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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위저드 8화

[데일리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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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는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통했음을 알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으리라. 흥분은 투지가 되어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낼 것이다.

‘이제 용병들만 오면 되는데 말이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하는 촌장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마을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나왔다.

“잠깐, 아직 안 끝났어.”

“예?”

“나 몰튼이 도전하지. 오우거를 때려잡는 팔뚝에!”

-와아아아아아

“2차전이다! 누가 밧줄을 당길거야?”

“내가 하지.”

“옷, 정크! 왔구나. 너라면 할 만 할 거야.”

사람들은 흥분해서 떠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 다시 몇 명이 줄을 서듯 나열했다. 라크는 당했다는 표정으로 입만 벌렸다.

“비겁하게!”

“괴수를 상대로 비겁이고 뭐고가 어디 있냐? 자자, 모두들 힘을 냅시다. 아무리 괴수라고 해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갈 리가 없으니!”

“미노타우르스의 뿔 곰탕은 우리의 것이다!”

“맞아, 힘센 라크에게는 필요 없으니 우리가 먹는 게 옳아!”

어느새 마을 사람들은 일치단결하고 있었다. 청춘을 되찾으려는 중년 사냥꾼들의 눈은 집념에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부인들도 묘하게 흥분한 눈으로 목청이 터져라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으윽, 효과가 너무 과했군. 젠장.’

라크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조용히 탁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외쳤다.

“다 덤벼요!”

-와아아아아아

화창한 정오의 햇살이 그들의 함성에 크게 진동하는 듯 했다.

한편 그렇게 한참 팔씨름 대회가 벌어지고 있던 중, 마을 한쪽에서 여섯 명의 용병들이 걸어 나왔다. 오전의 연습을 끝내고 오는지 모두들 땀에 젖어 있었다.

“촌장님, 나와 계셨군요.”

나르타는 거친 얼굴로 흉측하게 웃으며 말했다. 얼굴에 난 몇 개의 상처가 그에 따라 실룩거렸다.

거대한 체구에 가죽갑옷을 입고 기형적으로 날이 두꺼운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 딱 용병의 그것이었다.

또한 그 뒤에 있는 다섯 명의 부하들도 마찬가지로 모두들 기형적인 무기를 들고 있었다. 기형적인 무기를 쓴다는 것은 상당한 실전을 거쳤다는 뜻이 된다. 그들의 몸에 난 흉터도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촌장은 그들의 모습에 약간은 압박을 받은 듯 했지만 그 역시 젊었을 때에는 이름난 사냥꾼이었기에 웃으면서 인사를 할 수 있었다.

“나르타 씨, 어서 오시오.”

“팔씨름입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마을 사람들이 둘러싼 나무그늘 아래를 보았다. 그리고는 놀라서 중얼거렸다.

“맙소사. 대단한 힘이군요.”

“허허허, 우리 마을 최고의 장사라오. 마물 사냥꾼이기도 하니 용병분들과 함께 선두에 서도 될 거요.”

“오, 그것 참 잘 됐습니다. 전력은 한명이라도 더 있는 게 좋지요.”

나르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촌장에게 물었다.

“용병들은 안 왔습니까?”

“그게, 아무래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오.”

“아니, 꼭 그렇다고도 볼 수 없지요.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파라트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리지 않습니까? 용병을 구하는데 3일은 걸릴 수 있으니 내일이나 모래쯤에 올지 모릅니다.”

“그런가요? 저희야 그쪽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없소.”

“하하하, 염려 마십시오. 다 잘 될 겁니다.”

나르타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북쪽의 왕국들 중 세 곳은 샬칸에 대해 현상금을 걸었다고 한다. 나르타가 노리는 것은 바로 그 현상금인데, 그 때문에 그와 동료들은 보수를 받지 않고 돕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샬칸의 목뿐인 것이다.

“염려 마십시오. 설혹 다른 용병들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있으면 충분히 그놈들을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단지 그때에는 마을 청년들의 피해가 발생할까 두렵군요.”

나르타는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려는 듯 검집을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보통 검보다 세배는 무겁고 두꺼운 검을 한손으로 붕붕 휘두르는 솜씨이다. 확실히 그의 실력은 범상치 않았다.

