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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딩 블레이드 4화

어센딩 블레이드 4화
[데일리게임]

4. 시작

"지금쯤 알벤이 13층을 공략하고 있겠지?"

"어. 장난 아니지 않냐? 성공할까?"

"당연하지. 인마. 알벤이잖아."

반의 아이들은 저마다 핸드폰을 보며 실시간으로 뜨는 기사로 들떠있었다.

어딜 가나 대화의 주제는 파렐이었다.

재미있는 쇼 프로를 보는 것 같은 모습.

하늘을 뚫고 세워진 거대한 등대는 오늘도 변함없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파렐은 기묘한 형태였다.

나선으로 휘감겨 있는 모양의 벽돌은 마치 뱀처럼 보이기도 하고 소용돌이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조형물의 상단엔 신호를 보내는 등대처럼 이따금 강렬한 빛이 쏟아졌다가 사라졌다.

십 년이 지난 그때도 어째서 파렐이 빛을 뿜어내는 것인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단지, 늦은 밤 항로를 비추는 신호처럼 빛을 뿜어내기 때문에 알벤 로스차일드는 등대를 뜻하는 Phare에서 그 이름을 차용해 지었다고 알려질 뿐이다.

가끔 정말 15층이 끝일까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높이의 파렐.

“나도 그 안에 들어가 보고 싶다.”

“아서라 아서. 헌터는 뭐 아무나 되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고. 며칠 전에도 몇 명이나 죽어 나갔던데.”

“하긴···.”

기자 회견을 통해 알벤 로스차일드는 오늘 파렐의 13층을 공략할 것을 선포했다. 미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알벤이 파렐에 들어간 지 어느새 다섯 시간이 흘렀다.

“야야, 너희들 공부는 안 하고 또 파렐 얘기냐?”

“그건 뭐야?”

“뭐긴 뭐야. 이번 모의고사 성적표지.”

아이들 틈을 비집고 들어온 현성은 교탁 위에 성적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들 나와서 받아가기나 해."

"그런데 요즘 수현이는 안보이냐? 맨날 너랑 붙어 다녔었잖아."

"수현이?"

현성은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몰라. 그 인간. 요즘 코빼기도 안 보여. 아침에도 먼저 간다고 요즘은 같이 학교도 안 와."

벌써 1년이 넘었다.

어린 시절부터 같이 해왔던 소꿉친구의 배신이 현성은 못내 아쉬웠다.

“작년에 갑자기 중국에 다녀오더니 그 뒤로는 뭐가 그리 바쁜지 얼굴 보기도 힘들어.”

“진짜? 수업시간에도 자던 인간이?”

“그러게. 요즘은 체육관에 틀어박혀 산다. 지금도 어디서 혼자 운동하고 있을걸?”

“헐. 거짓말.”

“내 말이. 거기다 밤에는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현성은 어젯밤 걱정하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야자를 하느라 그렇다고 둘러댔긴 했지만 확실히 요즘 수현은 좀 이상하다.

새벽이 넘어서 집에 오는 날도 많아지고.

“어쩐지 분위기가 좀 달라진 것 같단 말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해?”

“으응, 요즘은 뭔가···.”

꽝―!

“……!”

현성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온 세상이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것 같은 느낌이 몰아쳤다.

"뭐, 뭐야?!"

비틀거리며 주위에 보이는 아무거나 잡는 아이들을 서로 붙잡으며 놀라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 바닥이 거세게 흔들렸다.

쿠르르르릉.

중심을 잡지 못한 학생들이 비틀거리며 쓰러져 서로 뒤엉켰다. 의자와 책상이 심하게 요동을 치며 넘어지며 아이들을 덮쳤다.

"으아아악···!"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망쳐!!!"

누군가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지르는 게 시발점이었다.

당황해 어쩔 줄을 모르던 모두가 너도나도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현성이도 방금 같이 시시덕거리던 친구를 부축해 달렸다.

쩌저적!

“·····!”

복도를 달리던 현성이 고개를 돌렸을 때 복도 벽이 거미줄처럼 금이 갔다.

쫘아아아아아아악!

현성은 벽에 균열이 마치 그들을 집어삼킬 것 같이 뒤를 따라 갈라지자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우르르르릉! 콰콰쾅!

'뭐야? 지진이라도 났나? 전쟁? 무슨 일이야?'

달리면서 바깥을 보니 운동장에 바닥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구멍이 생겨났다.

"조금만 더 힘내!!"

본관 출입문 앞까지 왔을 때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부 몰려나와 혼돈의 도가니였다.

