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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포켓몬고, 잉어킹부터 갸라도스까지…15일의 기록

'포켓몬고'가 국내에 정식 출시된지 보름여가 지났다. 그 동안 많은 포켓몬들이 이용자들의 도감에 등록됐지만 유난히 습득율이 적은 포켓몬이 있다. 바로 갸라도스다.

일반적인 포켓몬들은 15, 25, 50개의 사탕을 모으면 진화할 수 있다. 각각 4마리, 7마리, 13마리를 포획하고 박사에게 보내기로 추가 사탕을 획득하면 되는 숫자라 금방 진화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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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잉어킹이 오른쪽의 갸라도스로 진화한다

하지만 갸라도스만은 무려 400개의 사탕이 필요하다. 습득한 모든 잉어킹을 박사에게 보내 사탕으로 교환하더라도 진화할 잉어킹을 포함하면 101마리의 잉어킹을 잡아야 진화가 가능한 것. 게다가 잉어킹은 물고기 포켓몬으로 분류돼 바닷가, 하천 등의 지형에서 주로 등장한다. 하천과는 거리가 먼 곳에 사는 기자로서는 좋지 않은 조건이다.

'포켓몬고'가 국내에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았던 지난해, 체험을 위해 속초를 찾았던 기자는 이런 잉어킹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이 너무 잘 들어 맞는 진화 과정이 마음에 와닿았다. 속초 여행을 가서도 바닷가 위주로 돌며 잉어킹을 잡았고 총 2박3일 동안 잉어킹에만 올인했다. 이렇게 얻은 사탕는 총 110여 개. 꽤 많은 숫자지만 갸라도스로 진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다시 찾은 속초

여행에서 돌아와 한동안 '포켓몬고'를 잊고 살다 11월이 됐다. 갑자기 '포켓몬고'가 국내 전 지역에서 플레이 가능해졌다.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포켓몬고'를 다운로드했지만 추수감사절 이벤트 오류로 벌어진 헤프닝이었기에 이내 게임 이용이 불가능해졌다. 아쉬움이 너무 컸다. 잉어킹도 두 마리 밖에 잡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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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무것도 없는 벌판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몸이 달았던 기자는 결국 지인을 설득하기로 했다. 아직 날이 추워지기 전에 가야 명승지도 더 편하게 들를 수 있고 물회나 섭국을 파는 속초 맛집도 지금이 제철(?)이라며 유혹했다.

동시에 지인의 구미에 맞는 각종 명소를 검색, 여행 루트를 짜놓은 구글 스프레드 시트까지 작성해 설득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명승지에 포켓스탑이 많기에 모든 루트는 '바닷가'의 각종 명소를 향하도록 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였다.

결국 지인이 동의했고 함께 금요일 연차를 내고 2박3일간 속초로 떠났다. 속초 초입부터 '포켓몬고'를 켜고 절 등의 명승지 위주로 돌아다니며 잉어킹을 노렸다. 낙산사 등 명승지 탐방 위주로 설계한 여행 코스는 대성공이었다. 온갖 절경을 배경으로 잉어킹들이 퍼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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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금정에서 퍼덕이는 잉어킹

◆속초의 유학파 트레이너들

몇 걸음 간격으로 즐비한 포켓스탑에서 아이템을 수월히 얻는 효과도 있었다. 확실히 포켓스탑으로 설정되기 쉬운 불상과 석비 등이 즐비한 절은 트레이너들의 명당이다. 실로 부처님의 은혜라 할 수 있다.

풍족한 상황이 되니 그제서야 잉어킹 말고도 다른 포켓몬도 잡을 여유가 생겼다. 오로지 갸라도스만이 목적이었기에 그다지 열정적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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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은혜와 자비가 넘치는 낙산사 포켓스톱들

낮에는 명승지를 탐방하고(포켓스탑을 돌고) 밤에는 해안가를 몇 시간씩 돌아다니(며 잉어킹을 잡)는 희안한 코스의 여행이었지만 개인적인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 바닷가는 밤바람이 매서웠지만 산책에 용이하도록 LED 조명이 꼼꼼히 설치돼 있었고 여러 가게들이 배터리 무료 충전, 할인 혜택, 쉼터 등 '포켓몬고' 이용자를 타겟으로 한 서비스를 진행해 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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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피바다.jpg

다만 붉은색, 녹색, 파란색의 LED 조명이 바다에 비친 모습은 조금 섬뜩했다. 피바다가 이러려나 싶을 정도로 붉게 물든 바다나 독극물로 가득찬 듯한 녹색 바다를 배경으로 산책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긴 했다.

트레이너쉼터 등의 장소도 준비돼 있어 휴식을 위해 쉼터를 찾은 다른 '포켓몬고' 이용자들을 만날 수도 있었다. 쉼터에서 만난 이용자들은 대부분 여행객들이었고 '포켓몬고'를 즐기는 속초 현지인은 택시 기사님과 현지 학생 딱 두 명 밖에 만나지 못하는 등 재미있는 현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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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 쉼터에는 푹신한 의자와 조명기구, 휴지통 등이 준비돼 있다.

이 중 한 명은 일본 현지에서 '포켓몬고'를 먼저 즐겼던 유학파 트레이너였다. 일본에서 즐기던 맛을 잊지 못해 속초로 다시 재유학(?)을 왔다며 너스레를 떨던 그는 크리스마스 한정 피카츄와 2100 CP의 망나뇽을 슬며시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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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속초 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잉어킹 사탕 300개를 모을 수 있었다.

