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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프로게이머에서 사회 운동가로 변신한 황희두

[피플] 프로게이머에서 사회 운동가로 변신한 황희두
최근 정치 뉴스에 '전직 프로게이머'라는 단어가 상당히 자주 등장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프로게이머 출신 사회 운동가인 황희두라는 인물을 21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 기획위원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총선 기획위원은 국회의원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정당의 지향점과 콘셉트를 잡고 구체적인 이슈 메이킹까지 하는 곳으로, 일시적이긴 하지만 총선까지 정당의 브레인이자 싱크 탱크 역할을 한다.

1992년생으로 올해 만 27세인 황희두는 프로게이머 경력을 갖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선수였고 테란 종족으로 플레이했다. MBC게임 히어로의 연습생으로 입단했다고 정식 드래프트까지 받았다. 2010년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을 바꿨으며 임요환의 스타2 데뷔전에서 상대가 되기도 했다.

프로게이머라는 특이한 직업에서 사회 운동가라는 또 다른 특이한 직업을 갖고 있으며 한 정당의 총선을 기획하는 10여 명 중에 한 명을 뽑힌 황희두를 만났다.

Q 프로게이머 출신이라고 들었다. 이력을 소개해 달라.
A 온라인 연습생부터 시작했고 2010년 상반기 드래프트를 통해 MBC게임 히어로에 정식으로 들어갔다. 스타2 종목에서도 대회에 출전했지만 공식적인 선수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Q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가 있나.
A 생뚱 맞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TV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논스톱'이라는 시트콤이 인기를 얻었는데 주인공들이 하숙집에서 단체 생활을 하더라. 그 장면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어떻게든 단체 생활을 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그 때 마침 '리얼 스토리 프로게이머'라는 프로그램이 게임 채널을 통해 방영됐다. 선수들이 합숙 생활을 하면서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훈련하는 모습을 봤다.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해봐야겠다는 꿈을 가졌다.

Q 게임을 잘했나.
A 중학교 때 친구들과 PC방에 자주 갔는데 나는 항상 깍두기였다. 7명이 게임을 하게 되면 나를 한 팀에 추가 멤버로 들어갈 정도로 게임을 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갖고 난 이후에는 정말 열심히 연습했고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고 온라인 연습생을 거쳐 정식 드래프트를 통과해 MBC게임 히어로에 입단했다.

Q 당시 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드래프트라는 단계를 거치지만 사실상 이전부터 게임단에서 온라인 연습생 등으로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A 나도 그 과정을 경험했다. 온라인 연습생부터 시작했다. MBC게임이 나를 불러준 것도 있지만 MBC게임 테란 선배들의 경기를 보면서 감동을 받아서 자주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Q 어떤 선수의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나.
A 민찬기 선배가 당시 최고의 저그였던 이제동 선배를 상대로 '블루스톰'이라는 맵에서 끊임 없는 공격을 받으면서도 터렛과 바이오닉 병력으로 버티다가 한 번에 역전한 경기를 보고 감동받았다. 또 염보성 선배가 프로리그 통합 결승전에서 SK텔레콤 T1의 박태민 선배를 잡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 팀에는 멋진 테란 선배들이 많아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라고 생각해서 온라인 연습생 테스트를 많이 봤다.
MBC게임 히어로 시절 황희두.
MBC게임 히어로 시절 황희두.
Q 팀 생활은 어땠나.
A 팀에 갓 들어온 선수들의 생활은 대부분 똑같다. 드래프트되기 전이나 되고 나서도 선배들의 훈련 상대가 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Q 단체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프로게이머를 택했다고 했는데 로망은 있었나.
A 염보성 선배와 방을 같이 썼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면서도 경기에 나가서는 제 몫을 해내는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따라가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미치지 못했다.

