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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딩 블레이드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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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6. 돌입

“피해!!!”

“꺄아악―!!!”

사람들의 갖은 비명소리.

백화점이 즐비한 영등포 일대는 이미 지옥을 방불케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려하게 빛나던 빌딩들이 처참하게 구겨지고 무너졌다.

대기하던 기차들은 마치 장난감을 던져 놓은 것처럼 철로를 벗어나 사방으로 뒤엉켜 있었다.

콰앙―!!

화염이 솟구친다.

역 앞에 주차되어있던 택시들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하며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경찰관들이 소리쳤다.

눈으로 보고서도 믿을 수 없는 일들.

분명, 평온했던 하루였다.

지구대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던 조금 전이 마치 꿈 같다.

“으아아아아!!”

탕!! 탕탕!!!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날카로운 총탄 소리와 화약 냄새가 코끝에 닿는다.

“크르르······”

그러나 겁을 잔뜩 먹은 총이 제대로 조준이 될 리가 없었다. 게다가 가까스로 명중한 총탄도 괴물의 두꺼운 피부를 뚫지 못했다.

오히려 조금 전 공격으로 화가 난 듯 그들을 향한 으르렁거림.

검은 피부의 괴물이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총도 통하지 않는다.

더 이상 싸울 의지를 상실케 만드는 공포.

“으아악!!”

“도망····크허어억···!!”

달리려던 경관은 마지막 말을 제대로 남기지도 못했다.

촤아아악!

채찍에 잡혀 당겨지는 것처럼, 경관의 몸이 붕 떠올라 뒤로 확 잡혀 들어갔다.

너무나도 빠른 괴물의 움직임.

반항할 사이도 없이,

날카로운 주먹이 그의 몸을 관통했다.

와드득―.

목이 마른 듯 괴물은 그의 목을 잡아 뜯었다.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은 경관의 살점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붉은 피가 바닥에 뿌려졌다.

“사···살려······.”

주위를 둘러본다.

순식간에 홀로 남은 한 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웃고 떠들던 동료의 주검을 보며 그는 공포에 떨며 엉금엉금 바닥을 기었다.

“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맑았던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쿠르르르······.

저 멀리 보이는 검은 구름이 모여들고 있었다.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검은 물체가 구름 속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

말 그대로···.

지옥인 걸까.

콰직 ―.

비명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괴물의 발이 사정없이 그의 몸을 꿰뚫었다.

* * *

“오빠?”

죽을 힘을 다해 달리던 미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꺄악!!”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다리가 엉켜 그녀는 앞으로 고꾸라지며 넘어지고 말았다.

미나는 발목이 끊어질 것 같은 통증에 순간 현기증이 몰려와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다.

“크아아아아앙···!”

코너가 꺾이는 골목길 벽을 밟으며 거대한 몬스터가 그대로 날아서 미나를 덮쳤다.

눈을 시뻘겋고 검은색의 매끈한 털을 가진 맹수였다. 골목길이 녀석의 입에서 뿜어내는 유황 냄새로 가득했다.

수현은 한눈에 그 몬스터를 알아봤다.

파렐 6층에 서식하는 지옥 사냥개.

헬 하운드였다.

“제길!”

수현이 이를 갈며 단숨에 오 미터 간격의 전봇대 세 개를 지그재그로 박차며 도약했다.

쿠궁 ―.

마지막 세 번째 전봇대 밑동이 움푹 시멘트 바닥을 뚫고 들어가며 수현이 무서운 속도로 튕겨져나갔다.

차아아앙!

공중에서 회전하며 마치 단두대의 날처럼 수현의 대검이 헬 하운드의 목을 잘라버렸다.

그 즉시 몬스터의 몸뚱이를 수현이 발로 걷어차 버렸다.

크르르···.

콰앙!!

거대한 헬 하운드의 시체가 주르륵 밀려가 담벼락에 박히며 멈추었다.

“꺄악!!”

굴러떨어지는 몬스터의 머리에 미나는 다시 한 번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놀랄 틈도 주지 않고 수현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크어어어!

나머지 한 마리가 비명 소리를 지르는 찰나, 수현은 땅에 박힌 검을 잡고 빙그르 돌렸다.

넓은 검의 옆면으로 마치 배트를 휘두르듯 풀스윙으로 검을 휘둘렀다.

퍼억!!

