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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롤드컵 평양 개최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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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따뜻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왕년의 슈퍼스타 조용필부터 인기 걸그룹 레드벨벳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대거 포진한 예술단이 오는 4월 초 평양을 방문해 두 차례 공연을 펼칠 예정인 것인데요. 통일부는 2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예술단 평양공연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위의 내용이 포함된 공동보도문에 남북이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예정대로 치러진다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지는 등 최근 한반도에 조성된 평화와 화해 무드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예술단의 평양 공연 소식을 접하고 남북이 손을 잡고 평양에서 e스포츠 대회를 열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봤습니다.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한국이 배출한 e스포츠 슈퍼스타들이 평양에서 멋진 기량을 뽐낸다면 e스포츠가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멋진 그림을 연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고 인기 e스포츠 종목 중 하나인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 국제 대회인 '2018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올 하반기 국내에서 열릴 예정인데요. 일부 경기를 평양에서 분산 개최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남과 북의 관람객 외에도 많은 중국 e스포츠 팬들이 육로로 넘어와 중국 선수들을 응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긴장 완화를 위한다는 명분과 대회 흥행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롤드컵 평양 분산 개최가 성사된다면 게임이나 e스포츠와 무관한 해외 유력 매체에서도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룰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화에 기여하는 게임과 e스포츠의 순기능을 전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여러 정치적, 기술적 문제로 e스포츠 대회의 남북 분산 개최는 다른 스포츠 대회나 예술 공연에 비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네트워크 통제 및 검열이 철저한 북한 실정을 감안하면 양측이 합의한다 해도 준비 과정에만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당장 올해 열리는 롤드컵 경기 일부를 평양에서 개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 게임 및 e스포츠 협력을 추진해나가는 일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스포츠 대회 북한 개최가 아니더라도 남북 대화가 진전돼 서로간의 교류와 협력이 늘어난다면 게임산업 남북 협력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개성을 비롯한 도시에서 우수 개발인력을 남측 자본으로 육성해 국내 업체에서 고용하는 방식의 게임산업 협력을 이뤄낸다면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북한이 고립 외교 정책에서 탈피해 개혁 개방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룬다면 장기적으로 북한이 국내 개발사들의 신규 시장으로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실익을 떠나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명분만 취하더라도 e스포츠 대회 남북 공동 개최 및 게임산업 협력은 충분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폭력 범죄에 영향을 미치고, 게임장애라는 질병을 유발하고, 뽑기 아이템이 도박과도 같다며 게임에 대해 비판하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게임의 긍정적인 기능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도를 업계가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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