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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제 카이더스 3화

용제 카이더스 3화
[데일리게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요. 오라버니께서 그 별호 마음에 안 들어 하실 줄 알았어요. 뭐 절묘한 시기네요. 비선에서 재미있는 정보를 입수했거든요.”

태민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아린을 바라보았다.

“정도와 사도에서 무림서생에 관한 안 좋은 소문을 뿌리기 시작했어요. 아무튼 정도에서는 자신들의 비위를 거슬렀다는 이유고요, 사도에서는 포섭을 하려고 해도 포섭이 안 된다는 이유로 둘이 동조했어요.”

태민은 뭔가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 무림의 구조상 총 세 개의 세력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생각을 읽은 아린이 말했다.

“마도의 경우 마궁에서 나서서 막았어요. 오라버니도 아시다시피 우리 마궁이 마도의 종주인 마교의 맥을 잇는다고 자부하고 있잖아요. 이 점에 관해서는 마도의 모든 문파들이 인정했어요. 그 때문에 우리의 말이면 어지간한 마도의 문파들은 그대로 따르는 거죠.”

태민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뿌린 씨앗이기는 하나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면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정도 놈들의 반응이, 정도 놈들보다는 보는 시각이 넓지만 그래도 역시 자신들의 뜻에 반하면 황당한 짓을 하는 사파 놈들이 어떻게 나올까 상상만 해도 재미있었다.

“그렇군. 그럼 앞으로 내가 처리해야 할 문파는 지금 네가 순서대로 가지고 있다는 소리네.”

“예, 잘 알고 계시네요. 솔직히 그간 오라버니의 행적이 묘연해서 어느 성에 계시든 계신 그곳에 맞춰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비선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궁주님께서 명령을 내리셨어요.”

“그 말은 내가 어디서 어떤 문파를 상대해야 하는지 가지고 있다는 소리네. 맞지?”

“예 맞아요.”

“그럼 됐네. 일단 먹고 가자. 예전부터 들은 게 있거든. 너도 알거야. 생재소주(生在蘇州), 의재항주(衣在杭州), 식재광주(食在廣州), 사재유주(死在柳州)라는 말을…….”

태민이 말한 생재소주, 의재항주, 식재광주, 사재유주라는 말을 해석하자면 물이 깨끗한 소주에서 태어나 그 물로 첫 목욕을 하고 견직물의 명산지인 항주에서 의(衣)도락을 즐기며, 광주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고 고급목재의 산지인 유주에서 최고급 나무로 만든 관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중원에 사는 모든 이들의 꿈을 말하는 단어다.

“솔직히 말하면 궁금했어. 광주의 요리가 얼마나 뛰어나기에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그런 말을 할까? 이번 일을 하는 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소주의 물과 항주의 옷은 이미 경험을 했고 유주의 나무 관은 내가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서 경험은 못하지만 유주의 나무 재질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하지만 아직 식재광주 이 말은 경험을 하지 못했어. 얼마나 식재가 뛰어나고 맛있는 요리가 많기에 이런 말을 하는지 내심 궁금했거든.”

태민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미소를 지으며 아린을 바라보았고 아린 역시 미소를 그렸다.

“그러니까 오라버니의 말씀은 이곳은 지금 광주니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그리고 지금부터 일을 해도 그 음식들을 먹고 하고 싶다. 이 말씀이시죠?”

태민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민은 어릴 때부터 맛있는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썼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자라온 그녀였기에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알았어요. 별수 없죠. 오라버니께서 먹는 것과 관련해 이미 마음을 정하셨으면 누구든 아무리 말려도 효과가 없다는 건 우리 마궁에 소속된 사람들에게는 필수항목이니까요. 뭐 그럴 줄 알고 맛있는 음식점도 알아왔어요. 진짜 누가 들으면 마도 최강의 정보단체가 아니라 소궁주 전용 잡부인지 알겠네요.”

“헤헤헤.”

태민은 할 말이 없는지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아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앞장서서 그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태민을 안내한 곳은 다른 곳에 비해 상당히 허름해 보이는 객잔이었다.

“보기에는 허름하지만 여기가 광주 최고의 솜씨를 자랑하는 음식점이에요. 돈은 두둑이 챙겨왔으니까 돈 걱정 마시고 마음껏 드세요.”

