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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자율규제, 이제는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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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미와 유럽에서 뽑기 아이템에 대한 정치권 규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하와이 의원들이 뽑기 아이템이 적용된 EA의 신작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에 대해 "스타워즈 테마의 온라인 카지노"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가 하면, 유럽에서도 같은 게임에 대해 도박이라고 비판하며 뽑기 아이템 적용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임 구입 비용을 따로 지불하는 패키지 게임(FPP)이 대부분이던 서구권에서 모바일 게임 시장이 확산되면서 뽑기 아이템 판매를 비롯한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무분별한 뽑기 아이템 판매가 미성년자들에게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뽑기 아이템에 대해 도박(Gamble)과 동일한 규제를 내리자는 이들 정치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일부 국가에서 미성년자에게 뽑기 아이템이 적용된 게임의 판매가 금지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서비스하지 않는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뽑기 아이템 과금 모델 적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업계 관계자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습니다.

북미와 유럽에서 뽑기 아이템 규제가 강화된다면 이미 뽑기 아이템이나 강화도전권 판매 등과 같은 확률형 유료 결제 모델이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핵심 매출원으로 자리매김한 국내 게임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입니다. 뽑기 아이템 적용 게임의 경우 과금 모델 수정 없이는 해외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해외 수출을 위해 뽑기 아이템 판매 기능을 뺀다면 콘텐츠만으로 외산 게임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콘솔을 비롯한 고사양 게임 개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한국 업체들의 고전이 예상됩니다.

사실 국내 게임업계가 걱정해야 할 것은 해외 수출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뽑기 아이템 적용 게임의 미성년자 판매를 금지하는 등 확률형 과금 모델에 도박 수준의 규제를 하는 국가가 늘어난다면 국내에서도 동일한 규제가 시행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게임업계는 사실상 뽑기 아이템 판매에 대해 '그린 라이트'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복권 당첨과 비교해도 될 정도의 현저히 낮은 확률의 뽑기 아이템이나 벼락 맞는 일보다 일어나기 어려운 확률의 확률형 과금 모델을 청소년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자율 규제를 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확률 공개를 권고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습니다.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렇다 할 불이익이 없습니다. 사실상 규제라는 이름을 붙이기조차 민망한 수준입니다.

자율 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눈앞의 매출 신장을 위해 업체들이 무분별한 뽑기 아이템 판매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이템 강화에 실패한 이용자가 분노하는 모습을 희화하며 확률형 과금 모델 이용을 부추기는 광고마저 방송되기까지 했습니다. 규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자정 작용을 할 의지조차 없어보이는 모습입니다.

당장 정부에서 해외 정치권 주장 내용과 같이 뽑기 아이템이 적용된 게임의 청소년 대상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뽑기 아이템의 청소년 대상 서비스로 인한 폐해 사례는 이미 국내만 해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기에 관련 법안이 나온다면 통과시킬 명분은 충분합니다.

국내 개발사들도 뽑기 아이템 없이도 외산 게임들과 경쟁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공들여 콘텐츠를 만들고 적절한 가격표를 붙여 국내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시도를 이어가야 합니다. 국내 게임업계가 뽑기 아이템이라는 좁은 꽃밭을 떠나지 못하는 벌떼로 머문다면 꿀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 기나긴 겨울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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