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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위저드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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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멜로니아 왕국의 자이로 지방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쪽 길드에 확인을 하러 오셨다는군요.”

용병길드의 접수원 도리스는 자세를 곧게 하고는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결혼적령기의 그는 난생 처음 보는 미녀 앞에서 말하는 석상처럼 굳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투덜댔다.

‘역시 잘난 놈에게는 미녀가 따르는 게 세상의 법칙인가? 으윽, 난 왜 미남으로 태어나지 못했지?’

3개월 쯤 전에 이곳에서 의뢰를 한 라크라는 청년은 정말로 미남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를 찾아온 여인을 보니 정말로 질투가 날 정도였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인이 지금 그의 앞에서 라크의 행방을 묻고 있다.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그녀였지만, 눈동자에 담긴 깊은 애정과 걱정의 감정을 도리스는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저희 용병길드에서는 아직 라크님의 의뢰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쪽에서 그런 전갈을 했을 것입니다. 1개월 후에 다시 찾아달라고 말입니다.”

“그렇군요.”

시르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 도리스가 제발 한마디라도 더 말을 해달라고 조르는 듯한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멜로니아 왕국이라면 마법을 사용해서 이동해도 이주일은 걸리는 거리, 그때까지 그가 그곳에 머물러 있을까?’

시르카는 고민했다. 마그나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 이상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그녀는 결심을 굳히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도리스에게 말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멜로니아 왕국으로 가야겠군요.”

“아!”

도리스는 얼이 빠져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르카는 인사를 하고 곧 면사가 달린 모자를 썼다. 그리고는 용병길드를 나섰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아직도 얼이 빠져 있는 도리스에게 두 사람의 손님이 연이어 들이닥쳤다.

“표정을 보니 이미 오신 것 같군. 어디로 가셨지?”

첫 번째 남자는 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면서 도리스의 목을 잡고 흔들며 전신에서 살기를 내뿜었다.

결국 도리스는 견디지 못하고 시르카의 행방을 말했다. 그는 바로 뛰어 나갔다. 정말 급한 모양이었다.

그 뒤 한 시간도 안 되어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중앙길드에서 왔다. 시르카 양이 간 곳은? 그리고 혹시 이곳에 웬 불한당 같은 놈이 왔었나?”

콧수염을 멋있게 기른 중년 남자는 중앙길드의 간부들이 가지고 다니는 패를 내밀며 다짜고짜 물었다. 그리고 도리스에게 필요한 정보를 듣고는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제임스 이놈, 정말 빠르구나! 그래도 죽인다!”

그는 곧 용병길드를 나가 동쪽으로 말을 타고 달려갔다. 그 역시 정말 급한 모양이었다.

다시 조용해진 용병길드의 사무실에서 도리스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냥 꿈을 꾸게 내버려 두지. 뒤에 두 사람은 뭐지?”

그는 그렇게 시르카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 *

자이로의 마법길드의 일은 베르타의 활약으로 무난히 해결 되었다.

마법사들은 메저트의 마나를 봉인하고 영원히 나올 수 없는 암흑의 감옥 속으로 추방했다. 가장 잔인한 형태의 형벌 중 하나로 배반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 후 라크는 조용히 도시를 떠났다. 그는 원래 한곳에 머무를 수 없는 존재, 마법길드의 수장이 될 수는 없었다.

길드의 수장은 자이로 출신의 마법사 중 가장 마력이 강한 도르넌이라는 마법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원래 사교적인 성격이 못되고 또 늙어서 정열적으로 일을 할 힘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길드장 대리인으로 베르타가 선출되었다. 그는 자이로 마법길드에 소속되게 되었다. 형식적으로 자이로는 자존심을 지킨 셈이지만 실질적으로 베르타가 모든 실권을 장악한 셈이다.

그리고 그는 자이로 길드의 대표격인 3명의 마법사들과 함께 라크에게 말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필요하실 때 자이로에 30여명의 마법사가 있음을 기억해 주십시오.”

거짓을 말하는 걸 무엇보다 싫어하는 마법사들이다. 필요할 때 기억해 달라는 것은 라크의 수하가 되겠다는 뜻이고,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했다.

