한 사람.

우두둑.

수현은 뻐근한 듯 목을 이리저리 꺾었다.

더러워진 교복 셔츠의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수현이 침을 뱉었다.

“퉷.”

먼지와 피가 함께 섞어 뱉어낸 침 덩어리를 보며 파수꾼에 대한 상념들이 새삼 빠르게 스쳤다.

바리언트.

미래에서 접한 기록상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저 거대한 신장과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힘.

그리고 가장 저돌적인 부류.

“아야야.”

수현이 얼얼한 뺨을 쓰다듬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한 새끼.”

와아아아!!!

환호성이 들렸다.

폭격과도 같은 무차별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한 수현의 모습에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수현이 그걸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피를 하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들 말고도 저렇게 많은 사람이라니.

이 엄청나고 파괴적인 괴물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두려움마저 앞지르는 인간의 호기심이 얼마나 지독한지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크아아아아아!!!]

고개를 돌렸다.

환호성과 함께 분노에 찬 외침 역시 들린다.

바리언트는 한 손에 들고 있던 할버드를 다시 움켜쥐었다.

수현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구름 속에 가려진 게이트는 어느덧 거의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곧 문이 열린다.

빠득.

수현이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쿠우우아―!!]

바리언트가 고함소리와 함께 할버드를 위에서 아래로 찍었다.

콰차창―!

흡사 수천 개의 강철이 한꺼번에 깨져 나가는 굉음이 메아리쳤다.

바리언트의 할버드와 비교하면 수현의 손에 들린 대검은 겨우 바늘 정도로 크기에 불과했다.

[크아아아앙!]

끄까까까까까까깡.

“크읍!”

하지만 두 개의 무기가 서로 충돌한 순간 한 치도 밀리지 않는 둘의 치열한 대치처럼, 서로의 날이 맞닿은 부분에서 불꽃이 폭죽처럼 일어나 주변을 햇빛보다 환하게 물들였다.

꽝―!!

“꺄악?!”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힘을 겨루던 중 바리언트의 할버드가 어느 순간 수현이 있던 곳을 내리쳤기 때문이다.

반경 백여 미터에 이르는 아스팔트가 무중력 공간이 된 것처럼 튀어 올랐다.

사람들은 동시에 생각했다.

그럼 헌터는?

“저기다!!”

제 빨리 카메라를 돌려본 카메라맨이 바리언트의 뒤를 가리켰다.

그의 외침에 일제히 사람들이 그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아니! 저쪽이다!”

“……?”

“저기! 저쪽 조형물 꼭대기에!”

“빌어먹을! 도대체 어디야? 빨리 찍어!”

“너무 빨라요! 눈으로 쫓을 수가 없어요!”

소리가 들려온 곳에 수현이 있었던 건 분명했다.

하지만 동체 시력이 그의 움직임을 쫓지 못했다.

쿵―.

“으아아악?”

“꺄악!”

사람들은 건물 하나가 통째로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느닷없는 괴물체의 습격에 기겁했다.

그러다 그것이 거대한 괴물의 잘린 팔인 걸 알고는 더 놀랐다.

[크아아아아!!!]

사람들이 포효성을 쫓아 시선을 던졌을 땐 고통에 신음하는 바리언트의 잘린 어깨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 일대에 핏빛 비가 내리고 있었다.

써걱.

훙―!

사람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뭔가가 잘리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렸을 때 거대한 할버드가 주인을 잃고 하늘로 날아갔다.

[크와아우우우…!]

사람들은 시야에서 사라졌던 수현이 어느새 바리언트의 바로 앞에 정면으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붙든 건 양쪽의 팔이 깨끗하게 잘려나간 괴물의 처참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귀에 들리는 녀석의 포효성은 더 이상 포악한 괴성이 아니라 고통에 찬 울부짖음으로 들렸다.

녀석이 몸을 공처럼 웅크리며 무릎을 바짝 굽혔다.

수현의 눈매가 가늘게 변했다.

누가 봐도 공중으로 도약하려는 몸짓.

콰―앙!

순간 여지없이 놈이 굉음을 동반한 엄청난 도약력을 선보이며 단숨에 수십 미터 하늘 위로 솟구쳤다.

철컥.

기다렸다는 듯 수현이 대검의 손잡이를 거꾸로 잡고 허리 뒤로 뺐다.

으득.

마치 투포환을 던지는 선수처럼 한 발을 축으로 몸을 회오리바람처럼 회전시켰다.

“야아아아아앗!”

소름이 돋을 것 같은 기합성이 울려 퍼지며 수현의 힘과 원심력이 더해진 대검이 하늘을 향해 탄환처럼 솟아올랐다.

쐐애애애애애애애액!

사람들의 시선이 숫제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수현의 대검을 쳐다봤다.

그리고 수현의 대검이 하늘로 비상한 바리언트와 겹쳐졌다.

투―하―악!

“우…우, 우와아?”

사람들은 바리언트의 두 다리가 깨끗하게 잘려나가며 지상으로 추락하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크아아아아! 키에엑!]

한 박자 늦은 녀석의 비명이 하늘을 요동쳤다.

피피피피피피핑.

수레바퀴처럼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며 돌아오는 대검.

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알아서 기라는 듯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그리고.

철컥.

마치 원래 그럴 예정이었다는 듯 부메랑처럼 되돌아온 대검이 수현의 손에 착 감겼다.

“대단…하군.”

모니터를 바라보는 강인한 눈매가 어울리지 않게 파르르 경련했다.

“고작 한 명이···. 저게 말이 됩니까?”

“…….”

한쪽 팔을 붕대로 깁스한 금발의 남자와 두 다리와 얼굴까지 미라처럼 붕대를 감은 남잔지 여잔지 모를 두 사람이 모니터에 박힌 시선을 뗄 줄을 몰랐다.

모니터에선 그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코리아 헌터라는 이름이 생중계로 전해지고 있었다.

정보부 소속 헌터 직할 담당 카롯 버틀러는 둘의 표정을 보며 선글라스를 끼고 있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표정이 보이지 않을 테니까.

‘무리도 아니지…….’

충격이 없을 수 없다.

빠득―.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알벤 사후 영국 최강임을, 나아가 세계 최강임을 자부해온 그들이 아닌가.

이 자존심 높은 괴물들이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잃을 만큼 모니터 속의 동양 꼬마의 활약은 경이적이었다.

“저럴 수가···….”

안드레이가 모니터 화면을 보며 신음하듯 뇌까렸다.

그나마 성격 자체가 과묵하고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그가 이 정도다.

레베제바와 이오시프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안드레이가 힐끗 둘에게 시선을 줬다.

수다쟁이는 말을 잃고, 실실 쪼개던 녀석도 웃음을 잃은 얼굴이다.

그만큼 TV에 나오는 정체불명의 동양인 헌터의 활약은 충격적이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을 만큼.

이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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