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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위저드 16화

샤이닝위저드 16화
[데일리게임]

“문을 열겠소? 아니면 우리가 들어가야 하오?”

“들어올 테면 들어와 봐라. 침입자여.”

이미 안에서는 베르타와 라크를 침입자로 규정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싸늘한 말투 속에 담긴 적의가 열려진 구멍을 통해 전해져 왔다.

하지만 베르타는 여전히 웃었다. 이 정도에 겁을 먹을 정도라면 아예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

베르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라크를 보았다.

‘말할 것은 했으니 이제 당신이 실력행사를 하시오.’

베르타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라크는 천천히 저택의 옆쪽으로 가서 모서리에 있는 굵은 돌기둥을 보았다. 마법적으로 강화된 돌기둥은 이 저택을 단단히 바치고 있음이 틀림없다.

특히 웬만한 마법은 아예 통하지도 않는다. 괜히 마법길드가 아니다. 어떠한 마법이든 이곳을 부수거나 침입할 수 없도록 정말로 많은 방비가 되어있다.

그러나 해가 떠 있을 때 라크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은 순수한 근력이었다.

“흐읍!”

라크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두 손으로 돌기둥을 밀기 시작했다.

벽을 부수는 것은 좋지 않다. 이중의 벽에는 무수한 마법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기둥에는 쉽게 함정을 설치 할 수 없다. 잘못해서 내구력이 약해지면 건물 전체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드드드드득

-퍼퍼퍼펑

곧 저택 전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며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간 곳으로부터 충격을 받아 활성화 된 마법 함정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대단하군. 저건 무슨 마법이지?”

베르타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다고 밖에는 할 수 없는 힘이었다. 오우거라도 마법으로 강화된 건물을 밀어서 허물 수는 없다. 적어도 거인의 힘이 필요하다.

라크의 두 발은 발목 아래까지 땅속으로 파묻혀 있었다. 그리고 기둥이 조금씩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하압!”

-우지직

다시 기합을 주어 기둥을 밀자, 드디어 기둥이 약간 옆으로 기울었다. 그 바람에 저택 전체가 같이 기울었다.

“뭐, 뭐냐!”

안쪽에서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천정에서 적지 않은 흙먼지가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베르타는 신이 나서 외쳤다.

“조금만 기다리시오. 곧 무슨 일인지 알게 될 테니까.”

“침입자다!”

“침입자가 저택을 부수려 하고 있다!”

-우당탕탕

안에서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누군가가 문을 열었다. 거대한 거인의 얼굴이 통째로 위아래로 벌어지며 입속에서 한명의 마법사가 튀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불덩어리가 들려 있었다. 파이어볼! 강력한 공격마법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도 몇 명의 마법사들이 연이어서 공격을 가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하지만 베르타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리플렉션!”

그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그러자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이 앞에 쳐졌다.

단순한 배리어가 아니다. 베르타가 시전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 그것은 바로 마법을 반사하는 성질을 가진 방어막이었다.

-슈슈슝, 토토통

파이어볼과 그 뒤에 연이어 날아온 매직 미사일등이 모두 막에 튕겨서 문 안으로 다시 날아가 버렸다.

“으앗! 피해!”

“배리어!”

-콰콰콰쾅

순식간에 문 안쪽은 강력한 폭발에 휩싸였다. 다행히도 마법사가 여럿 있었기에 방어막을 치기는 친 모양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피해를 받지 않을 수는 없다.

베르타는 씨익 하고 웃으며 중얼거렸다.

“공격마법만 신나게 써대면 이길 줄 아나보지? 역시 이 지역의 수준은 낮군.”

“네놈!”

“엇, 잠깐. 지금부터는 내 윗사람과 이야기 하라고.”

베르타는 안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의 실력으로는 한번은 막아도 두 번은 어림없다. 그걸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윗사람!”

안쪽에서도 베르타의 말에 놀라는 기색이었다.

방금 전 베르타가 쓴 마법은 4서클에서도 상급에 해당하는 마법인데, 그런 마법을 쓴 자가 받드는 윗사람이라면 얼마나 강한 존재일지 모른다. 6서클 이상의 상급마법사라면 결코 경거망동할 수 없다.

이 지역을 총괄한 마법길드장의 수준이 6서클이었다. 한 지방에 한명 있을까 말까 하는 강력한 마법사가 나타난 것이다.

베르타는 그것 보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나 라크에게 고개를 숙였다.

자연스럽게 마법사들의 시선이 라크를 향했다. 그리고 그중 한명의 마법사가 문 밖으로 걸어 나와 라크에게 물었다.

“그대가 이 베르타란 마법사의 윗사람이오?”

“그렇습니다. 라크라고 합니다.”

라크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서 나오는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어느 저택 출신인지 물어도 되겠소?”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흐음, 혼자 몸으로 자이로의 저택을 핍박하다니. 그대는 7번째 경지에 도달해 있소?”

7번째 경지라는 것은 7서클을 의미한다. 웬만한 왕국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최상급의 마법사다. 길드의 마법사는 혹시 눈앞의 젊은 청년의 외양을 한 마법사가 혼자만의 힘으로 7서클에 도달한 자가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자유마법사들 중에 가끔씩 상급의 경지를 깨달은 후, 한 지방의 세력을 손에 넣으려 하는 자가 있다.

그런데 그럴 경우, 현재 그 지방에 있는 그 어떤 마법사보다 강해야 한다. 만약 정말로 라크라는 마법사가 7서클의 경지를 깨달았다면 충분히 도전할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론일 뿐이다. 아무리 강해도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공격하면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자유마법사가 자리를 잡으려 할 경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제거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마법사는 라크 또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미 이곳의 새로운 주인은 거의 정해진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라크는 질문을 한 마법사를 보면서 말했다.

