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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아만전사 카르고 13화

테라-아만전사 카르고 13화
[데일리게임]
세실리아가 빙그레 웃었다. 만약 저 경비병이 자신들의 목적을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들은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숲과 평원을 가로질러 가서 아펜디아 분지의 네임드 몬스터 카누바라크를 사냥할 계획이다. 만약 경비병이 사실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기절초풍을 할 것이다.

경비병이 문을 열어 주자 둘은 조용히 통로를 걸어 나갔다. 몬스터의 난입에 대비해서 여러 겹의 바리게이트가 지그재그 형식으로 쳐져 있었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하고 세실리아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어머, 세실리아! 사냥 나가는 거니?”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세실리아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열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파티가 막 도시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었다. 언뜻 살펴본 결과 전사 셋, 마법사 둘, 사제 둘, 궁수 셋으로 구성된 파티였다. 하나같이 말을 끌고 있었고 후미에는 짐을 실을 수레도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사제복을 입은 포르나가 놀란 표정으로 세실리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세실리아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네, 언니. 언니 파티도 사냥 나가시나 봐요?”

“응. 아펜디아 분지 초입의 오칸 소굴을 토벌하러 가는 길이야.”

“놀랍군요. 오칸은 최소 백 마리 이상 무리를 지어 사는 녀석들인데.”

그때 파티의 리더가 혓소리로 포르나에게 경고를 주었다.

“츳. 입조심.”

찔끔한 포르나가 입을 닫았다.

“그래, 몸 성히 사냥하고 오길 바랄게.”

“언니도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규모와 장비에서 판이하게 차이가 나는 두 파티가 마침내 마을 밖으로 나왔다. 리더인 세아트의 거친 명령이 울려 퍼졌다.

“모두 착마한다. 두카는 수레를 몰아라.”

포르나의 동료들이 일제히 말에 올라탔다. 가장 뒤에 있던 조그마한 포포리족이 재빨리 두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에 올라탔다. 세아트가 망설임 없이 출발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말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흙먼지를 자욱하게 흩날리며 금세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콜록콜록.”

흙먼지를 뒤집어쓴 세실리아가 기침을 했다. 그녀가 부러운 듯 멀어지는 흙먼지를 쳐다보았다.

“우리도 빨리 돈을 모아 말을 사야겠군요.”

“흠. 과연 나를 태울 만한 말이 있을까?”

“북방의 카르미나 고원산 말은 체구가 크고 힘이 세요. 카르고 님도 충분히 태울 수 있을 거예요.”

급하게 사라진 포르나의 파티와는 달리 카르고와 세실리아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도보로 느릿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포르나의 파티는 얼마 가지 않아 속도를 늦췄다. 리더인 세아트가 포르나에게 성난 눈빛을 던졌다.

“너 지금 제정신이냐? 사냥터를 공개하는 것은 철없는 풋내기도 하지 않는 행동이야.”

포르나가 풀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일단 필드에 나가면 모두를 적으로 간주해야 해. 모험가를 노리는 질 나쁜 녀석들이 어디 한둘인 줄 알아? 혹시라도 우리의 목적지가 어딘지 들은 녀석들이 있다면 틀림없이 기습을 해 올 거야. 전리품을 노리고 말이지.”

“하, 하지만 그들은…….”

“물론 조금 전의 파티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 실력도 안 되고 말이야. 그러나 녀석들이 무리를 모아서 돌아오는 길에 매복한다면 어쩌겠어. 지치고 상처 입은 상태로 전리품을 가득 싣고 귀환하는 모험가 파티라면 최상의 사냥감이라 볼 수 있지 않겠어?”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거듭 사과했지만 세아트는 좀처럼 화를 풀지 않았다.

“실력을 보고 동료로 받아 준 게 아님을 명심해. 넌 엄연히 보조 치유 역할이야. 한 번이라도 더 실수를 한다면 즉각 파티에서 추방해 버릴 거야.”

“그럴게요. 잘못했습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포르나가 서러움에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세아트의 말대로 그녀는 운이 좋아 파티에 받아들여진 경우였다.

