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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의 환호와 박세리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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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PGA 도전 50번만에 감격적인 첫 우승을 차지한 임성재가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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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가 '맨발 투혼'으로 해저드에서 멋진 샷을 하고 있다.


미 PGA 첫 우승까지 피말리는 마라톤 승부를 펼쳐야 했다. 21세의 임성재는 지난 해 PGA 신인상을 수상하고도 미국에 변변한 집 한 채를 갖지 못했다. 10개월간 이어지는 정규 투어에 간간이 브레이크 타임으로 휴식기간이 있었지만 임시 숙박인 에어비앤비를 전전해야 했다. 매주 마다 대회를 옮겨 경기를 치러야 하는 PGA투어를 위해 호텔에서 잠을 자야 했고, 바쁜 비행기와 우버 자동차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마침내 그는 1일 활짝 웃을 수 있었다. PGA 50번째 출전인 혼다클래식에서 감격적인 미국 투어 첫 승을 기록한 것이다. 이제 끝없이 이어진 방랑자 같은 그의 PGA 투어도 끝낼 수 있는 황금 기회를 잡았다. 임성재는 우승 상금 126만달러(약 15억2000만원)을 받았다.

‘벼락 부자’가 된 기분인 임성재는 당분간 지금까지 숙소생활을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혼다 클래식 우승이후 다음 대회인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은 이번 혼다클래식 대회 장소인 플로리다주 팜 비치 가든스에서 256km(약 160마일) 떨어진 올랜도에서 시작된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평소대로 이동해 호텔식 생활을 할 거라고 한다.그는 혼다클래식 우승 직후 “호텔에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밤이 될 것 같다”고 통역을 통해 미국 기자들에게 털어놓았다.

2018년 PGA투어진출을 위한 자격이 걸린 프로서킷 페리 투어에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이후 그는 본격적인 PGA 투어 사냥에 나섰다. PGA 투어에 데뷔한 지난 해 뛰어난 경기력으로 비상한 주목을 끌었다. 끈기있는 정신력과 체력, 안정된 그린 플레이로 35개 대회에 출전했다. 신인은 물론 일반 투어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대회 출전수를 기록하면서도 그는 컷오프 통과 26번, 톱 25 16번의 훌륭한 성적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임성재는 지난 해 페덱스컵 세계랭킹 19위를 차지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대륙간 대항인 프레지던트컵에서도 국제팀으로 출전, 지난 해 US오픈 챔피언 게리 우드랜드에 승리를 거두며 3승1패1무로 빼어난 활약상을 보였다.

임성재는 나이답지 않게 ‘애 늙은이’같다는 소리를 듣는다. 클럽하우스 라커룸에서 경쟁자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와 브랜덜 스틸(미국) 등의 플레이를 보면서 우승이 확정된 순간에 담담하게 자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렵게 일궈낸 첫 우승이었지만 임성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사태로 고생하는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한국 선수로서 한국인 모두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성재의 첫 우승을 보면서 22년전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을 보이며 우승을 하던 때가 오버랩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박세리는 미 LPGA에서 데뷔한 1997년 신인상을 수상하고 IMF 금융위기로 국민들이 시름을 겪던 이듬해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그 유명한 맨발의 투혼샷으로 감격적인 우승을 하며 큰 감동을 주었다. 당시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쾌거와 함께 박세리의 우승은 스포츠에서 이룩한 가장 빛나는 업적의 하나로 꼽혔다. 박세리가 감격적인 우승을 할 때의 나이는 공교롭게도 임성재와 똑같은 방년 21세였다.

임성재와 박세리는 국민들이 가장 어려울 때, 골프를 통해 큰 위로와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임성재가 한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는 모습과 박세리가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은 두고두고 국민들의 기억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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