학생이고 선생님이고 전부 뒤섞여 너도나도 밖으로 탈출 러시를 하고 있었다.

친구를 부축한 현성이 용케 그 아우성을 뚫고 밖으로 탈출했다.

꺄아아아아악!

뭔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비명 소리에 현성이 달리던 걸음을 멈췄다.

마치 마비가 된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리는 공포.

크르르르르르.

허공에서 바둥거리는 두 다리가 보였다.

검은 피부의 괴상하게 생긴 괴물이 한 여학생의 목을 움켜쥔 채 바라보고 있었다.

“사···살···려······.”

눈물범벅이 되어버린 얼굴로 조여 오는 목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현실에서 존재할 리가 없는 괴상한 모습.

두 발로 서 있지만 그걸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2배는 훨씬 넘을 것 같은 거대한 크기.

단단해 보이는 비늘과 이마엔 날카로운 뿔까지.

두둑.

손아귀에 힘을 주자 그녀의 목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꺾였다. 발버둥 치던 다리가 맥없이 축 늘어졌다.

“주···죽었어?”

촤아아악!!!!

날카로운 몬스터의 이빨이 여학생의 목을 물어뜯었다.

우드득 거리는 뼈를 씹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뜨거운 그녀의 피를 꿀꺽꿀꺽 삼키던 괴물은 천천히 학생들이 서 있는 본관으로 향했다.

조금 전 괴물의 손에 잡혔던 여학생의 시체는 맥없이 바닥에 버려졌다.

"저게···.뭐야?"

"으, 으, 으아아아!!"

공포로 굳어서 아무도 옴짝달싹 못 한 순간, 한 아이가 결국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

콰드득.

“커헉?”

으아아아아아아!

비명이 아련해지며 하늘로 사라지는 아이를 모두가 얼어붙은 표정으로 쳐다봤다.

하늘에 있던 뭔가가 잡아채 올라간 녀석은 이미 보이지도 않았다.

쿵···!!

몇 초가 흐른 뒤 반쯤 잘려나간 시체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사방으로 튀는 피에 아이들이 고개를 돌렸다.

시체가 누구일지는 확인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거대한 검은 날개를 가진 몬스터들이 먹잇감을 노리듯 날아다녔다.

"꺄아아아!!!"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늘에 떨어진 친구의 시체에 학생들은 패닉에 빠졌다.

누가 할 것 없이 그들은 운동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밀치고 잡아채고 넘어뜨리고 밟히며 뒤엉킨 아이들은 그저 몬스터들에겐 좋은 먹잇감이었다.

"사···살려줘."

현성은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주저앉고 말았다.

"크아앙!!"

몬스터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리우며 현성을 향해 튀어 올랐다.

크아아아!

죽음.

현성은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아버릴 이성조차 없었다.

그때였다.

써걱!

"······!"

괴물의 포효가 뚝 그치며 대신 뜨거운 액체가 현성에게 쏟아졌다.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를 느낄 사이도 없이 현성이 피 묻은 눈을 깜박거리며 앞을 바라봤다.

쿵.

현성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허리가 깨끗하게 잘려 넘어가는 괴물의 상체를 따라서.

잘린 시체 뒤로 누군가 서 있었다.

“······!!”

현성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잘 다려진 교복 셔츠가 펄럭였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등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수, 수현···아?"

그러나 그 익숙함과는 정반대로 손에 든 현실감 없는 거대한 검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비명도, 괴물의 소리도 일절 죽어버린,

오직 질식할 것 같은 침묵이 그곳에 감돌았다.

저벅.

저벅.

현성은 수현이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몬스터들이 그만큼 물러서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괜찮아?"

"어?"

현성이 화들짝 놀랐다. 이 와중에 수현이 말을 걸어오니 왠지 놀라버린 것이다.

"괜찮냐고."

"어. 어어···."

현성이 바보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

2020년. 3월.

오늘은 모든 인류가 기억하는 날이다.

세계의 희망이자 위대한 헌터라고 불린 알벤 로스차일드가 공식적으로 전사한 날이니까.

인류는 파렐 13층 공략 실패보다 그의 죽음에 더 절망했다.

짓밟힌 희망을 비웃듯 파렐은 세상 밖으로 몬스터들을 쏟아내었다.

종말의 서막을 알리는 오늘.

가족도.

친구도.

모두 잔혹하게 죽었다.

바로 저기 저 몬스터들에게.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있는 힘껏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처럼.

“잘 봐라. 이 괴물들아.”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몬스터를 향해 경고를 하듯 수현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니까.”

이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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