Q 스타1 종목에서는 예선을 몇 번 나간 기록이 전부다.
A 당시 스타1은 한국 e스포츠를 이끄는 종목이었기에 선수들도 굉장히 많았다. 팀당 10~15명까지 있었고 10개 이상 팀이 유지됐기에 예선을 통과하는 것도 쉽제 않았다. 게다가 우리 팀에는 염보성, 이재호 등 쟁쟁한 테란 선배들이 많았기에 스타2가 리그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빨리 종목을 전환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Q 스타2로 넘어와서는 서기수, 김원기 등이 있는 TSL 소속으로 뛰었다.
A 스타2 리그의 시작이나 다름 없는 시기였다. 유명한 선수들이 있는 팀이었지만 스타1 팀과 비교했을 때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팀에 합류하라고 했을 때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다른 이유들이 겹쳐서 오래할 의욕이 나지 않았다.

Q 임요환과의 대결이 화제가 됐다.
A 소니 에릭슨 스타크래프트2 오픈 시즌2를 끝으로 프로게이머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부담 없이 임했는데 예선 최종 단계, 즉 64강까지 올라갔다. 대진표를 봤더니 상대가 임요환 선배였다. 임요환 선배는 모든 프로게이머의 롤모델이자, 테란 선수들이 본받고 싶은 분 아닌가. e스포츠 커뮤니티에 갔더니 대진표 아래 댓글의 9할 이상이 임요환 선배의 스타2 데뷔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넘쳐났다. 원래 성격이 소심하기도 했고 부담감이 엄청나게 심해서 대회에 나가지 않을 생각까지도 했는데 주최측과 팀, 팬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고 출전했다.

Q 상대해보니 어땠나.
A 1세트에서 내 해병 한 기가 임요환 선배에게 잡히니까 현장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발을 구르는데 경기석이 울릴 정도였다. 방송 대회를 할 때에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는데 경기석으로 진동이 느껴지는 것까지는 막지 못한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그 뒤로 정신 없이 게임을 했는데 어느 순간 승패가 갈리는 악수를 하고 있었다. 그게 내 프로게이머 생활의 마지막이었다.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을 때 반대를 많이 하셨는데 그러면서도 임요환이라는 이름을 알고 계셨다. 임요환이라는 선수 덕분에 부모님을 설득하는 작업이 수월했다. 프로게이머를 준비할 때에는 '슬레이어스 박서'라는 아이디가 나오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서 머린 산개 컨트롤을 하기도 했는데 그랬던 우상과의 경기를 끝으로 선수를 그만뒀으니 내 프로게이머 인생의 시작과 끝을 임요환 선배와 함께 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Q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고 나서의 행보는.
A 사회 경험을 해보겠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리긴 했지만 열심히 놀았다. 프로게이머 때에는 훈련과 생활 모두 스케줄이 짜여 있었는데 자유를 얻다 보니 풀어졌던 것 같다. 1년 뒤에 의무경찰로 입대했는데 간부들이 프로게이머라는 이력을 보더니 게임을 시켜본 뒤에 행정병 보직을 맡기더라. 사실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잘하는 사람일 뿐이지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직을 맡았고 열심히 배워서 문서 작업을 많이 했다.

Q 사회 운동가를 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A 아버지께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으셨고 수필가이시기도 해서 평소에 사람을 많이 만나시는데, 그런 모임에 종종 따라갔다. 다양한 분들을 만나서 여러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른들의 생각을 젊은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그 생각을 바탕으로 만든 곳이 청년 문화 포럼인가.
A 그렇다. 아버지를 따라 각계각층의 어른들을 만나면서 나는 힐링을 받았다.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기존 사회에 대한 반감만 공유하는 정도였는데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안에도 이유가 있고 논리가 있었다. 이를 함께 나누는 공론의 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젊은이들을 조직해서 어른들과 교류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든 것이 청년 문화 포럼이다. 2016년 1월에 만들었고 공동 설립자와 함께 단체를 운영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회원이 늘어났고 200명 가까이 모이고 나니까 사비만으로는 충당이 되지 않았다. 우리끼리 자체적으로 모금을 하고 후원도 받으면서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Q '알리미 황희두'라는 유튜브 채널도 열었다.
A 올해 1월부터 시작했다. 젊은 세대의 관심사를 공유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게임, 연애, 심리 등 다양한 주제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채널을 만들려고 했는데 유튜브의 알고리즘상 한 쪽에 집중해야 주목을 받을 수 있더라. 그래서 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Q 방송 진행이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프로게이머 때에는 소심했다고 하지 않았나.
A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성격이 조금은 바뀐 것 같다. 아직도 소심한 측면이 많지만 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점에는 자신 있게, 소신껏 발언하려 한다.

