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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소녀전선 등급 조정에 대한 우려

몇해 전 국내 PC게임 타이틀이 특정 NPC에 특정 추천인을 등록하면 경마 게임 방식의 도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게임 심의 단계에서는 없었던 콘텐츠를 업데이트해 사행성 게임물을 추가한 셈이기에 더욱 큰 파장이 일었다. 이후 게임업계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심의 받은 것과 다른 콘텐츠가 추가되는 '내용 변조'에 민감해졌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X.D글로벌(구 룽청)이 서비스하는 모바일게임 '소녀전선'에서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검열 해제 코드(일명 666 제조식)로 불리는 이 특정 일러스트 해제 방법을 사용하면 기존 일러스트보다 훨씬 노출이 심한 일러스트로 교체된다. 이 해제 방법은 이용자들에게 널리 퍼져있는 상태로 올해 초부터 이용자 및 언론을 통해 문제가 제기돼 왔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8월부터 '소녀전선'의 이용등급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위는 직권 재분류를 통해 기존 12세 이용등급이던 '소녀전선'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판정하고 앱 마켓을 서비스하는 구글과 애플에도 자체등급분류가 부적절하다고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사건은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기관이 내용 변조로 심의 등급을 넘어서는 콘텐츠를 삽입했다고 판단하고 심의 기관 기만 행위로 여긴다면 관련 법률 위반 행위로 판단할 수도 있다. 문제 시점에서 빠르게 시정하지 않은 안일한 운영이 아쉬운 상황이다.

단지 이용자가 많은 게임이기에 서비스 장애를 야기할 수 있어 아쉬운 것이 아니다. '소녀전선'을 '갓겜'이라고 칭송하는 모두가 인정하는 장점인 시장의 주류가 아닌 장르도, 무과금이나 소과금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 게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실제 사례이기 때문이다. '소녀전선'이 큰 탈 없이 장기 흥행을 이뤄내야만 국내 모바일 게임 다양화에 일조할 수 있다.

특히 현재는 국정감사 시즌이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국내에 법인을 세우지 않아 내국인 고용도 하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 회사가 게임 하나로 수백억 원의 매출을 가져가는데, 국내 게임 산업 진흥법을 무시하고 게임위의 권고도 나몰라라 한 채 12세 등급으로 성인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는 해석을 들고 정부에서 심의 압박을 시작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등장할 수 있다.

이미 과거부터 문제가 제기돼왔던 것을 방임한 책임은 X.D글로벌이 지어야하는게 맞다. 현지 법인, 서비스사가 없어 원활한 모니터링을 실패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그나마 회사 측은 16일 저녁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검열 해제 코드 사용을 막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일러스트를 수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문제가 터지자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상 몇 달을 묵혀온 문제인 만큼 더 능동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이용자 친화에 치우진 안일한 운영 보다는 회사 차원에서의 집중 관리와 모니터링에 나서야할 것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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