“그럼 나르타씨만 믿겠소.”

촌장은 나르타의 큰소리에 상당히 안심이 되는 듯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Chap 3. 샬칸의 음모

제논은 오늘도 할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 현자의 탑에서 나와 대륙의 남쪽 끝인 이곳까지 오게 된 그였다. 말이 길드장으로 부임이지 말하자면 좌천인 셈이다.

강직한 성격의 그였기에 버릇없는 고위 마법사들의 제자들과는 도저히 사이좋게 지낼 수가 없었다. 이전부터 고위마법사들의 제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의 갈등은 심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그들이 횡포를 부리지는 않았다.

“후우, 라크만 있었어도...”

그는 한숨을 쉬며 자신과 다른 마법사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희망이었던 라크를 생각했다. 라크와는 그의 스승의 위급을 알리기 위해 처음 만났지만, 그 이후로 상당히 친밀해져 수년간 나이 차이를 넘어선 우정을 쌓아왔다.

그래서 고위마법사 중 한명이 된 그를 제논은 친구로 대했다. 라크도 그걸 원했다.

항상 조용하고 무뚝뚝한 라크였지만 제논이 묻는 마법적인 질문에 대해 너무나도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제논의 질문 속에는 동료 마법사들의 부탁으로 인한 것도 있었기 때문에 제논과 그의 동료들은 상당한 깨달음을 얻어 나름대로 강해질 수 있었다.

그들이 라크에게 고마움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치 스승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라크는 자신의 동기이자 자기를 괴롭혔던 고위마법사의 제자들이 일반 마법사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빛의 탑의 이름으로 강하게 막았다.

그걸 시작으로 라크는 모든 마법사들의 인망을 얻었다.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일반 마법사들은 아직 젊은 라크를 차기 현자의 탑의 수장으로 추대하려고 할 정도였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 했다.

하지만 1년 전 라크가 의문의 행방불명이 된 이후, 모든 것은 거품처럼 사라져 버렸고 제논은 다른 고위마법사들의 횡포에 참지 못하고 대들었다가 이곳까지 밀려나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라크와 만난 지 딱 10년째 되는 해인가?”

제논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손을 보았다. 이제 50이 다 되어 주름이 지기 시작한 손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젊었었지. 하하하”

그는 웃었다. 어느새 그의 정신은 10년 전의 과거로 날아가고 있었다.

제논이 처음 라크를 보았을 때, 그는 아무 말 없이 버티고 서서 그가 숨을 고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에 비해 차분한 성격이군. 16세라고 했던가?’

그는 자신이 마침내 찾아낸 라크에게 좋은 첫인상을 받았다. 적어도 성질이 급한 자는 마법으로 대성할 수 없다고 배웠다.

그때 라크는 독행수련 중이었다.

창백할 정도로 하얀 얼굴, 그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검은 머리는 라크가 대륙 동부의 혈통을 타고 났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아쿠아마린처럼 밝고 맑은 푸른 눈동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제논을 보고 있었다. 정신력이 뛰어나다는 증거였다.

키는 약간 큰 정도이고 몸은 말라있다. 거칠어진 피부가 산속 생활의 험난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옷인지 넝마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로브는 회색이었다. 그런데 그가 알기로 마법사의 로브 중에 회색은 없다. 그렇다면 색이 바래서 그렇게 변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산중에서 얼마나 지냈기에 저렇게 된 거지?’

생각해보니 쉽게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웬만한 마법사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수련법이 독행수련이다.

과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룰 때까지 산속에서 홀로 수련하는 것.

단순하다면 단순하다.

그러나 검사나 기사들과는 달리 마법사들은 스스로의 몸에 금제를 가한다. 몸에 마법진을 새겨 자신의 맹세에 대해 책임을 진다.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금제를 받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점점 마력이 약해지고, 그 결과 마법을 잃는다.

문제는 경지에 오르는 것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면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정말로 평생 산에서 짐승처럼 살아야 한다.