세아트의 파티에는 치유를 전담하는 사제가 있었다. 스티브라는 이름의 중년 사내로서 상당히 훌륭한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아트는 햇병아리 사제인 포르나를 받아들였다. 파티의 구성이 너무 남자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실 포르나 정도의 풋내기 사제가 수준 높은 파티에 드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마법사나 궁수와는 달리 수가 적은 사제의 특성상 그 정도가 다소 덜하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모험가들은 치유 능력이 탁월하고 경험이 많은 사제를 선호한다. 그래야만 몬스터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파티원들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법사와 마찬가지로 사제는 몬스터가 죽으면서 내뿜는 신력을 흡수해서 능력을 향상시킨다. 흡수하는 신력이 많을수록 치유 능력 역시 상승한다. 때문에 포르나 정도의 햇병아리 사제는 파티에 가입해서 가급적 많은 몬스터를 죽여야 실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포르나가 세아트의 파티에 받아들여진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백 마리 이상 몰려 있을 것이 분명한 오칸의 무리를 전멸시킨다면 포르나의 치유 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그 때문에 포르나는 전리품 분배를 전혀 받지 않는 조건으로 세아트의 파티에 합류했다. 그것도 이번 토벌 단 한 번에 국한해서 동료로 인정받았다. 다시 말해 오칸 토벌이 끝나면 계약 관계가 완전히 종료되는 것이다.

세아트의 질책이 끝나고 파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말 등에 몸을 내맡기며 포르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좋은 꼴을 겪을 것 같지는 않군.’

세아트의 파티는 자신과 마법사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가 남자다. 그녀와 수레를 모는 포포리족 궁수를 제외하면 모두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본 베테랑들이다. 그런 그들이 왜 자신과 같은 햇병아리 사제를 파티에 받아들였겠는가? 분명 뭔가 흑심이 있으니 그랬을 터였다.

‘혹시라도 야영하는 도중에 내 몸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지?’

생각해 보던 포르나가 씁쓸히 웃었다. 그렇게 한다면 자신의 입장에서 거절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만약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파티에서 내쫓겠다고 협박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거친 세아트의 성품상 틀림없어 보였다.

만약 파티에서 내쫓긴다면 포르나는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 흉포한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필드에서 사제 혼자 생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녀의 얼굴에 체념의 빛이 어렸다.

‘어쩔 수 없지. 원하는 대로 해 주는 수밖에.’

지금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사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몬스터의 신력. 오칸 백 마리를 모두 사냥한다면 그녀의 치유 능력은 한결 높아질 것이다. 비록 전리품 분배를 일절 받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이런 방법으로 몇 번 사냥에 가담하면 나름대로 쓸 만한 파티에 들 수 있는 치유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래. 지금은 실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해.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야.’

머리를 흔들어 상념을 날려 버린 포르나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조그마한 체구의 포포리족이 능숙하게 수레를 몰고 오고 있었다. 두카라는 이름의 포포리족은 포르나와 동일한 목적으로 파티에 가입한 청년이었다.

포포리족은 다른 종족에 비해 덩치가 작고 힘이 약하다. 때문에 어지간히 수련하지 않으면 전사로 활약하기 힘들다. 그 때문에 포포리족은 보편적으로 궁수나 마법사의 길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동족들처럼 궁수의 길을 선택한 두카는 상당히 오랫동안 함께 사냥할 파티를 찾아 헤맸다고 한다. 풋내기 궁수와 마법사는 파티를 구하기가 사제보다 족히 열 배는 어렵다.

거듭되는 거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동료를 찾아 헤매던 두카는 마침내 세아트의 파티에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포르나와 마찬가지로 오칸 토벌에 국한된 일회성이며 전리품을 일절 분배받지 못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두카가 노리는 것은 포르나와 마찬가지로 몬스터가 죽으며 뿜어내는 신력이었다. 그것을 받아들여 실력을 키우기 위해 모든 권리를 포기했다. 그러나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신력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실력이 떨어지는 포르나와 두카는 신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현저히 작다. 아마도 앞에서 사냥하는 다른 동료들이 신력의 대부분을 흡수해 버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

동료들의 뒤를 따르며 포르나가 실소를 지었다.

‘그나마 두카가 포포리족이라 받아들여졌지 인간이었으면 결코 파티에 들지 못했을 거야.’

포포리족은 무척이나 쓸모 있는 종족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족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 포포리의 종족 특성이다. 게다가 숲속에서는 대단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보다 몇 배 빠르게 정찰이 가능할 뿐더러 몬스터가 접근하는 기척을 간파하는 감지범위도 매우 넓다. 또한 타고난 장인 종족답게 나무를 잘 다룬다. 지금 뒤를 따라가는 수레도 두카가 직접 만들어 낸 것이다.

