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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21화

자신이 만들었던 그 어떤 검들도 저 젊은 청년이 제작 중인 것보다 완벽하지는 못했다.

‘저 사람은 대체…….’

놀란 건 무어를 뒤따라왔던 렌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직접 무언가를 제조해 본 적은 없으나, 무기를 다루는 직업인만큼 렌은 수많은 대장장이를 봐 왔다.

덕분에 최소한의 안목 정도는 갖추고 있다.

개중에는 형편없는 실력을 지닌 엉터리도 있었으며, 절로 감탄을 자아낼 만한 솜씨를 지닌 장인도 존재했다.

후자는 단연 곁에 서 있는 무어라는 대장장이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대장장이에게서도 느낄 수 없었던 장엄한 아우라가 제이라는 조장에게서 느껴졌다.

‘……저자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허탈감이 몰려왔다.

제 손자뻘밖에 안 되는 젊은 녀석이 자신을 능가하는 솜씨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자신은 최고의 대장장이가 아니다. 적어도 저 청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나란 놈은 대체…….’

그 사실을 마음속으로 인정하는 순간, 무어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던 지금까지의 자신이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워졌다.

깡깡.

규칙적인 반복 작업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끊임없는 단조와 담금질은 무기의 질을 점점 더 견고하게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쯤 되면 슬슬 지칠 법도 하건만.

재희는 결코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법이 없었다.

망치를 쥔 팔뚝에 불거진 핏줄은 그 작업이 절대 만만치 않은 과정이라는 사실을 짐작케 했다.

“휴우.”

깊은 한숨과 함께,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던 반복 작업도 마침내 종결을 고했다.

준비해 뒀던 손잡이를 새로 제작한 칼날에 덧대자, 비로소 그럴싸한 검의 전체적인 모양새가 완성되었다.

“…….”

숨을 쉬는 일조차 잊어버린 채, 멍하니 재희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렌은 뒤늦게 그의 망치질 소리가 멎었음을 인지했다.

‘집중하자.’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희는 칼날을 날카롭게 벼리어내는 마무리 과정에 들어갔다.

스르릉.

칼날이 숫돌에 갈릴 때마다 불꽃이 튀었다. 작업을 지속하는 재희의 이마는 온통 땀범벅이었다.

그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그 굵은 땀방울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쇳가루를 훌훌 털어낸 재희는 자신의 작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제야 쓸 만한 무기를 얻게 되었군.’

그는 흡족한 얼굴이었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무기 중 최고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는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이 행성에서의 첫 작품이라는 데에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니그룸 주괴를 녹여 제작한 칼날은 니그룸의 색상처럼 시커먼 색이었다. 검은 칼날이 주변의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광경은 그야말로 이색적이었다.

[대장기술 습득!]

[스킬 대성공!]

[수련도 : 10% (F랭크)]

[장비 제작 시, 소폭의 능력치 부여 가능. 낮은 확률로 특수 능력 부여 가능.]

[보너스 : 힘 +5 체력 +5]

[네임드 장비 획득!]

‘다행이군.’

대장장이 랭크가 낮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네임드 무기가 떴다.

[예리한 파괴자의 검(에픽)]

[내구도 : 5700 / 5700]

[공격력 : 2315]

[힘 +25, 민첩 +25]

[공격 적중 시, 15% 확률로 적 출혈. 낮은 확률로 공격력의 220% 치명타 피해.]

‘예리한’과 ‘파괴자’라는 두 개의 접두사가 붙었다.

예리한은 민첩 능력치를 상승시켜 줌과 동시에, 출혈 옵션이 붙고, 파괴자는 힘과 치명타 피해를 제공한다.

보통 이름난 대장장이가 운이 좋으면 하나의 접두사를 띄울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희가 제작한 검은 세기의 명검이라 불릴 만한 작품이었다.

‘다행히 의도대로 만들어진 것 같군.’