“경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제 의지가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할 뿐.”

“그대를 쉽게 들일 수는 없소.”

“그렇다면 저택을 새로 지어야겠군요.”

라크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자신이 밀어낸 기둥을 가리켰다. 아주 약간이지만 이미 옆으로 기운 기둥은 사람들이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어떻게, 저런 짓을?”

“손으로 밀었을 뿐입니다.”

“믿을 수 없소!”

라크는 웃었다. 그리고는 그쪽으로 걸어가 다시 기둥을 밀었다.

-그드드득

“어헉! 그만!”

마법사는 놀라서 외쳤다. 그리고는 정말 황당한 표정으로 라크를 보았다.

“자,잠깐만 기다리시오.”

마법사는 혼자서는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는지 바로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지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어 보아야 했다.

그리고 약 5분쯤 지나자, 그는 다시 문 밖으로 나왔다.

“다른 동료들과 상의한 결과, 그대들이 저택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소.”

“다행이군요.”

라크는 웃으면서 짧게 대답했다. 만약 인정 안했다면 정말로 건물을 통째로 부숴버렸을 거라는 눈빛이었다.

허가를 받았으니 일단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된다. 만약 함부로 들어가려 했다면 입구로부터 무서운 공격과 저주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라크는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까지나 당당한 걸음이었다.

베르타는 그 뒤에서 잠시 망설였다. 지금이라면 늦지 않다. 도망가서 평생 숨어살면 된다. 맹약에 의해 마법을 쓰지 못하게 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처참하게 죽거나 악랄한 저주에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곧 베르타는 이를 악물고 라크의 뒤를 따랐다.

‘마법을 쓰지 않고 평생을 산다고? 그건 조금 안 좋아.’

그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으로는 라크의 옆에, 혹은 약간 뒤에 서서 그를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딱히 의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러면서 라크가 사용하는 마법이 무엇인지 보고 싶은 것이다.

수십 명의 마법사들을 상대로 쓰는 고위마법사의 힘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방어마법만 전력으로 사용하면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라크에게 큰 도움이 된다. 마법사가 혼자 있는 것과 둘이 있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어쨌든 간에 베르타는 라크에게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니 밖에서는 확연하게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20여명의 마법사가 모두 나와 라크와 베르타를 노려보고 있었다.

베르타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그도 산전수전 다 겪은 중견마법사이니만큼 이런 적지에서는 아무리 조심해도 심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확실히 바깥쪽에 있을 때와는 달리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화려한 샹들리에의 불빛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아마 마법적인 힘을 가진 것이리라.

또한 미약하게 흐르는 향은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효능이 있는 것 같았다. 익숙해지면 면역성이 생겨 전혀 상관없지만 처음 들어오는 자는 마법을 시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후우.”

사방에서 느껴지는 적의는 베르타의 신경을 팽팽하게 당겨지게 만들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정신을 집중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마법에 조금이라도 늦게 반응하면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라크는 아주 여유로워보였다. 자신의 저택에 들어온 마법사와 같은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자이로의 마법사들은 더욱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여유라는 것은 곧 정신적 안정을 말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그걸 유지하는 것은 마법사로서의 기량이 무척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라크가 수련만 죽어라 해서 서클만 높은 자가 아닌, 수많은 실전 경험을 지닌 진정한 고수라는 것은 거의 확실했다.

그렇다면 상대의 겉모습에 현혹되면 안 된다. 그들은 라크가 적어도 60살은 넘은 노마법사라고 판단했다.

서로 간에 탐색을 위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자이로의 마법사 중 한명이 입을 열어 말했다. 아까 문 밖으로 나왔던 마법사였다.

“그대는 정말 자이로 길드의 수장이 되려고 하는 것이오?”

길드 안으로 들어왔으니 저택이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다. 마법사는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라크가 대답하자 그는 다시 말했다.

“만약 그대가 길드의 일원이 되려고 한다면 우리는 받아줄 수 있소.”

그의 말에 베르타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길드원으로 받아들여 준다는 것은 정말 파격적인 대우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길드원으로 인정이 되면 남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라크의 실력으로 보면 거의 장로급의 대우를 받게 된다.

또한 10년 정도가 지나면 길드장으로 추대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이런 도시 수준의 길드는 가장 마력이 강한 자가 길드장이 되는데, 예외적으로 새로 가입한 자는 길드의 실정을 알게 될 때까지 10년 정도는 수장을 맡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흐흐흐, 역시 라크님이군. 이미 이놈들은 기선을 제압당한 건가?’

베르타는 속으로 웃었다. 저들의 생각이 눈에 보일 듯이 잡혔다.

길드 안이라고 해도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반대로 라크가 길드원이 되면 길드의 세력이 크게 늘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가 출신을 알 수 없는 자유마법사라고 해도 실력이 있으니 인정하기로 한 모양이다. 지역적인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택한 셈이다.

그러나 베르타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그렇게 평화롭게 끝날 것 같으면 내가 걱정하지 않았을 걸?’

그는 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대충 짐작하고 있었기에 라크가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과연 그의 짐작대로 라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10년이라는 세월은 저에게는 너무 깁니다. 저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으음, 그대가 끝까지...”

“정말로 우리 자이로를 무시하려는 것인가?”

마법사들은 대부분 분노를 터뜨렸다. 그들로써는 최대한 양보를 한 셈인데, 상대는 전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라크는 그런 그들을 냉정한 시선으로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합당한 시험을 내려 주십시오. 아니면 조금 더 확실한 방법도 좋습니다.”

딱 잘라서 말하는 라크의 태도에 마법사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좋다. 네놈이 그렇게 말한다면 시험을 받아라. 합당한 시험 말이다!”

김운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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