◆기습 정식 출시? 모르겠고 일단 잉어킹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금 조용히 지내던 어느 날 '포켓몬고'의 개발사 나이언틱이 지난 1월 23일 긴급 간담회를 소집했고, 이내 정식 출시 소식이 들려왔다. 이제 정말 때가 됐다 생각한 기자는 서울 지역 '포켓몬고'의 메카로 떠났다. 홍대입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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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홍대피플이다

홍대입구역 근처는 포켓스탑이 코너마다 존재할 정도로 많다. 본격적인 잉어킹 사냥을 준비하며 아이템을 모으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그 중에서도 홍익대학교 앞 놀이터 근방의 한 카페가 포켓스탑 세 곳이 겹치는 명당이라는 고급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그 곳으로 향했다.

서울 기온이 최저점을 찍은 날이었지만 하필이면 해당 카페는 빙수 전문점이었다. 빙수 한 숟가락에 포켓스탑 수확 한 번이라는 생각으로 버텨냈다. 추위에 덜덜 떨며 가게에 들어서서는 한 손에 핸드폰을 꼭 쥐고 "빙수 주세요"를 말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같은 트레이너로써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평소에는 그룹이나 커플 단위의 손님이 많은 가게지만 그 날 따라 혼자 온 손님이 많아 외롭지 않았다.

캐시를 사용해 도구 가방칸을 늘리면서까지 탄약을 든든히 챙긴 뒤, 이동할 때마다 잉어킹을 놓치지 않고 잡아들였다. 기존에는 이동 시 지하철을 선호했었지만 지하철에서는 게임 이용 자체가 힘들어 주로 타는 대중교통이 버스로 바뀌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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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야 내 물 위를 걸어야 믿겠느냐. 전 바오론데여?

서울 시내에서 다수의 잉어킹이 등장하는 한강변이나 노량진 수산시장, 하천가에 근접하기도 했지만, 버스의 이동속도가 빨라 수확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잡다보니 결국 사탕 370여개를 모았고 이제 단 열마리만이 남은 상황.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탕 400개 달성!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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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포세권 투어를 다녀온지 얼마되지 않아 잉어킹 사탕 400개를 다 모을 수 있었다. 따로 시간을 내 한강변, 선유도 공원 등 잉어킹 출몰지를 찾아가지는 못했지만 출퇴근 시간과 매일 저녁 한 두 시간씩, 집 근처 포켓스탑을 산책하며 하루에 몇 마리씩이라도 잡아들였다. 저녁 산책이라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게임 플레이 시간 대부분을 잉어킹을 버디로 설정하고 이동했기에 거의 70KM 이상을 잉어킹과 걸었다. 이렇게 약 70개의 사탕을 모았으니 대략 84마리 가량을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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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도 잉어킹만을 노렸다

진화를 위해 잉어킹들의 성장 가능성 지표인 개체값을 확인했는데 이럴 수가 그 흔한 A급 잉어킹 조차 없었다. 사탕 400개를 모으는 동안 A급 잉어킹이 하나도 없다니……. 겨우 모은 사탕 400개를 B급 잉어킹에 쓰기는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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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잉어킹들 중 A급이 하나도 없다니

이 때부터 로켓단급 잉어킹 학살이 시작됐다. 보이는 잉어킹을 모두 잡아들여 개체값이 낮으면 박사에게 바로 보냈다. 사탕이 쌓일 수록 조급함만 커져갔다. 이러다 사탕 500개 되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사실이 될까 두려웠다.

하루는 저 멀리 보이는 잉어킹을 향해 뛰어가 잡는데, 느낌이 묘했다. 잉어킹이 포켓볼을 세번이나 튕겨내며 뻗대고 있었다. "와 이러다 메타몽이면 웃기겠다"하고 친구와 왁자하게 웃었는데, 이럴수가 그 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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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의 페이크에 당해 정신적 충격이 컸다

동행하던 친구는 허리를 꺾으며 웃어댔지만 정작 당사자인 본 기자는 망연자실해 있었다. 잉어킹 사탕은 500개가 넘어 있었다.

◆남들 망나뇽 잡을 때도…오직 잉어킹

딱한 사정을 들은 지인이 근처의 포켓몬 위치를 검색해주는 앱을 소개해줬다. 일하면서도 수시로 앱을 보며 잉어킹이 근처에 나타났는지를 확인했고, 남들은 희귀 포켓몬을 찾아 뛰어 나갔지만 기자는 잉어킹을 잡으러 몰래 사무실을 드나들었다.

결국 출시 15일 만에 S급 잉어킹을 잡았다. 갸라도스로 진화시키기 전 함께 3KM쯤 걸었다. 어렵게 만난 만큼 그 정도의 친해질 시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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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라도스로 진화하는 잉어킹을 보며 그 동안 얻은 것들을 생각했다. 우선 약 15일간 100KM 이상을 걸었다. '포켓몬고' 게임 내에서 100KM를 걸었다는 메달을 받고서야 알았다. 재택근무로 아예 집 밖에 나가지 못한 날도 있으니 이를 제외하면 대충 하루에 10KM씩 걸은 셈이다.

다음으로 동네 친구가 생겼다. 매일 저녁 비슷한 시간 포켓스탑을 들리는 김에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곤 했는데, 비슷한 목적으로 같은 포켓스탑에서 자주 마주치다보니 친구가 됐다. 잉어킹 메타몽 변신을 실시간으로 보고 폭소한 것도 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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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순간들

이렇게 어렵사리 완성한 갸라도스는 태어나자마자 사탕을 포식시킨 후, 버디로 설정해 함께 걷고 있다. 체육관 같은 폭력적인 일을 감당할 정도로 거칠게 자란 아이가 아니다.

혹시 주변에서 갸라도스를 버디로 설정한 트레이너를 만난다면, 만일 그 갸라도스가 온실속 화초처럼 곱게 자란 티가 난다면 인사를 건네보자. 만일 본 기자가 맞다면 루어 하나쯤은 쏘겠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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