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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386 케이스로 게이밍 PC 만든 美 하드웨어 마니아

미국의 한 하드웨어 마니아가 구형 386 케이스를 개조해 게이밍 PC를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사진 출처='Tylinol' 블로그).
미국의 한 하드웨어 마니아가 구형 386 케이스를 개조해 게이밍 PC를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사진 출처='Tylinol' 블로그).
3040 세대라면 첫 컴퓨터로 286 혹은 386을 접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90년대 초반 개인용 PC로 보급되기 시작했던 8086(XT)의 뒤를 이어 등장한 286(AT)과 386은 XT보다 향상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춰 많은 인기를 끈 바 있다.

낡은 386 본체를 활용해 멋진 클래식 PC를 만든 미국의 하드웨어 마니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투박하지만 튼튼한 386 케이스에 인텔 6세대 i5 CPU와 지포스 GTX 970 등 게임용 부품을 조합해 최신 게임 구동에도 손색이 없는 '클래식' PC가 완성된 것.

아이디 'Tylinol'을 사용하는 이용자의 사연이 10일 레딧 DIY 포럼에 소개돼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는 약 10여년 전 낡은 386 PC를 처분하려는 이웃에게서 PC 본체를 얻은 뒤 해당 사양 그대로 다양한 게임을 즐겼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낡은 사양이지만 DOS 기반 게임을 구동하기엔 충분했던 것.

하지만 'Tylinol'이 거주하던 지역이 2010년 미국 테네시주 내쉬빌을 강타한 대홍수 피해를 입으면서 그의 낡은 386 PC도 침수돼 더 이상 작동이 불가능해졌다. 망가진 그의 PC 본체는 창고 구석에 처박혔고, 그도 한 동안 그 사실을 잊고 지냈다.

내쉬빌 대홍수로 인해 침수됐던 PC 케이스의 상태가 좋지 않아 많은 작업 이후에야 사용할 수 있었다(출처='Tylinol' 블로그).
내쉬빌 대홍수로 인해 침수됐던 PC 케이스의 상태가 좋지 않아 많은 작업 이후에야 사용할 수 있었다(출처='Tylinol' 블로그).

'Tylinol'은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386 케이스로 게이밍 PC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2015년 구입한 인텔 6세대 코어 i5 기반 게이밍 PC를 보유하고 있던 그는 더 나은 케이스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는 PC 케이스에 있어서는 베이지색을 선호했는데 마침 386 케이스의 외부 색상 또한 베이지색이었다.

낡은 386 케이스를 부활시키는 데에는 적지 않은 노력이 들어갔다. 침수 피해를 입은 케이스의 기존 부품들을 모두 제거하고 녹을 제거하는 일이 선행됐다. 내부 녹을 제거하고 도장까지 한 뒤에야 제법 그럴 듯한 케이스 내부가 완성됐다.

다음 단계는 더욱 어려운 작업을 요했다. 메인보드 규격이 당시와 다르기에 신형 메인보드 장착을 위한 개조가 필요했던 것. 'Tylinol'는 소형 전기 톱을 활용해 인텔 i5 CPU를 지원하는 메인보드를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내부 공기 순환에 대한 배려가 많지 않은 케이스인 탓에 쿨러를 교체했고, VGA도 작은 크기의 제품으로 바꿨다.

'Tylinol'의 DIY PC 내부 사진(출처='Tylinol' 블로그).
'Tylinol'의 DIY PC 내부 사진(출처='Tylinol' 블로그).

전원부 연결도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다. 구식 파워 스위치는 신식 메인보드와 규격이 맞지 않아 사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리셋 버튼을 파워 스위치로 활용했다. 다행히도 파워 LED와 HDD LED 단자는 신형 메인보드와 호환돼 별다른 개조 없이 활용할 수 있었다.

3자리 수가 표기되는 전면 LED 판넬이 'Tylinol'의 개조 작업에서 하이라이트였다. 그의 낡은 386 본체에서 전면 LED는 프로세서 속도를 표기하는 역할을 했다. 386 PC에 탑재된 프로세서는 일반 모드일 때 100MHz, 터보 모드일 때 133MHz로 작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세 자리 중 맨 앞자리 수는 1만 표기할 수 있고 나머지 두 자리는 1부터 0까지 표기할 수 있다.

'Tylinol'은 CPU 속도 대신 CPU 온도를 표기하도록 전면 LED 패널을 개조했다. 여러 부품과 단자를 이용해 전원을 연결하고 CPU 온도가 표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별도의 코딩 작업도 필요했다. 그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CPU 온도 표기 LED를 완성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개조된 LED 패널 작동을 위해 필요한 컴퓨팅 리소스가 386 본체 전체를 구동하는 것보다 더 많다는 것. 'Tylinol'은 다른 이용자의 질문에 "(LED 패널 구동에) 몇 배는 더 많은 리소스가 사용될 것"이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완성된 PC는 제법 그럴듯한 외형을 하고 있으며, 정상적으로 잘 작동된다. 지금은 구하기도 쉽지 않은 5.25인치와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는 클래식한 멋을 풍긴다. 요즘 출시되는 싸구려 케이스와 비교하면 튼튼하고 공간도 넓어 확장성까지 뛰어나다. 'Tylinol'은 386 케이스에 어울리는 CRT 모니터를 함께 사용하는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멋진 DIY PC에 대해 많은 이용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TheSuperCanuck'이라는 아이디를 이용하는 레딧 이용자는 "나도 같은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고 다른 이용자는 개조를 위해 사용한 장비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Tylinol'은 이용자들의 질문에 성의껏 답변하며 DIY PC 전파를 위해 애쓰고 있다.

'Tylinol'의 세상에서 하나뿐인 DIY PC는 그의 블로그(https://imgur.com/a/4706f)에서 확인할 수 있다.
Meet Serendipity - 386 case with modern internals (with front LED temp display)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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