무기를 제작하기에 앞서, 그는 우선 전투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힘과 민첩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의도대로 되었다.

여전히 제조 실력이 녹슬진 않은 모양이었다.

‘이제 여기에 이름을 붙이면…….’

아직 네임드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네임드는 제작자가 이름을 붙이는 순간, 비로소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하게 된다.

그는 검을 쥔 상태에서 새로운 검의 이름을 속으로 되뇌었다.

[익스큐셔너(네임드 에픽)]

[내구도 : 6850 / 6850]

[공격력 : 3390]

[힘 +35, 민첩 +35]

[공격 적중 시, 35% 확률로 적 출혈. 낮은 확률로 공격력의 380% 치명타 피해.]

검에 이름을 지어 주는 순간, 그것은 희미한 빛을 내뿜으며 진화를 마쳤다.

본래 주어졌던 무기의 모든 옵션이 대폭 상승했다.

가히 살인적인 위력을 갖춘 검이니, 사형 집행인이라는 뜻을 가진 익스큐셔너가 검의 새로운 이름으로 적당할 것 같았다.

물론 드럼퀸에서 사용했던 무기보다는 한참 못 미치지만, 이 행성에서 이보다 더 좋은 무기를 가진 자는 아마도 없지 않을까?

아쉽게도 대장기술 랭크의 한계로 아티팩트와 전설, 다음으로 높은 에픽 등급의 무기에 그쳤다.

그러나 네임드로 등록되는 순간, 검의 성능은 전설에 비견될 정도로 발전했다.

스릉.

“…….”

완성된 검의 자태를 보는 순간, 무어는 전율을 느꼈다.

한없이 어두우면서도 투명에 가까워진 칼날이 주변의 광경을 여과 없이 비추고 있었다.

어둠과 투명은 굉장히 상반되는 단어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두 단어는 분명 하나의 칼날 속에 공존하고 있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한기가 칼날 위에 고고하게 내려앉았다.

도대체 어떤 재료를 사용해야 저런 색상을 띌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저건 예사 물건이 아니야.’

무어는 직감했다.

만일 저 검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나 될까?

강철망치 대장간에서 판매하는 보급용 검들의 가격은 개당 3만 페니다.

타지에서 제작하는 보급용 검의 평균 가격이 2만 페니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우수하니까.

칼의 가치를 알아보는 자라면 웃돈을 주고 강철망치 대장간의 검을 서슴없이 구매하곤 했다.

그럭저럭 괜찮은 무기는 5만 페니까지도 간다.

그 이상의 명품들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보통 무어가 직접 제작한 물건들이 모두 명품 취급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

가장 최근에 어느 명망 높은 귀족 가의 자제를 위해 손수 제작해 주었던 검의 가치는 무려 50만 페니였다.

‘그런데 저 검은?’

마찬가지로 50만 페니가 아깝지 않은 물건이었다.

‘아니지.’

무어는 생각을 정정했다.

‘고작 50만 페니라고? 그 두 배로 값을 매겨도 부족한 감이 있다.’

과연 자신이 죽기 전까지 저런 물건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무어는 확신할 수 없었다.

“아.”

그제야 검에서 눈을 뗀 재희가 뒤늦게 주변의 시선을 감지했다. 그 주변에서 재희의 대장술을 지켜보는 이는 무어와 렌뿐만이 아니었다.

수준이 다른 청명한 망치질 소리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도제들이 부나방처럼 이끌려 다가온 거다.

그들 역시 재희가 연출했던 장면에 압도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검을 완성하고 나서야 비로소 재희는 자신이 수많은 구경꾼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워낙 작업에 몰두했던 탓이다.

하긴. 도중에 구경꾼들의 존재를 눈치챘었다면 이만한 작품을 완성하지도 못했을 거다.

그 순간부터 제조는 실패나 다름없다.

다른 데에 신경을 기울일 만큼 집중력이 흐트러졌었더라면 검의 완성도는 지금보다 현저히 떨어졌을 터다.

