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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낯부끄러운 자율규제 인증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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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주 확률형 아이템 판매 과정에서 표기된 확률보다 낮은 확률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넷마블과 넥슨코리아, 넥스트플로어 등 3개 게임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9억 여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습니다. 메이저 업체가 포함된데다 과징금 규모 또한 상당한 수준이었기에 공정위의 이번 과징금 처분에 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이번 과징금 처분은 확률형 아이템을 주수익 모델로 삼고 있는 국내 게임 업체들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공정위의 단호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간 뽑기 아이템을 비롯한 확률형 과금 모델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아왔고, 해외에서도 뽑기 아이템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국내 게임 서비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칼을 빼들었다는 사실을 가볍게 넘기기 힘듭니다.

아쉬운 대목은 공정위 과징금 처분 대상이 된 게임들이 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율규제를 준수하고 있다는 인증마크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업계 주도로 설립된 자율규제 평가위원회는 3월9일 인증신청 업체를 대상으로 모니터링 및 평가를 거친 후 평가위의 심의 의결을 통해 총 90개 게임물에 대해 자율규제 인증마크를 발급했는데요. 공정위 과징금 제재 대상이 된 넥슨의 '서든어택', 넷마블의 '마구마구'와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등의 게임이 자율규제 준수 인증 게임에 포함됐습니다.

자율규제란 확률형 과금 모델에 대해 업체가 스스로 확률을 공개하는 것이 고작인, 사실상 규제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한 최소한의 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 최소한의 규제를 했다는 이유로 인증마크를 발급해 포장하고 있는데요. 인증마크를 받은 게임조차 공정위로부터 확률이나 한정 판매 문제를 지적 받고 과장금 제재를 받았습니다. 인증마크 발급 과정은 물론, 자율규제 자체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확률형 아이템이나 확률형 서비스 유료 판매를 게임에 도입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규제를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확률을 현저히 낮게 설정하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거나, 외부에 공표한 확률을 실제보다 낮게 조작할 경우 이용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때문에 규제 기관에서 확률을 점검하려 나설 개연성이 충분하고 이번에 공정위과 먼저 칼을 빼든 것입니다. 해외에서 뽑기 아이템 적용 게임물의 청소년 대상 판매를 금지하려는 정치권 규제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큰 규제를 부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업계 스스로 확률형 과금 모델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현저히 낮은 확률을 게임에 적용하는 일 또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단순히 확률을 공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확률형 과금 모델을 줄이는 방향으로 자율규제를 진행하고, 인증마크 또한 확률형 과금 모델을 아예 넣지 않거나, 현저히 낮은 확률의 뽑기 아이템을 적용하지 않은 게임에만 발급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확률이 제대로 적용되는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게임에 도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10% 확률이 적용된 아이템이라면 10번 시도하면 1번은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말이죠. 확률만 공개하고 확률에 대한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자율 규제기구가 인증마크를 발급한다고 게이머들에게 믿음을 사지는 못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렇다 할 규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많은 국내 게임 업체가 확률형 과금 모델을 기반으로 큰 돈을 벌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률 아이템이라는 다디단 꿀은 정부 규제 앞에서 금세 마를 수밖에 없습니다. 확률형 과금 모델에 대한 규제가 확산되기 전에 '확률'에 기대지 않고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게임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흐리기만 할 것입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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