극강의 정신력이 없으면 얼마 못가 미치고 만다. 마나에 대한 성급한 욕심 때문에 도전을 했다가 결국 인생을 망친 마법사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독행수련이 쓰이는 경우는 마법이 머리로만 익히는 단계를 지나 본능의 힘을 깨달아야 하는 자들에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즉, 고위 마법사에 이르기 위한 수련인 것이다.

그런데 제논의 앞에 서 있는 라크란 마법사는 아주 어려 보였다. 실제로 임무를 수행하기 전까지 그는 라크가 라시타의 비보로 명성높은 마법사인 것만 알았지 그의 나이는 몰랐다.

‘그럼 수련을 시작한 것이 몇 살 때라는 거야? 그 나이 때에는 마법진을 그릴 수도 없었을 텐데?’

생각을 하다 보니 말이 안 되었다. 생각을 알 수 없는 깊은 눈은 현자의 그것과 비교해도 될 만큼 지혜를 담고 있어 보이지만 나이가 있으니 그건 불가능하다. 몸에서 느껴지는 마나도 겨우 견습의 딱지를 땐 2서클 정도에 불과하다.

옷의 상태를 봐서는 적어도 몇 년 전에는 수행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에 과연 이 소년이 마나를 느끼기나 했을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제논에게 라크는 물었다.

“현자의 탑의 수장인 라시타님께서 병으로 위급하십니다.”

이런 슬픈 전갈은 정말로 전하기 힘들다. 제논은 괴로워하는 라크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마나에 빠져 감정이 메마른 마법사들보다는 스승의 죽음에 솔직하게 괴로워하는 라크에게 정이 갔다.

그리고 현자의 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시타의 비보라는 별명이 가진 의미도 그때 들었다.

“비보는 저를 비웃기 위해 만들어진 별명이지요.”

라크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 아니라 제논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 별명은 정말로 라크를 조롱하는 뜻을 담고 있었다. 하도 재능이 없어서 숨겨놓을 수밖에 없는 바보 제자라는 의미이다.

12명의 대마법사들이 거둔 수십 명에 달하는 어린 제자들 중, 라크보다 성취가 떨어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마법사들의 직계 제자들이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들은 현시대의 가장 위대한 대마법사 라시타가 말년에 받아들인 단 한명의 제자에게 일종의 경외심마저 품고 있었다. 다시 말해 제논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라크는 다시 말했다. 스승에게 마법을 제대로 배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마법은 혼자 깨우칠 수 없는 학문입니다.”

놀라는 제논을 보며 라크는 씁쓸하게 웃었다.

라시타는 정말로 라크에게 마법은 안 가르쳐주고 온갖 잡스러운 학문만을 가르쳤다. 마법 주문과 이론도 가르치기는 했지만 그것은 정말 ‘온갖 잡스런 학문’에 속하는 일부분으로서이다.

그 때문에 라크는 혼자 힘으로 책을 뒤지고 다른 사람들이 수련하는 것을 흉내 내며 겨우 가장 간단한 마법 몇 개만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스스로 마법책의 이론을 터득하고 몸으로 익힐 수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걸로는 주변의 동료들에게는 인정을 받을 수 없었다. 사정이야 그들이 알 리가 없고, 오직 라크의 마법수준만이 그들에겐 평가의 기준이었다.

하급마법사의 제자들이라면 몰라도 모두들 고위마법사의 직전 제자들이다.

고위 마법사들은 스스로의 체면을 중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제자들에게 이것저것 마법수준을 높이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행하곤 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직전 제자쯤 되면 모두들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취를 보였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라크는 재능도 없는 주제에 늙은 대마법사의 노망에 힘입어 신분이 수직 상승한 운 좋은 꼬마에 불과했다.

솔직히 괴팍한 노인이어서 힘도 많이 들었지만 그만큼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펴준 사람은 없다.

그리고 라크가 13세가 되었을 때, 라시타가 그를 산으로 보내며 해준 말은 그야말로 라크의 인생 목표가 되었다. 그 뒤로 라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스승님께서는...”

라크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제논은 그때 라크가 왜 어린 나이로 독행수련까지 해야 했는가를 정말로 궁금해 했었다.

김운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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