단 한 방.

머리가 거의 90도로 꺾이며 헬하운드의 목이 그대로 부러졌다.

충격으로 날아간 몬스터는 조금 전 무너진 담장으로 튀어 올랐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중에 떠올랐던 놈은 그대로 바닥에 박히며 너부러졌다.

사방으로 몬스터의 피가 튀었다.

거대한 헬 하운드를 단숨에 해치워 버린 수현을 보며 미나는 놀라 넋을 잃은 얼굴로 쳐다봤다.

지금 눈앞에 대검을 들고 있는 게 정말 자기 오빠란 말인가?

“오···오ㅃ···.”

떨리는 목소리로 오빠를 불렀지만 무서운 건지 긴장한 건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야! 이 정신없는 기집애야! 너 왜 여기 있어!!”

호통 소리에 깜짝 놀라 그녀의 어깨가 들썩였다.

“내가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잖아! 오늘은 무조건 집에 있으라고 했지!”

“······.”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가려고 했던 미나는 수현이 나무라자 어쩐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목숨이 위험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수현이 자신에게 화를 내자 무서움보단 서운한 마음에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

미나는 수현을 향해 말했다.

“···미안해. 근데 어쩔 수 없었단 말야. 학급회의 때문에 담임이 자꾸 일 시키는데 어떻게 해!”

“학급회의?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 가지 말랬잖아!”

“이유도 안 설명해주고 무조건 집에만 있으라고 하면 어떻게 해? 게다가 오빠는 학교 가면서!”

미나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무섭고 힘들었을 것이다.

살아 있는 게 기적.

수현은 그때서야 화부터 내기 전에 ‘괜찮아?’ 라고 먼저 물어보는 게 먼전데 라고 자책했다.

“그, 그런 뜻이 아니야. 바보야. 울긴 왜 울어.”

멋쩍은 듯 수현이 손가락을 튕기며 미나의 이마를 한 대 때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뒤통수를 쓱 당기며 자신의 품 안으로 그녀를 안았다.

자신의 실수다.

몬스터들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다는 얘기를 믿지 않을 거란 생각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급한 마음에 강압적으로 미나에게 명령한 것이 잘 못이었다.

엮이게 하고 싶지 않던 마음이 오히려 왜곡된 호의가 되어 오해를 일으켰다.

“흐아아앙···.”

기껏해야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도.

받아드리기엔 버거운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야, 그렇다고 질질 짜냐? 미안하댔잖아.”

“몰라···!”

수현은 그제야 미나의 어깨를 다독이며 안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적어도 이 온기는 진짜였다.

다시는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따뜻함.

지옥 같았던 이 날.

수현은 그녀를 영원히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자신의 품에 있다.

그걸로 충분했다.

잃어버리기 전에 구한 것만으로도.

“엄마는?”

“···응?”

“집에 계시지?”

수현의 품 안에서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미나는 훌쩍이며 물음에 대답했다.

눈물범벅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들어 수현을 바라보았다.

“으응···. 조금 전에 통화하긴 했어.”

미나는 대답하면서도 수현이 들고 있는 커다란 검에 자꾸만 눈이 갔다.

그저 평범하다고만 생각했던 한 오빠와는 어울리지 않은 물건이었다.

아니, 어느 누가 들어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두 손으로 절대로 들 수 없을 것 같은 비현실적인 크기의 대검.

“오빠 근데 이거···.”

미나가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수현은 대답 대신 그녀의 눈가를 한번 쓱 문질러 눈물을 닦고는 말했다.

“꽉 잡아.”

“···어? 꺄아악!!”

순간, 미나는 갑자기 자신의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았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이 중력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기분.

그제야 미나는 수현이 고작 한 팔로 자신을 들어 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에 데려다 줄 테니. 엄마랑 같이 꼼짝 말고 집에 있어. 알겠어?”

“응? 자···잠깐만!! 오빠!!!”

심장이 떠올랐다가 공중에서 머무는 것 같은 느낌.

한순간 발끝이 저린 느낌이 들었다.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마치 자동차를 탄 것처럼 주위의 배경이 눈 깜짝할 사이에 뒤로 지나가 버렸다.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미나의 머릿속엔 의문으로 가득했다.

“꺄아아아아아!!”

하지만 그런 질문을 할 여유가 없었다.

미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수현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

이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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