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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위저드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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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지금이야 이유를 알고 있다. 빛의 마법! 그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다른 모든 마법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보통의 마법사는 주문을 알아도 아예 쓰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간 그들은 같이 달리면서 상당한 정분을 쌓았다. 제논은 형식에 치우친 예의를 깨고 마침내 라크를 동생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크도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드디어 탑에 도착한 그들은 즉시 진화의 탑으로 향했다. 지금은 빛의 탑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들어가세.”

“알겠습니다.”

제논이 말하자 라크는 순순히 따랐다.

문 뒤쪽으로는 하얀 대리석 조각들이 묘한 문양을 이루며 길을 형성하고 있었다. 라크와 제논은 그것을 밟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미 전갈을 받았는지 안쪽 건물의 입구에는 두 명의 청년과 한명의 젊은 여성이 나와 있었다. 셋 다 라크가 아는 사람이었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돌아왔군. 독행수련이 끝나긴 끝났나 보지?”

“흐음, 그런데 어째서 아직 2서클밖에 안 되지?”

“어머, 사형, 그건 당연하지요. 나갈 때 1서클이었으니 수행이 성공하면 2서클이 되는 거잖아요.”

“호, 그건 그렇군. 그럼 3년 만에 2서클을 이룬 셈인가? 확실히 나쁘진 않은데? 독행수련을 한 보람이 있어.”

“호호호호.”

참으로 시끄러운 자들이다. 적어도 주문을 시전 할 때 룬어를 읆는 속도는 빠를 것 같다. 라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이들의 빈정거림은 라크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제논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에게 뭐라고 하려고 했다. 보아하니 고위 마법사의 제자들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라크에게 좋지 못한 소리만 하고 있는 꼴이라니?

그는 그들처럼 고위 마법사를 스승으로 두지는 못했어도 20여년에 걸쳐 꾸준한 수련을 하여 이미 4서클의 깨달음을 얻었다.

동료들에게도 인정을 받았고, 요즘은 고위 마법사들조차 제논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애송이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은 정말 참기 어려웠다.

그러나 레오는 조용히 손을 들어 제논의 소매를 잡았다. 그리고는 입을 열어 말했다.

“스승님을 뵙고 싶습니다.”

서늘한 목소리, 감정을 알기 어렵지만 사람들의 귀에 선명하게 전달되는 목소리이다. 세 명의 마법사들은 라크가 라시타를 들고 나오자 놀리는 것을 멈추고 코웃음을 쳤다.

“흥, 그래라. 어차피 앞으로 너를 가려줄 사람이 없으니 잘 해봐라. 2서클에 스승을 잃다니? 차라리 나를 스승으로 삼는 것이 어떠냐?”

“호호호호, 그건 규칙에 어긋나요.”

-슥

라크는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아마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현자의 탑의 수장을 모욕한 것조차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그들은 고위 마법사들의 제자들 중에서도 가장 수준이 떨어지고, 또 성격도 좋지 않다. 그런 자들의 말에 일일이 반응하기에는 지금의 라크는 너무 바빴다.

심장에는 여전히 빛이 모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서 우리들을 사용하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어? 뭐냐? 인사도 안하고 그냥 가다니?”

-턱

청년 중에 나이 들어 보이는 쪽이 라크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억지로 참고 있던 제논이 폭발했다.

“너희들!”

“죄송합니다. 스승님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이만 결례하겠습니다.”

라크는 제논이 소리치려는 것을 막으려는 듯 몸을 돌려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다시 서둘러서 걸음을 옮겼다. 한손으로는 여전히 제논의 소매를 잡고 있었다.

제논은 화를 참을 수 없는 듯 라크를 보며 말했다.

“어째서 참는 거냐? 내 저놈들을...”

“라시타를 보고 싶지 않나요?”

“뭐?”

“현자의 탑에 있는 7명의 고위 마법사들을 모두 볼 수 있는 기회에요. 그냥 조용히 따라오세요. 문제가 발생하면 제논 형은 들어오기 힘들게 됩니다.”

“너, 그럼 나 때문에...”

“아니요. 어차피 그 사람들은 라시타님을 스승으로 삼았을 때 따라오는 부록 같은 거에요. 별로 반갑지 않은 부록이지만 본편이 좋으니 감수해야죠.”

