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기자석] 게임위 고무줄 심의에 멍드는 게임사들

[기자석] 게임위 고무줄 심의에 멍드는 게임사들
왼쪽과 오른쪽 일러스트 중 하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심의 결과 15세 이용가로 부적합하다고 등급 재분류가 통보된 일러스트다. 다른 하나는 12세 이용가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원활히 서비스 중이다. 어느 쪽이 재분류 통보된 일러스트일까.

오른쪽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12세 이상 이용가'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자율 심의에 따라 서비스 중인 모바일게임 '데스티니차일드 for kakao'의 일러스트이고, 왼쪽은 구글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15세 이상 이용가'로 서비스 중인 모바일게임 '큐라레: 마법도서관 리버스'에 업데이트된 일러스트로 '등급 재분류가 통보된' 이미지다.

두 일러스트는 TCG라는 동일 장르의 게임에서 동일하게 수영복을 컨셉트로 삼아 게임에 적용됐음에도 양 서비스사에 전혀 다른 수준의 부담이 걸렸다. 재분류 통보된 일러스트가 오히려 더 선정성이 낮아 보이기까지 한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12세 이용가 기준인 게임의 일러스트보다 15세 이용가 일러스트가 더 서비스에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게임위가 '큐라레: 마법도서관 리버스'의 일러스트 재분류를 통보하자 서비스사 측은 다급히 이를 수정해야 했는데, 이용자들은 갑자기 바뀐 일러스트에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개중에는 시간과 재화를 들여 얻은 캐릭터가 전혀 다른 모습이 돼버렸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용자도 있다.

개발사들도 마찬가지다. 이전 노출도가 유사한 일러스트도 아무런 문제 없이 서비스됐는데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재분류 통보를 받았으니 말이다. 재분류를 통과하기 위해 수정하려 해도 명확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고치라는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푸념을 하기도 한다.

통과될 때까지 수정 작업을 수차례 반복할 수 밖에 없고, 기준점을 찾지 못하면 결국 전신을 덮어버린 해녀복 같은 차림새가 되기 일쑤다. 이번 경우에도 결국 그런 결과물이 나오고 말았다. 게임위 측은 "개발사 측이 수정해한다는 통보를 이해했고 현재 (기존) 등급이 유지됐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공평하고 명확한 등급 심사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재분류 통보 이후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06년 게임위 출범 이후부터 항상 있어 왔던 문제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이 업계 주류가 되고 더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하루에도 수백여 종이 등장하며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캐릭터 일러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심의 기준이 현재의 게임 시장 상황과 맞지 않아 개발자와 소비자의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심의 기준이 불명확해 동일한 요소임에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심의를 운에 맞겨야 한다는 건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애써야할 게임위의 역할과는 정반대의 일이 된다.

이전 개발자 대상 강연에서 민간 등급분류 단체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소속의 강연자가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고 싶으면 다른 거 없다. 노출도 폭력성도 애매하다. 심한 욕을 넣으면 된다"고 한 농담 섞인 발언은 웃어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심의 규정이 확립돼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위도 올 하반기까지 자세한 '등급분류 심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사업자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올 초부터 밝혀왔다. 국내 심의 기준을 반영해 총 47개 항목으로 구성된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사업자들에게 전달해 적어도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은 동일한 기준으로 자체 등급분류를 받고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것이 게임위 측의 목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은 이용자와 개발사들의 상처는 누가 보듬어 줄 것인가. 정확한 심의 기준과 형평성 있는 등급분류가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게임위 고무줄 심의' 관련 반론보도문]

데일리게임은 지난 9월1일 '게임위 고무줄 심의에 멍드는 게임사들' 제하의 기사에서 '데스티니 차일드 for kakao'와 '큐라레: 마법도서관 리버스' 각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결과가 일관되지 않다고 보도하면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명확한 등급심사기준 등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사업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데스티니 차일드 for kakao' 게임물은 애플코리아 유한회사의 자체등급분류를 받은 반면 '큐라레: 마법도서관 리버스' 게임물은 게임물관리위원희의 등급분류를 받은 것이어서 등급분류주체가 다르므로 '고무줄 심의' 또는 '명확한 등급심사기준이 없다'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데스티니 차일드 for kakao' 게임물에 대해서는 청소년 보호와 심의의 공정성·통일성을 위하여 이전부터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고 관련 사업자에 자료를 요청한 바 있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해당 게임물에 대해 청소년이용불가로 직권재분류하여 통보하였고 법령의 위임을 받아 위원회 규정에 상세한 등급분류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등급재분류 통보를 통하여 등급재분류 사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