목숨을 걸만한 일도 이들은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라크는 그런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전대 자이로의 마법서 일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큰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때에는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비전이라고 해도 산자에게 전해야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이미 대가 끊긴 자이로의 비전연구서는 모두가 공동으로 연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크는 그렇게 말했다. 원래는 차대 길드장만 보게 되어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길드장인 도르넌도 라크의 결정에 동의했다.

사실 그가 길드장으로 선출된 이유는 늙고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베르타가 그의 후계자가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간에 모든 마법사가 진심으로 환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그들은 고위마법사나 그 후계자로 생각되는 라크가 일반적인 서클 마법의 연구서에 집착하지 않고 흔쾌히 다른 사람에게 양보를 했다는 것에 크게 만족해했다.

이런 저런 일들을 처리하다보니 보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한 지방의 마법사들이 새로운 수장을 뽑아 뭉치는 데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적지 않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 나아갈 방향을 찾은 마법사들은 모두 활기차게 움직였다.

라크는 그런 마법사들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기간 동안 그는 거의 방안에 틀어박혀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 사냥꾼 마을의 그였다면 매일같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알게 모르게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거망동을 할 수 없었다. 상대는 모두 마법사, 언제 어떻게 라크가 가진 비밀을 알아낼지 모른다. 결국 라크는 조용히 있기로 했다.

사정을 모르는 마법사들은 라크가 비밀스러운 마법의 수련을 한다고 믿었지만 사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이 대충 마무리되자 조용히 길드를 나섰다. 이제는 베르타도 없이 다시 혼자가 된 것이다.

목적지는 모스 왕국이다. 마그나타의 사주를 받은 자들에게 노림을 받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다시 산으로 들어가 이동을 하기로 했다.

“후우, 이럴 때에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군.”

라크는 산을 오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베르타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었지만, 라크는 마법을 쓰지 못한다. 단지 정말로 힘이 무지막지하게 강하고 몸놀림이 빠른 것뿐이다.

대부분의 마법에도 면역이 된다. 특별히 방어막을 치지 않아도 그런 것이다. 방어막을 칠 줄도 모른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무술을 수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투가 벌어지면 그다지 효율적이지는 못했다. 전사들을 상대로는 위험한 것이다.

그래도 마법사를 상대로는 정말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반대로 물리력에 전혀 상처를 입지 않기 때문에 전사고 뭐고 소용이 없다.

정말 강하다면 강한데, 그 대신 이쪽도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영혼은 벨 수 있어도 물질을 파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밤에는 안 죽으니까.’

라크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잠시 아무 생각 없이 계속해서 걸었다.

한참을 걸어 산 하나를 넘었을 무렵, 라크는 무엇인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옆에 있는 봉우리를 보았다.

대륙 제일의 산맥답게 사방으로는 봉우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녁노을이 산봉우리를 비추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보이는 봉우리 중 하나의 상태가 이상했다.

나무가 하나도 없었다.

바위산도 아니다. 그리고 바위산이라고 해도 군데군데 틈새로 나무가 자라있어야 하는데, 그 봉우리는 완전히 검붉은 색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라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보았다. 봉우리 하나가 통째로 검고 붉은 흙이 드러나 있을 뿐 인접한 다른 곳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녹색의 삼림이 우거져 있다.

그리고 가만히 보면 나무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모두 말라붙어 죽어 있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면 말라붙은 고목들이 보였다.

라크는 잠시 고민을 하다 그곳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어쩌면 이 일도 마그나타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계곡 아래에 흐르는 개울을 건너 다시 봉우리를 하나 넘으니 드디어 살아있는 나무라고는 하나도 없는 땅이 나왔다.

“대단한데?”

라크는 시꺼멓게 죽어 있는 나무들을 보고 감탄했다. 그것들은 정말로 확실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산 전체에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이지? 이런 일을 벌인 것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응?’

그러던 중 라크는 발에 느껴지는 땅의 감촉이 이상하다는 것 을 깨달았다.