“그게 제대로 된 비유냐?”

“제가 10살 때, 스승님이 말씀하셨어요. 듣기 싫은 말을 들으며 마음을 수행하면 효과가 크다고요.”

“말도 안 돼!”

“돼요. 왜냐하면 전 11살 때 무시라는 최고의 정신방어마법을 깨달았으니까요.”

“최고의 정신방어마법...”

황당할 때나 놀랐을 때 말끝을 흐리는 것이 바로 제논의 버릇 중 하나이다. 제논은 지금 극도의 황당함에 의해 정신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라크는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 아니에요. 웬만한 환영이나 정신조작마법은 무시해 버리는 게 최고에요. 형도 수련해 보세요?”

“난 주변에 저런 놈들이 없는데?”

그는 대인관계가 아주 좋은 편에 속했다. 라크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저으며 다시 설명했다.

“머리와 눈썹을 모두 밀어버리면 충분히 구설수에 오르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어요.”

“커헉, 그그게 마말이 되는...”

이제는 말까지 더듬는 제논이었다. 그러나 그때 라크는 걸음을 멈추고 정색을 한 채 제논에게 말했다.

“그게 바로 제 스승인 라시타님이 20세 때부터 25세 때까지 한 수련법이에요.”

“......”

“그 당시 소문난 꽃미남인 스승님이 여자들의 접근을 피하는 것을 겸해서 시행했다고 하더군요.”

“꽃미남, 꽃미남...”

“마나 이외의 모든 것을 포기해 보지 않으면 절대로 고위 마법사는 될 수 없다고 했어요.”

“후우, 그런 것이구나.”

제논은 마치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 속에는 ‘그런 미친 짓을 해야 할 정도라면 난 포기할지도 몰라.’라는 의미가 포한되어 있었다. 그런데 라크는 아직 말이 끝난 게 아니라는 듯 계속 말했다.

평소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 라크였지만 정말로 제논처럼 친해져버린 상대에게는 의외로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런데 스승님은 고위 마법사가 되면 버렸던 모든 것이 버리지 않은 것으로 된다고 했는데 그 부분은 아직 이해를 못하고 있어요.”

“음, 나도 이해를 못하겠다.”

“예, 그래서 저는 그걸 이해할 때까지 버리는 수업은 뒤로 미루려고요.”

“아주 좋은 의견이다. 나도 너의 말에 동의한다.”

겨우 제정신을 차린 제논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처음 라크의 말을 들었을 때에는 고위마법사는 완전히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게 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줄 알았는데, 끝까지 듣고 보니 그래도 멀쩡한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길은 있는 것 같았다.

‘조금 멀더라도 난 확실하게 해야지. 미친 마법사는 세상의 재앙과도 같으니까 말이야.’

제논은 속으로 그렇게 결심했다.

“훗, 지금 생각해도 난 현명했던 거야. 그때 라크에게 넘어가 머리랑 눈썹을 밀었다면 두고두고 놀림감이 되었겠지.”

제논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좋았던 과거의 추억이 현재의 암울한 기분을 조금은 덜어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뒤로 안개처럼 밀려오는 기분에 제논은 곧 웃음을 멈추었다. 어차피 과거를 생각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현실도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그때 제논은 뭔가 머릿속에 앙금처럼 남아 있는 기억의 파편에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빼먹은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속삭이고 있었다. 나를 찾아내라고.

“뭐였지?”

제논은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그게 무엇인지를 생각해 내었다.

“맞아! 마음의 수행!”

순간적으로 그의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졌다. 동시에 마음이 메어질 듯이 아파졌다.

-쾅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거지? 한숨 따위를 쉴 시간이 어디 있다고.”

제논은 주먹을 쥐어 때리며 중얼거렸다. 스스로에게 분노가 생겨 참을 수가 없었다.

“대륙의 남쪽 구석? 그게 무슨 상관이지? 나는 마법을 수련할 수 있다. 오히려 인간관계가 번잡한 현자의 탑보다 이곳이라면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마나를 수련할 수 있지 않은가?”

그는 결국 깨달았다. 현자의 탑의 자신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과의 관계에 갈등하는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했다.

