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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딩 블레이드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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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10. 집으로

“집으로? 네.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럴 실 필요 없어요.”

수현은 어디론가 연락하는 서기관을 말리려 했다.

그러나 그의 멋쩍은 미소에 수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시죠?”

“그게···. 들어가기 쉽지 않으실 겁니다.”

“···네?”

웃음의 의미가 뭔지는 집 근처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이, 이게?”

수현은 명동처럼 변해버린 인산인해의 동네를 보며 입이 벌어졌다.

처음엔 집으로 향하는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너덧 번 통과하기에 무슨 군대도 아니고 좀 오바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집에 거의 도착하고 보니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었다.

수현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

익숙지 않은 광경에 어쩐지 수현은 창피해지는 기분이라 시트에 몸을 푹 숙였다.

“잠시만요!! 잠깐이면 됩니다!!”

“이봐, 가리지 말라고!!”

“아 쫌, 밀지 좀 맙시다!”

골목길은 이미 기자들로 점령당한 상태였다. 빼곡하게 찬 기자들이 팔짱을 낀 채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에에에엥―!

순간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나타난 페트롤카의 등장에 길음 점령하고 있던 기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뒤를 향했다.

“저기다!!”

순식간에 카메라의 플래시가 번쩍였다.

눈이 아플 정도로 쉴 새 없이 찍어 대는 카메라와 보도를 준비하는 기자들.

“어마어마하군요.”

“하하···. 그러게요.”

그 어떤 연예인도 귀빈도 이 정도 취재진들이 몰린 적은 없을 것이다.

수십 년 경력의 기사도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듯 혀를 내둘렀다.

“최수현 군!!”

“한 말씀만 부탁합니다.”

“어떻게 헌터가 되신 겁니까?”

“파렐은 몇 층까지 클리어 하셨습니까? 동료가 있습니까? 정부의 지원을 받은 건가요?”

“우리 정부가 보유한 헌터는 몇 명입니까!”

쏟아지는 질문 세례.

기자들은 온몸으로 조금이라도 차를 붙잡기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았다.

보닛 위로 올라서는 기자들을 경찰이 힘겹게 떼어내며 길을 열려고 안간힘을 썼다.

경찰과 기자 그리고 구경꾼들까지 뒤엉켜 일대는 엄청난 소란이 일어났다.

“한 마디만 해주십시오!!”

* * *

“후우···.”

수현은 피곤한 듯 뭉친 어깨를 풀며 집 앞에 섰다.

몰려드는 기자들에 결국 수현의 집 반경 1Km 안은 모두 봉쇄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안에 남이 있는 인근 주민들은 창문으로 힐끔힐끔 수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집에 한 번 들어오기 힘드네.”

어쩐지 몬스터와 싸우는 것보다 더 피곤한 것 같은 기분에 수현은 헛웃음이 나왔다.

띵똥.

수현이 현관문의 초인종을 눌렀다.

항상 듣던 소리인데 적막감에 오늘따라 더 크게 들렸다.

“오, 오빠?”

조심스럽게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얼굴.

얼굴에 묻은 피를 닦을 생각도 못 했는지 검붉게 굳어 말라버린 핏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미나.

“아하하. 미안. 좀 늦었지?”

어색한 농담이 통할 리가 없다.

현관문이 활짝 열리며 미나가 그를 향해 뛰어들다시피 안겼다.

“오빠!!”

찢어진 교복 그대로.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미나는 그 상태로 수현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야야, 꼴이 이게 뭐야?”

“흐아앙···.”

멋쩍은 마음에 뚱하게 말했지만 미나는 수현을 끌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줄 뿐이었다.

“무서웠단 말야. 막···막 TV에서 오빠가 나오고··· 그리고 그··· 이상한··· 으아아아앙.”

두서없이 말하는 말에도 수현은 미나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수현아···.”

하루 만에 핼쑥해진 엄마는 수현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엄마!”

극도의 긴장감으로 온몸에 힘이 없었던 모양이다.

몰려든 기자들 때문에 더더욱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초인종소리와 창문을 두들기는 울림까지. 안 봐도 뻔했다.

“···괜찮아. 조금 어지러워서 그래.”

가족.

수현은 그제야 실감했다.

수현은 와락 두 사람을 끌어안았다.

낮의 그 냉정한 모습은 사라지고 그저 평범한 최수현으로 돌아온 것이다.

“응. 다 괜찮을 거야.”

수현은 눈을 감으며 말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두 사람의 온기를 느끼도록.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렸던 두 사람의 체온이야말로 수현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누가 이 마음을 알까.

원래대로라면 오늘 가족들은 수현의 곁을 떠났어야 했지만 수현 자신이 그 운명을 바꿨다.

자신의 의지로.

모두 살렸다.

“아빠는···. 아무 일 없겠지?”

“······.”

미나는 수현이 차갑게 노려보자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괜찮은지 내가 알게 뭐야.”

“미안···.”

수현의 냉랭한 대답에 미나는 고개를 숙였다.

얼굴조차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 오래전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홀연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도 연락도 없는 인간인데···.”

수현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그저 자신들을 버린 존재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현과 미나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금기시되는 이름이다.

“배고프지? 엄마가 바로 차릴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응!!”

침울해질 뻔했던 분위기에 미나가 더욱 큰 소리로 대답했다.

수현도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지킬 거야.’

아버지의 빈자리까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수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수현은 몰래 눈가를 훔쳤다.

과거로 돌아온 그 날 흘렸어야 할 눈물이 2년여가 흘러서 이제야 뒤늦게 감격의 눈물이 되어 뺨을 타고 흘렀다.

