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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우리가 놓친 에디슨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벨리에서는 매년 '페일콘'(Failcon, 실패컨퍼런스)이 열린다. 이 행사는 사업실패 경험을 공유하며 실패의 가치를 전파하는 모임이다. 지난 2011년에는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도 페일콘에 참석해 본인의 실패담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유사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유독 게임 업계에서는 이런 행사는 커녕 생각도 없어보인다. 국내에서는 게임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보통 개발팀 자체를 해체해버린다. PD급 인사까지도 뿔뿔히 흩어져 각자의 살길을 도모해야하는 것. 프로젝트 실패 시 게임 개발사에 잔존하는 개발인원은 정말 극소수일 뿐이라 '실패의 자산화'는 먼 나라 이야기다.

최근 '배틀그라운드'로 승승장구하며 화제가 된 김창한 프로듀서. 글로벌 히트작을 낸 것도 있지만 그가 자신을 16년째 실패한 PD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에서도 업계인 사이에서는 화제가 됐다. "16년간 실패작만 만든 PD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까다로운 방식으로 이전에 시도하지 않던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어떤 회사가 선입관 없이 PD가 하는 말이 합리적인지를 따져주겠냐"는 그의 말처럼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게임 업계를 좋은 말로 이직이 자유롭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이는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도 있다. 실력과 경험을 쌓기 위해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는 것에 지쳐 제대로 된 개발사 찾기를 포기하고 입사하기 편한 곳에 안주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인재 양성의 기회도 사라져 버린다.

국내에 몇 명되지 않는 스타 개발자만 봐도 자신이 개발사를 차려 히트작을 배출한 게 아니라면 한 개발사에서 오래 일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스타 개발자가 아닌 일반적인 개발자라면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실패의 자산화는 몇 년전부터 여러 업계의 핫이슈였지만 유독 게임 업계만큼은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얻어내는 데 인색하다. 값진 실패의 경험들을 남기지 않고 처분해온 것은 큰 낭비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1만번의 반복 실험 끝에 전구에 불이 켜졌을 때 "나는 그동안 수많은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전구가 켜지지 않는 1만 가지 이유를 알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게임 개발의 핵심을 차지하는 직군임에도 소모품 취급을 받았던 개발자들. 그들을 얼마든지 스페어 가능한 부품이 아니라 성공하고 실패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사람으로 대한다면, 그 개발사는 게임이 성공하지 못하는 1만 가지의 이유를 아는 개발자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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