Q 전공이 정치나 사회와 관련된 부문인가.
A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를 갔다가 문화교양학과로 옮겼다. 법학과를 간 이유도 템플턴 대학교 사건을 경험한 이후에 법을 알아야만 주위의 도움을 받을 때 내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 짚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요즘에는 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문화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Q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는 무엇인가.
A 박찬주 대장의 갑질 논란이다. 청년들이 분노하는 지점이다. 나도 의경이었으니까 사병으로 복무했지만 군에서는 계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행동들이 있다. 계급이 높아지면 낮은 계급을 홀대, 하대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지기도 하고 '나 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곳이 군대다. 박찬주 대장도 공관병들을 부릴 때 '당연히 그렇게 대해야 한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내 아들이 군에서 저런 대접을 받는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플] 프로게이머에서 사회 운동가로 변신한 황희두
Q 민주당의 총선 기획단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A 관계자들이 연락을 해왔다. '알리미 황희두'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시사에 대해 알리듯 민주당의 총선 계획들을 알리고 청년들의 고민을 당에 전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정치계에 입문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A 현실 정치는 할 생각이 없다. 내 역할은 알리미다. 국회나 정당 등에 속한 사람들은 신념을 갖고 오래도록 무언가를 준비한 사람들이다. 나는 아직도 경험할 것이 많고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한 곳에 소속되기 보다는 자유롭게 소통하고 생각을 나누고 싶다.

Q 한국 사회에서 게임이나 e스포츠에 대한 시선은 아직도 냉랭하다.
A 총선 기획단에 내가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고 프로게이머 출신이라는 이력이 알려지자 곧바로 '게임 폐인을 영입했네'라는 댓글이 달리더라. 이것이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게임과 관련한 제도와 법률을 내가 만들어내지는 못하겠지만 게임이 청소년층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그들에게 게임이 얼마나 중요한 사회 생활의 매개체인지 전달하는 역할을 해내고 싶다.

Q 현재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A 프로게이머 생활을 얼마 하지 않았기에 선수 생활의 선배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회에 나와서 보니 e스포츠 선수들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더라. 내가 임요환 선배를 롤모델로 삼고 꿈을 키운 것처럼 프로게이머들의 행동 하나, 인터뷰 하나가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사람들은 물론, 나이 어린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게임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공인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고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피플] 프로게이머에서 사회 운동가로 변신한 황희두
Q 눈여겨보는 프로게이머가 있나.
A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이다. 존경할 만한 프로게이머라고 생각한다. 수차례 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도 큰 논란 없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오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귀감으로 삼을 만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인터뷰에서 '페이커' 이상혁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영입하고 싶은 인물이라고 기사가 나기도 했지만 그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본받고 싶은 인물이다.

Q 특정 정당의 선거 기획단이기에 반대 진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A 세상 모든 일들이 정치, 사회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게임과 e스포츠 업계의 처우를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시키며 이미지를 제고하는 일은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어떤 규제책이 나오느냐, 어떤 진흥 정책이 도입되느냐에 따라 산업의 부침이 결정되는 일을 셧다운제 등을 통해 봤다. 그리고 업계 안에서 청년들이 경험하는 부당한 일들 또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느끼기도 했다. 게임, e스포츠 업계에서 개선해야할 것들, 좋은 아이디어들을 전해주신다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잘 전달하겠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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