“……아름답다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

도제 하나가 반쯤 넋이 나간 채로 중얼거리며, 저도 모르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마치 감명 깊은 한 편의 연극을 관람한 관중과도 같은 태도였다.

“……자네. 대체 정체가 뭔가?”

무어는 떨리는 음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재희는 소리 없이 웃었다. 지금까지 수백 번도 더 들어왔던 소리다.

“지나가던 병사입니다.”

니그룸 주괴가 바닥을 드러낸 뒤에야 비로소 재희의 망치는 침묵을 고했다.

[견고한 요정의 니그룸 흉갑(에픽)]

[내구도 : 4500 / 4500]

[방어도 : 985]

[물리저항 +25% 마법저항 +21%]

[받은 피해의 15% 무료화. 낮은 확률로 받은 피해의 20% 반사]

[신비한 열정의 니그룸 다리갑옷(에픽)]

[내구도 : 4250 / 4250]

[방어도 : 809]

[체력 + 22 마력 + 20]

[체력 회복력 14% 상승. 마나 회복력 9% 상승]

[감각적인 신속의 니그룸 부츠(에픽)]

[내구도 : 3320 / 3320]

[방어도 : 730]

[감각 +20 민첩 + 21]

[적의 공격을 회피할 확률 +14%, 이동속도 +13%]

[정확한 타격의 니그룸 건틀릿(에픽)]

[내구도 3080 / 3080]

[방어도 : 754]

[힘 + 20 감각 +20]

[추가 명중률 +13%, 공격 시, 추가 피해 10%]

“휴우.”

방어구 제작까지 모두 끝났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하루를 꼬박 제작에만 열중해 왔던 것 같다.

방어구들은 부족한 능력치를 보완하는 형식으로 균형을 맞춰 제작했다.

네임드를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희귀한 니그룸 주괴로 제작했던 익스큐셔너와는 달리, 보통의 니그룸 주괴를 재료로 사용했던 탓이다.

‘어쩔 수 없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방어구를 뜯어고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이미 그는 진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다.

당분간 장비를 맞출 생각은 없었다. 그는 아쉬운 대로 제작한 장비들을 착용하기로 했다.

[한재희]

레벨 : 37

칭호 : 유능한 조장

명성 : 598

근력 : 55+95

민첩 : 55+81

체력 : 50+62

감각 : 50+85

마력 : 20+37

물리 저항 : 30%

마법 저항 : 44%‘나쁘지 않군.’

스텟 가중치가 덕지덕지 붙었다.

이젠 가중치가 순수 능력치를 웃돌 정도였으니 이만하면 꽤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익스큐셔너와 마찬가지로 밤하늘처럼 검은빛을 띠는 갑옷들은 무척이나 단단해 보였다.

이제야 좀 안심이 되었다. 이 정도 수준의 장비라면 4등급 하울링 개체도 우습다.

“으으.”

재희는 고양이처럼 한껏 기지개를 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뻐근하지 않은 부위가 없었다.

이 많은 장비를 고작 하루 만에 만들어냈으니 지칠 법도 했다.

“음?”

돌아가서 한숨 자둬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여전히 그의 공방에 남아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아직도 거기 있었어?”

재희가 공방 한구석에 머물러 있는 렌을 발견하고는 말을 걸었다.

“……아.”

렌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본래의 목적도 잠시 잊은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희가 하는 양을 구경하고 있었다.

“날 찾아온 건가? 아니면 대장간에 볼 일이 있어서?”

“무기를 수리하러 왔던 참이었습니다.”

렌이 자신의 창을 내보이며 말했다.

천둥 쐐기라는 이름을 가진 창. 개인적으로 그에겐 분신과도 같은 소중한 물건이었다.

‘흐음.’

재희는 천둥 쐐기를 관찰하며 턱을 매만졌다.

처음 그것을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구도가 상당히 하락된 상태였다.

정민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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