사교적인 성격이기에 마법의 수련보다는 그쪽에 더욱 힘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밀려나게 되자, 모든 것을 잃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무엇을 잃었는가? 제논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그리고 다시 대답을 했다. 적어도 마법은 남아 있다!

“좋아.”

제논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단검을 하나 꺼냈다. 마법의 단검, 그의 스승이 남겨준 물건이었다.

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예리하고 따로 손질을 하지 않아도 칼날이 유지되기 때문에 호신용으로 항상 지니고 다녔다. 하지만 실제로는 검집에서 검을 뽑아본 적도 거의 없었다.

제논은 잠시 단검을 바라보다가 칼을 뽑아 쥐었다.

-스윽

종이를 한 장 꺼내 칼날에 대고 문대자 종이가 스산한 소리와 함께 잘려졌다.

“정말 잘 드는군.”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단검을 든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에 가져갔다.

-사삭, 사삭

손이 움직일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떨어졌다. 그리고 눈썹과 제논의 자랑이던 수염도 모두 베어져 땅에 떨어졌다.

그와 함께 그가 가졌던 모든 미련이 잘려져 나갔다. 오직 하나, 마나만 남았다.

-마나 이외의 모든 것을 포기해 보지 않으면 절대로 고위 마법사는 될 수 없다고 했어요.-

머릿속에 라크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리운 목소리이다. 제논은 웃었다.

“그래, 모든 것을 포기해 볼게.”

그는 지금은 사라진 젊은 친구에게 대답했다.

그날, 대륙 남부의 소왕국 가니아의 어느 구석에 있는 마법사 길드에는 한 사람의 마법사가 탄생했다.

자신의 길을 가기로 한 그를 본 단 세 명의 길드원들은 드디어 길드장이 미쳤다고 소란을 떨었지만, 곧 제논의 각오를 깨닫고 크게 감격하여 그의 제자가 되었다. 그것은 아직 현자의 탑의 누구도 모르는 조그마한 시작이었다.

* * *

팔씨름 대회가 벌어진 지 3일이 지났다. 마을 청년들을 도시로 보낸 지 6일이 되는 날이다.

새벽 무렵에 그들이 돌아왔다. 물을 뜨던 부인들 중 몇 명이 그들을 보고 환호하며 마을 사람들을 깨웠다. 촌장과 라크가 나와서 보니 과연 마을 청년들은 다섯 명의 용병들과 함께였다.

청년들은 촌장을 보자 보란 듯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도 산적들의 토벌에 손을 빌려주신다는 분들을 구했습니다.”

촌장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약간 늦기는 했지만 사람이 온 이상 일은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다.

“머스크, 이분들을 소개해주게.”

도시로 간 청년들의 대표인 머스크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쪽은 길버트 씨와 그 일행 두 분이십니다.”

그가 처음 가리킨 사람은 콧수염을 멋있게 기른 중년 남자와 그 뒤쪽에 서 있는 두 명의 용병들이었다. 그들은 원래부터 일행인 듯 했다.

촌장은 정중히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오, 마을을 위해 와 주신 것에 감사하오.”

“천만의 말씀입니다. 보수를 받았으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들과의 인사가 끝나자 머스크는 다시 옆에 있는 약간 마른 남자를 보며 말했다.

그는 두꺼운 천에 쇠사슬 몇 개로 보강을 한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 부분에는 천신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슈트 사제님입니다. 아무래도 부상자가 생길 것 같아서 신전을 찾아갔더니 이분이 자원해 주셨습니다.”

“이런 누추한 곳을 찾아주시다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수행의 일환일 뿐입니다.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사제까지 왔다고 하니 이 이상 좋을 수는 없었다. 치유마법을 사용하는 신성사제라면 보통 용병 몇 명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수행에 나설 정도라면 어느 정도의 무력은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것도 전문적인 기사에 버금가는 전투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컸다.

촌장은 믿음직스러운 눈으로 슈트 사제를 보았다.

그때, 머스크는 그 사람이 끝이 아니라는 듯 손으로 가장 뒤쪽에 서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키가 2m가까이나 되는 거인이었다. 딱딱한 가죽갑옷을 걸치고 등에는 미노타우르스가 들어도 어울릴 것 같은 거대한 양손도끼를 메고 있었다.

김운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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