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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배틀그라운드, '핵 모드' 도입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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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 자회사 펍지주식회사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인기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관련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이용자 증가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서버 문제로 인한 서비스 불안 현상이 수시로 벌어진 바 있는데요. 동시에 많은 이용자가 몰리면서 서버 부하도 커져 끊김 현상이 나타나거나 서비스 장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펍지주식회사에서 많은 안정화 작업을 진행해 서버 상태가 나아졌지만 '배틀그라운드'를 오래 즐긴 이용자라면 서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을 다들 갖고 있을 것입니다.

서버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 바로 '핵' 문제입니다.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비인가 외부 프로그램도 '배틀그라운드' 인기와 함께 늘어나고 있는데요. 핵 이용자들의 대두는 많은 일반 이용자들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핵의 도움을 받는 이용자들은 항상 적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빠르게 이동하며, 먼 거리에서도 정확하게 조준 사격을 가하거나 수류탄을 정확하게 투척해 상대를 제압하곤 합니다.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받고도 생존하기까지 해 사실상 '무적'의 위용을 자랑하는 것이죠. 그렇지 않아도 고수 FPS 게이머들을 상대로 어려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배린이'들은 수시로 출몰하는 핵 이용자를 만날 때마다 허탈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FPS 게임은 장르의 특성상 플레이어의 숙련도에 따라 실력 편차가 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기량 차이가 날 경우 1대1 대결을 100번 해도 100번 다 고랭크 이용자가 이긴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생존 요소와 '배틀로얄' 스타일의 전투 방식으로 '샷 감각'이 떨어지는 이용자도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발돼 대박을 친 것인데요. 핵 프로그램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실력이 평균 이하인 일반 이용자들은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전사하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 또한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차라리 핵 프로그램을 쓸 필요조차 없는 라이트 이용자들을 위한 별도의 게임 모드가 출시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FPS 게임 초심자들을 위해 적의 위치를 예전 '레인보우식스' 시리즈의 하트비트 센서나 GPS 같은 아이템의 도움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진정 교전에 자신이 없는 '간디 메타' 이용자라면 최대한 적의 공격에서 안전한 쪽으로 이동해 순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별도 모드에서는 조준 난이도를 '에임 핵'이 필요 없을 정도로, 현재의 '배틀그라운드'보다 훨씬 낮게 적용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제대로 총 한 번 쏘고 죽을 수 있다면 적의 원거리 저격에 반격조차 못하고 비명횡사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입니다. 조준을 쉽게 하는 대신 총기의 사거리를 좁혀 게임 후반부 육탄전을 유도하는 것도 라이트 이용자의 게임 스타일에 적합할 것입니다.

파밍 단계를 생략하는 대신 시작부터 '풀템'을 장착하고 겨루도록 하고, 고성능 방어구를 기본 지급해 한 번의 저격에 전사하는 빈도를 낮추는 식으로 복잡한 요소를 줄인다면 '배틀그라운드' 라이트 이용자들로부터 환영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쉬운 난이도의 모드가 활성화되면 단지 게임이 너무 어려워서 외부 비인가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핵' 이용자들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한 PC방에서 '배틀그라운드'가 핵 프로그램과 함께 설치된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중국 이용자들에게 '배틀그라운드'가 어려워 많은 중국 이용자들이 핵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습니다. 핵의 도움 없이는 고수들 사이에서 제대로 '총질' 한 번 해보기 어려운 중국의 라이트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핵을 사용하면서 중국발 핵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죠.

펍지주식회사는 꾸준히 핵 이용자에게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배틀그라운드' 스팀 서버에는 핵 이용자가 적지 않습니다. 제재를 당해도 신규 계정 생성이 자유롭고, 게임 타이틀 구매 비용을 핵 이용을 통해 획득하는 게임 내 보상 판매로 회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계정 생성과 핵 이용을 반복하는 이용자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펍지주식회사는 중국에 대한 지역 제한을 거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중국 핵 이용자로 인한 문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핵을 완전히 근절하는 일이 어렵다면 '핵 모드'를 도입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라이트 이용자들은 서로 동등한 상황에서 보다 쉽고 화끈하게 상대와 겨뤄볼 기회를 얻게 돼 보다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난이도가 낮은 별도 모드는 이용자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핵의 도움을 받고 있는 라이트 이용자들에게 핵을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핵 이용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펍지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핵 이용자 증가로 고심하던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에 게임 내에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게임의 전반적인 난이도를 낮추는 방식의 패치를 지속적으로 단행해 적지 않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물론 핵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핵 모드' 도입이 당장 효과를 거둔다고 장담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핵 근절이라는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면 차선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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