간단히 말해 두카는 파티의 잡일꾼으로 고용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보수를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카의 표정은 밝았다. 강력한 파티의 일원이 되어 필드로 사냥을 나간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찬 듯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포르나가 억지로 얼굴을 폈다.

‘그래. 나도 언젠가 실력으로 좋은 파티에 받아들여질 날이 있을 거야.’

열 명의 모험가들이 달려가는 말 뒤로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났다.

* * *

“핫! 파이어 볼.”

뾰쪽한 주문 영창과 함께 이글거리는 화염구가 쏘아졌다. 목표는 전신을 허연 수액으로 칠갑을 한 거대한 나무 정령이었다.

트린트라 불리는 나무 정령은 이미 빈사상태의 중상을 입고 있었다. 화염구를 정통으로 맞을 경우 그대로 죽어 버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험을 감지하면 피하는 것이 몬스터의 본능이다.

날아오는 화염구를 본 트린트가 재빨리 몸을 틀었다. 때문에 화염구는 목표했던 트린트의 머리가 아니라 몸통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

“이런.”

세실리아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기껏 카르고가 기회를 만들어 주었지만 몬스터의 숨통을 끊는 데는 실패했던 것이다. 굵직한 카르고의 음성이 귓전을 파고 들어왔다.

“아직 안 끝났다. 한 방 더.”

세실리아가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나가 모두 고갈되었어요. 더 이상 화염구를 날리지 못해요.”

“알겠다. 그럼 처리하겠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새하얀 빛이 트린트의 굵직한 몸통을 사선으로 가로질렀다.

슈가각.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트린트의 몸이 그대로 쪼개졌다. 허연 수액을 분수처럼 뿜어내던 트린트의 움직임이 멈췄고 곧 죽은 몬스터의 몸에서 신력이 뿜어져 나왔다. 신력의 대부분은 카르고에게로 흡수되었다. 신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숨을 할딱거리던 세실리아에게로 흡수되었다.

“아아…….”

붉은 입술이 벌어지며 희열에 찬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피로감이 가시며 고갈되었던 마나가 급속도로 차올랐다. 세실리아가 눈을 감은 채 흡수되는 신력의 기운을 만끽했다. 그녀의 그릇이 가득 차자 남은 신력은 허공에서 흩어져 버렸다. 아마 필드를 정처 없이 떠돌다 다른 몬스터의 몸에 흡수될 것이 틀림없었다.

트린트를 사냥하는 과정에서 바닥난 마나를 상당량 채운 세실리아가 눈을 뜨고 카르고에게 감사를 표했다.

“신경 써 주셔서 고마워요, 카르고.”

“동료에게 그 정도는 기본이지.”

머리를 흔든 카르고가 금방 죽은 트린트의 몸통을 마치 의자인 양 깔고 앉았다. 그 모습을 세실리아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실전 수련을 먼저 제안한 것은 카르고였다.

“몬스터를 죽이지 않고 붙잡고 있을 테니 마법으로 한번 마무리해 보겠나?”

그 말에 세실리아가 깜짝 놀랐다.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법의 숙련도는 사용할수록 높아진다. 하지만 세실리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실전에서 마법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해야 쉬는 시간에 나무나 돌 등 움직이지 않는 목표를 대상으로 화염구를 연습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몬스터는 나무나 돌 같은 표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위험을 감지하면 회피 동작을 취한다.

세실리아는 6개월 동안 라빈의 파티를 따라다니면서 거의 사냥에 참가하지 못했다. 화염구를 시전하는 데 2분가량의 캐스팅 시간이 필요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껏 시전한 화염구는 이미 죽어 버린 몬스터의 피부를 태울 뿐이었고 그럴 경우 동료들에게 진득하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봐, 세실리아. 전리품을 망치지 마.”

“가죽을 벗겨서 팔아야 하는데 시커멓게 그슬리면 어쩌란 말이야.”

때문에 그녀가 마법을 쓸 수 있는 기회는 모닥불을 피우거나 동료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에 국한되었다. 기껏해야 야영지 주변에 알람 마법을 설치하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비교적 호의적이던 라빈의 파티도 세실리아가 실전 수련을 할 수 있게 도와주지 않았다. 말이야 쉽지 초급 마법사의 실전 수련을 위해 전사가 2분 넘게 몬스터를 붙잡고 있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일단 체력 소모도 문제였지만 몬스터의 반격을 받고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았다.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사가 상처를 입는다면 더 이상의 사냥은 불가능하다.

김정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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