탈칵.

모두가 잠든 밤.

수현은 방문을 닫고서 조용히 문고리를 잠갔다.

어두운 방엔 형광등도 켜지 않았다.

책장도 침대도 그대로인데 이틀 만에 돌아온 자신의 방이 어쩐지 낯선 기분이었다.

“후우···.”

긴 한숨을 내쉬니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수현은 자신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장의 긴장감.

죽을지도 모른다는 압박감.

그리고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혼자 남고 나서야 그런 모든 압박감이 온몸의 경련으로 변해 몰아붙인다.

꽈악.

주먹을 쥐는 마디마디가 피가 맺힐 것처럼 힘이 들어갔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최수현.”

앞으로도 계속해서 게이트가 열릴 것이다.

더욱더 강한 몬스터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사실에 그는 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걸 잘 알다.

“알벤의 13층 공략 실패 후 15층을 공략하기까지 9년.”

실패를 거듭 할수록 열리는 게이트와 쏟아지는 몬스터들과의 전쟁이 9년 동안 계속되는 것이다.

‘그 덕분에 현실 세계는 난리가 났었지.’

헌터는 파렐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그들만이 그 자격을 부여받았으니까.

‘나는 약했다.’

적어도 그전의 나는.

죽을 줄 알면서도 파렐 공략대에 몸을 맡겼다.

명예니, 영광이니 하는 다른 헌터들과 다르다.

파렐 공략을 피해 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숨지 않았다.

‘죽을 줄 알면서도 파렐 원정대 강제 징집을 피하지 않았던 건…….’

후회 때문이었다.

지구니 인류니 하는 문제가 아니다. 엄마와 동생을 지키지 못한 후회.

그것이 십 년을 더 살았던 미래의 자신, 죽기 직전 마지막에 떠올린 절규 같은 비통함이었으니까.

“해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목적은 하나고 변하지 않는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킨다.’

파렐에 들어가지 않고, 헌터라는 걸 숨긴 것도,

몰래 힘을 기르며 알고 있는 미래의 역사도 세계에 공표하지 않은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니까.

언젠가. 어느 날, 누군가 이기적이라고. 비겁하다고 손가락질 한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다.

‘지키기 위해서.’

파렐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

그리고 15층의 녀석.

정체조차 알지 못한 채 자신과 파티원들을 단숨에 죽여 버린 괴물.

녀석이 존재하는 한 그저 똑같은 역사가 되풀이될 뿐일 것이다.

놈을 죽이는 것이 최종 과제.

파렐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시작이며 곧 끝을 상징할 놈을 처치하는 것.

“어차피 지금 13층의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는 무용지물이니 당분간 열지 못 할거야. 문제는 공개되어있는 12층.”

새로운 층으로 오르기 위한 조건은 간단하다.

바로 층을 클리어하고 다음 층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 얻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단 한 명의 헌터만이 얻을 수 있는 마스터키.

알벤의 죽음은 13층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선 리셋된 12층을 다시 공략하고 다시 한 번 열두 번째 마스터키를 얻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12층은 알벤이 이미 공략을 끝난 층.

최초엔 마스터키를 보유한 사람이 있어야 진입이 가능한 것과 달리 이미 한 번 공략이 끝난 12층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기회가 많아지면 그만큼 실패도 많아지는 법.

그건 곧 언제든 실패할 수도 있는 공개층이란 뜻이다.

‘사실 진짜 혼돈은 마스터키를 쟁탈하기 위해 서로 싸우기 시작하는 지금부터지.’

알벤은 1년 전 최초로 마스터키를 얻자 열쇠 안의 고유한 능력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실로 범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결단.

그 사실을 알면서도 다른 헌터들은 알벤이 12층까지의 마스터키를 혼자 독식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제지를 가하지 않았다.

왜?

오로지 실력으로 알벤이 그들을 앞질렀으니까.

그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을 완벽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헌터가 바로 알벤 로스차일드라는 남자였다.

하지만 통솔자이며 정신적 지주이자 리더인 알벤이 죽으면서 힘의 질서는 깨졌다.

헌터라면 모두가 갈망하는 마스터키를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헌터들의 뺏고 빼앗기는 마스터키 사냥이 시작되었다.

그건 헌터 대 헌터.

그리고 헌터를 보유한 클랜 대 클랜, 나아가 국가 대 국가 간의 힘겨루기로 비화할 것이다.

강력한 힘에 대한 열망.

그건 우습게도 파렐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조차 잊게 만들었다.

이기적인 다툼 때문에 연이어 벌어질 공략의 실패.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열두 개의 마스터키를 가지고 있었던 패스파인더의 잠적까지.

자연스럽게 헌터들의 목표는 12층 보스인 코라모그를 잡고 마스터키를 얻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 고통을 받는 것은 현실의 사람들이다.

실패한 숫자만큼이나 세계 각국에 도래할 파렐의 게이트와 현실에 쏟아지는 몬스터들.

알벤 사후 열린 게이트를 시작으로 고작 삼 일 만에 다시 게이트가 열렸다는 것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혼돈과 전란의 시대.

수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것.

“더··· 강해져야 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가방에 운동복과 과자 부스러기 같은 걸 잔뜩 집어넣고서는 구석의 옷장 앞에 섰다.

덜컥.

옷장의 양쪽 문을 조심스럽게 당겨 양쪽으로 연 수현이 낮게 뇌까렸다.

“시뮬레이터. 오픈.”

그리고 옷장 안으로 향해 그가 한 걸음 내디뎠다.

끼이이이이이.

수현을 삼킨 옷장의 양쪽 문이 낡은 소리를 내며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이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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