라크는 앉아서 손으로 흙을 한웅큼 집었다. 보슬보슬한 흙,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땅은 잘 부스러져 있었다.

낙엽이 쌓여 있는 것도 아니다. 쟁기 같은 걸로 땅을 헤집어 엎은 밭처럼 흙이 단단하게 굳어있지 않고 부드럽게 변해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왜 이 봉우리가 그렇게까지 붉게 보였는가를 알 것 같았다. 땅이 뒤집혀 지하의 흙이 겉으로 드러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무들은 거의 뽑히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가?’

라크는 다시 한참을 궁리했다. 마치 자신이 길을 가던 중이었다는 것을 잊은 듯 했다. 호기심이 생기면 이유를 알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성격의 사람이 있는데, 라크가 바로 그랬다.

어느덧 해가 떴다. 그리고 다시 해가 졌다. 라크는 그때까지도 거의 움직이지 않고 흙과 나무, 그리고 봉우리 전체를 살폈다.

‘어쩔 수 없군. 산 위로 올라가보는 수밖에.’

이윽고 라크는 결단을 내렸다. 직감 상 위쪽으로 올라가면 상당한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지금은 밤, 어떤 것도 그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

그다지 큰 산은 아니었기에 낮이 되기 전에 위에 올라갔다 내려올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도 정확하게 라크가 있는 곳을 향해서 오는 것 같았다.

라크는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밤에도 시력을 잃지 않는 그였기에 한참 계곡을 뛰어 내려오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정확하게 보였다.

“어이! 혹시 그대의 이름이 라크가 아니오?”

남자는 계곡에 흐르는 개울을 단숨에 뛰어 넘으며 그렇게 외쳤다. 그 목소리는 조금도 숨찬 기색이 섞여 있지 않았다. 마치 제자리에 서서 두 손을 입가에 대고 크게 외치는 것 같았다.

상당한 수련을 쌓은 자다! 라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드디어 찾았군. 그거 아나? 스틸문에서 타렌까지, 그리고 타렌에서 자이로까지 자네를 쫒아왔다네. 이 제임스가 말이야!”

상대의 이름은 제임스인가 보다. 그는 라크를 알고 먼 곳에서부터 일부러 쫒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라크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라크는 어디까지나 정중하게, 그리고 최대한 밝게 상대에게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라크라 합니다.”

그런데 상대는 그런 라크의 태도가 오히려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으윽, 분위기가 딱딱한 사람이었군. 난 제임스네. 용병이지.”

제임스는 상대가 냉정하게 반응하자 기분이 상했는지 혀를 몇 번 찼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 괜히 친한 척 하는 것은 별로 예의바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라크는 곧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형식과 예의를 싫어하는군.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타렌이라면 제가 처음 의뢰를 한 곳인데, 혹시 정보가 있습니까?”

“정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지. 아차, 이런 식의 말은 마법사인 자네가 더 잘 하겠지? 그만 두자고.”

“별로 좋아하는 방식의 표현법은 아닙니다만.”

“하하하하, 너무 딱딱하게 굴 것은 없잖아? 참 그런데 자네는 대단히 은신술에 능하더군. 내가 이래 뵈도 추적술만큼은 포레스트 나이트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인데, 가끔씩 자네의 행적이 완전히 사라져 버려서 상당히 고생했네. 마치 유령처럼 발자국이나 숲의 풀들의 상처도 전혀 없어지는 거야. 거참, 그것도 마법인가?”

무척이나 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네라고 부르며 반말을 하다니? 나이차이도 그렇게 많이 나 보이지도 않는데.

라크는 제임스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을 추적해 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새벽이 되기 전에 산위로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급하지 않은 용무라면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지금은 저 위를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응? 산 위에? 아, 그러고 보니 이 봉우리는 이상하군. 알았어. 같이 가자고.”

“혼자 갔다 오려고 합니다만, 위쪽은 아무래도 위험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봐, 마법사 혼자 위험 속으로 뛰어들겠다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염려 말라고. 이래뵈도 어디 가서 제 몫을 못할 정도는 아니니. 나만 믿으라니까.”

라크는 쉬지 않고 튀어 나오는 제임스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김운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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