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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무엇을 위한 자율규제인가

지난해 7월부터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협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이하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이 지난 17일 최초 공표됐다. 시장 자정을 위해 협회와 업계가 맞손을 잡고 행동한 첫 걸음이지만 여러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게임들 중 자율규제의 시행 목적이었던 사행성, 과도하게 낮은 획득 확률과는 상관 없는 게임도 있다는 점이다. '클래시로얄'의 경우 국내 게임들에 비해 확률성 과금 유도가 약하며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경우에도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게임은 '착한 게임', '혜자 게임'으로 불리고 있지만 확률 공개 방식이 협회의 룰과 다르거나, 확률을 공개 안 했다는 것 만으로 자율규제 미준수 기업으로 발표됐다.

반면 과도하게 낮은 확률로 과금을 유도하고 사행성까지 엿보이는 게임이라도 확률만 공개하면 자율규제 준수 기업으로 협회로부터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다. 이용자들이 게임 내 인증 마크를 보고 좋은 게임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겠다는 협회의 의도와, 이 자율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게임 업계 자정작용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업계 스스로 엄격한 자율규제를 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경우 확률 공개는 자율규제 항목이 아니다. 현재 일본의 자율규제는 아이템 현금 거래 근절, 미성년자 월 과금 금액 제한, 과금 시 유불리함 과장 방지, 뽑기 구매 가격의 상한액 제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확률을 공개하는 것 보다는 공개된 확률로 인한 이해 미숙으로 벌어진 오해를 방지하고 아이템 현거래를 막아 사행성을 방지하고, 미성년자의 과도한 몰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협회가 추구하는 것과 동일하지만 보다 세세한 실행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부의 규제로 산업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더욱 타이트한 제재를 지키고 있는 것. 반면 국내의 경우 협회의 기준대로 확률을 공개한다고 해서 국내 게임이 바뀌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0.0001%는 여전히 0.0001%일 것이고 현금 거래는 그대로 이어질 텐데 말이다. 목적과 수단의 주객이 전도됐다는 생각마저 든다.

협회가 내건 자율규제의 첫 발걸음인 확률공개에 대한 가부를 말하기 이전에 확률공개의 당위성과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예전부터 이어져왔지만 협회는 여젼히 묵묵부답이다.

여기에 자율규제의 초안을 만들고 첫 발표를 하기까지 몇 년이나 걸렸는데 목표로 한 사행성 게임,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의 제재에는 큰 효과가 없어보이는 확률 공개에만 연연하는 것은 한 편으로는 월 결제 금액 확대를 요구하는 모습과 합쳐져 이 것이 협회의 실제 목표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마저 든다.

물론 이제 첫 발을 떼어 앞으로 갈길이 먼 자율규제다. 여러 기대를 안고 있는 만큼 현재의 행보에 대한 많은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협회는 부디 이 같은 의견들에 귀 기울여 제대로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 확립을 향한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기 바란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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