마음껏 먹으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태민은 객잔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솔직히 그동안 한정된 돈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을 발견해도 마음껏 먹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먹을 기회가 왔으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아린은 그런 그의 모습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뒤를 따라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태민이 자리를 잡지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는 것이었다. 점소이가 다가와 말을 걸었지만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아린이 어떻게 된 건가 물어보려는 순간 주위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자네 소문 들었는가?”

“무슨 소문 말인가?”

“아, 글쎄 그제 무림서생이 패권문을 아주 박살을 냈다더구만.”

“무림서생이 패권문을 박살냈다고?!”

“그래! 그것도 그냥 박살을 낸 게 아니라 멸문을 시켰다는 거야! 내가 추가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패권문의 무인은 물론 그 식솔들까지 모조리 처참하게 죽였다는구만!”

“그뿐만이 아니라네. 며칠 전에는 육안에 있는 묵가장도 아작을 냈다더라고!”

“묵가장까지! 묵가장이면 무림의 문파이긴 하지만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하늘같은 존재 아닌가! 그곳에서 우리 같은 서민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데… 5년 전 흉년 때 자네나 나나 그들의 도움 덕택에 이렇게 연명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여기에 오다가 우연히 들었는데… 무인들 사이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무림서생이 정도 무림 정벌을 시작으로 무림을 정복하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 틀림없다더구만.”

“우리가 그렇게 열렬하게 지지했건만… 결국 그도 무림 역사에 나온 다른 무인들처럼 욕심에 눈먼 이였구만.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봐서는 모른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어.”

무림은 소문에 의해 평판이 좌지우지되는 곳이다. 무림서생이라고 우러름을 받던 그가 순식간에 무림공적으로 처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아린은 드디어 시작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태민을 바라보았다. 태민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제라면 자신이 광주에 들어오기 바로 전이다. 패권문은 호남성 의창에 있는 문파인데 말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조금 전까지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듣지 못했다.

그는 쉽사리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손님, 손님. 지금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식사를 하러 오신 겁니까? 쉬러 오신 겁니까? 둘 다 아니라면 남의 영업하는 집에서 그렇게 멀뚱히 서 있지 마시고 그냥 나가주시지요.”

태민이 충격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아까부터 말을 걸었는지 점소이가 짜증나는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와중에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대신 아린이 나섰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대충 얼버무리고 태민을 데리고 객잔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한 다음 그를 가만히 놔두었다. 어떻게든 충격 속에서 빠져나오게 하고 싶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스스로 빠져나오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 * *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태민은 아린을 바라보았다. 충격 속에서 어느 정도 빠져나왔는지 무슨 말을 하려는 얼굴이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아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많이 당황스러우실 거예요. 하지만 이거는 시작에 불과해요. 이제 며칠만 지나면 무림서생은 극악무도한 악적이 되어 무림공적이라는 낙인이 찍힐 거예요. 아까 저를 만나셨을 때 제가 슬슬 얼굴을 바꿔야겠다고 말하려고 했다고 했죠. 그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어요. 궁에서 나올 때쯤 정파와 사파에서 무림서생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뿌리려고 한다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그 말에 태민은 아직 충격에서 다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아까 너를 만나기 전에 개방과 하오문에서 어떻게 해서든 무림서생의 용모파기를 파악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어.”

“그건 이미 오래전부터 나돌던 이야기에요. 그런 말을 나눈 이들은 아마 정보에 귀가 어두운 이들이었을 거예요.”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인면수심들에게 이렇게 당하고 있어야만 하는 건가? 나는 분명 그들에게 정당하게 도전하여 봉문을 시켰고, 또 나를 찾는다는 이들과 만난 적도 없는데… 본모습을 드러낸 지금이라면, 앞으로의 계획대로라면 나는 무림서생이 아니라 마궁의 소궁주 태민으로 활동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억울해. 마궁의 소궁주인 태민도 나지만 무림서생도 나 태민이거든.”

아린은 그런 태민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태민을 알고 지낸 지 20년이다. 그동안 그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건 언제나 해맑게 웃으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활동하던 그였다.

“오라버니, 어디 가지 마시고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저 어디 좀 다녀올게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이곳을 빠져나갔다. 같이 있던 사람이 어디 좀 다녀온다고 하면 물어봐야 하는 게 예의겠지만 태민에게는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잠시 후, 아린은 손에 술병을 하나 들고 돌아왔다. 그것을 사러 간 모양이었나 보다.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태민에게 그 술병을 내밀었다.

“일단 이거부터 마시세요. 지금까지 술을 마신 적이 없지만 비선의 선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근심과 걱정을 떨칠 때는 술만 한 게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루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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